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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 달린 건물 보셨어요? 2008/04/27

전국 대부분 도시에는 ‘교동’이란 동네가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학교가 있는 동네란 뜻이다. 어떤 학교가 있었던 곳일까? ‘향교’다. 향교는 지금으로 따지면 중고등학교쯤 된다. 전국에 얼마나 많았겠는가. 2백몇십곳이나 됐다. 전국 각지의 ‘교동’들이 그 증거다. 조선시대 향교를 설치할 때 원칙이 ‘1읍1교’였다. 향교 모양은 서울 성균관을 본땄다. 영화 의 그곳 대부분 이들에게 향교는 국사 시간에 ‘조선시대 공립학교’라는 정말 딱딱하기 짝이 없는 개념으로 억지로 머리에 집어넣어야 했던 단어일 것이다. 향교를 가본 이도 적을 듯하다. 물론 향교가 많이 사라진 탓도 있다. 전주향교는 지금 남아있는 향교들 중에서 가장 가볼만한 곳 중 하나다. 역사적 의미 때문이 아니다. 하염없이 앉아서 흘러가는 구름을..

건축과 사귀기 2018.09.02

사라진 서대문을 찾아서-보이지 않는 문은 어디에? 2008/04/18

서울 4대문 가운데 안타깝게 사라져버린 서대문, 그러니까 돈의문은 원래 어디 있었을까? 일제가 돈의문을 헐어버린 것이 1915년이니, 벌써 93년이 흘렀다. 500년 넘게 서울 서쪽을 지키던 문은 지금 완벽하게 그 흔적조차 사라졌다. 그래서 원래 서대문이 있던 정확한 위치는 어디인지 서울 토박이들도 알기 어렵다. 대충 지하철 서대문역 서대문 네거리 어디쯤으로만 여길 뿐이다. 사라지기 전 돈의문의 모습. 아래는 1896년 사진. 문 주변 남루한 서민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돈의문은 서울 4대문 중 하나였지만 사실 규모면에선 숭례문(아래 사진)에 비길바는 못되었다. 숭례문이 불타버린게 더욱 아쉽기만 한 이유다. 숭례문 예전 모습. 위 돈의문과 비교해보면 훨씬 규모가 크고 웅장함을 알 수 있다. 돈의문이 있던..

이화여고가 부러운 까닭 2008/04/15

우리나라에서 가장 예쁜 학교 담장을 소개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담길이라면 어디일까요? 덕수궁 돌담길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덕수궁 돌담길에서 조금만 더 정동쪽으로 올라가시면 아주 인상적이고 예쁜 또다른 담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예쁜 학교 담입니다. 바로 이화여고 담길입니다. 저 보기 좋은 돌담이 이화여고 담장입니다. 역사가 오랜 학교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담장이라고 하겠습니다.그런데, 자세히 보시면 다른 돌담과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아랫부분입니다. 돌담 아래 시멘트 구조 부분이 울긋불긋한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저 부분은 경사로를 따라 점점 넓어지면서 모습을 드러냅니다. 투박하고 정감어린 돌담 아래 칙칙한 시멘트 담이 맞닿는 구조여서 전..

건축과 사귀기 2018.09.02

착각을 해줘야 고마워하는 그림들 2008/04/13

요즘에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 가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2월말에 이곳에 뭔가가 생겼습니다. 광화문 네거리에서 세종문화회관 앞쪽으로 가다보면 바닥에 보이는 바로 저것입니다. 조금 더 가까이 가면 드디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그림입니다. 돌고래가 갑자기 땅바닥에서 튀어오르는 장면을 그린 그림입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 각도에서 보도록 특별히 그린 ‘착시화’입니다. 저 돌고래 그림말고도 하나가 더 있습니다. 그림 조금 앞쪽에 발자국 표시를 그려놓아 그림을 보는 장소를 지정해놓았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그림일까요. 이번에는 즐겁게 춤을 추는 비보이들의 무대를 그렸습니다. 계단과 지하철 입구를 그려 착각하게 만드려는 그림입니다. 세종문화회관 앞에 2월말쯤 갑자기 등장한 저 그림들은 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

아파트 한옥으로 탈바꿈하다-2부 2008/04/10

그럼 완성된 집 안을 둘러보도록 하겠습니다. 전체적으로 나무 색조로 처리되어 무척 아늑한 느낌을 줍니다. 한옥 속 코드의 재미, 천장 집주인은 과감하게 마루에서 텔레비전을 없앴습니다. 대신 원목 색깔의 나무 책장을 놓아 집 분위기가 더 살아납니다. 천장도 커다란 등 하나로 달지 않고 작은 등을 줄지어 달았습니다. 천장과 마루를 한번 대비해서 보겠습니다. 천장과 마루를 묶어본 것은 단순히 위-아래여서가 아니라 두 부분의 디자인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마루는 우물마루입니다. 그런데 저 천장도 ‘우물천장’입니다. 역시 모양이 ‘우물 정’자 모양이어서 붙은 이름입니다. 저 우물천장은 살림집에서는 잘 안쓰는 디자인입니다. 주로 궁궐이나 특히 절에서 많이 쓰는데, 단청을 넣어 한껏 모양을 냅니다. 저 천장은 ..

건축과 사귀기 2018.08.24

아파트 한옥변신 대작전! 2008/04/10 

현관문을 열기 전까지는 그냥 평범한 아파트입니다. 문을 여는 순간, 부드러운 나무색이 먼저 눈으로 들어옵니다. 그런데 어딘가 다른 것이 또 느껴집니다. 철제 현관문 안쪽이 다른 집들과 다릅니다. 밖에서는 쇠문인데, 집 안쪽은 나무문입니다. 나무를 덧대 전통문짝 모양을 낸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현관 안으로 보이는 바닥이 한옥 나무마루 모양입니다. 어떻게 된 집일까요? 이 독특한 아파트는 서울 중계동 이경진씨네 집입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실내 전체를 한옥 짓는 법으로 완전히 새로 고친 아파트가 되겠습니다. 국내 최초의 한옥 아파트 탄생하다 평소 한옥에 관심이 많아 한옥 공부를 열심히 해온 집주인 이경진씨는 어느날 큰 결심을 합니다. 아파트를 완전히 한옥식으로 개조하기로 한 것입니다. 평소 한옥 수업을 듣..

건축과 사귀기 2018.08.24

예술은 장난이다-지하도에서 떠올리는 뱅크시 2008/04/08  

지하도를 좋아하는 분들이 별로 없으실 겁니다. 일단 건널목보다 불편해서 싫고, 또 그 음침한 듯한 분위기가 더욱 맘에 안드시는 경우가 많을 것 같습니다. 이런 지하철이 공공미술로 새롭게 탄생하면 어떨까요? 칙칙한 지하도가 잠시나마 거닐만한 곳이 되지 않을까요? 실제 이런 실험이 벌어졌습니다. 이론상으로 서울에서 가장 예술적이어야 할 지하도가 실험의 장이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예술자본들이 많이 몰려있는 곳, 서울의 한복판, 그래서 국내외 방문객들이 많이 몰리는 경복궁 옆 사간동과 삼청동 화랑, 미술관 거리 입구에 있는 동십자각지하도가 주인공입니다. 지하도, 광고 대신 예술로 꾸미면 안되겠니? 한국일보쪽에서 경복궁쪽으로 건너가는 지하도 입구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입구 왼쪽 벽면이 좀 다르다는 것을 눈치..

디자인 마법사-론 아라드를 소개합니다 2008/04/04

처음 보면 그냥 거리에 설치한 조경 구조물로 착각하기 쉽다. 화단에서 나온 묘한 것이 거리까지 이어지고 풀들이 그 모양을 따라 자라고 있다. 그런데, 실은 의자다. 화단과 거리, 식물과 무생물이 공존하는 의자, 라고 하면 좀 거창하지만 독특하고 새로운 의자임에는 분명하다. 일본 도쿄 롯폰기에 있는 저 의자는 작품 의자다. 제목은 . 다만 의자로서의 운명은 조금 불행하다. 일단 의자인줄 몰라 많이 앉아주지 않고, 또 놓인 동네 자체가 사람들이 잘 안다니는 곳이다. 허나, 의자의 운명이아 넘어가도록 하고 여기서는 저렇게 자유로운 발상과 모양으로 의자를 만든 디자이너에만 주목하자. 바로 론 아라드다. 아라드는, 지금 우리 시대 디자이너들 중에서 스타 반열에 오른 몇 안되는 가장 잘나가는 디자이너 가운데 한 명..

폐허를 느끼고 싶을 때 부암동으로 가라 2008/03/31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날 문득 부암동으로 갔다. 역사의 흔적, 망가진 곳이 주는 묘한 분위기, 허물어져가는 것을 바라보는 안타까움 같은 것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부암동에 있다. 부암동 동사무소 옆 언덕을 조금 올라가면 나오는 바로 이 집터다. 저 커다란 나무와 가꾼 정원이 어우러졌던 시절에는 무척이나 괜찮은 집이었을텐데 휑하게 방치된 마당은 이미 마당의 모습을 잃어버렸다. 집터는 온통 잡초들이 우거졌고, 동네 사람들의 간이 주차장이 되어버렸다. 저 썰렁한 빈 마당이 바로 국어 시간에 들어봤을 문인 현진건이 살았던 집터다. 현진건(1900~1943)이 누구인가. 호는 ‘빙허’. 허공에 기댄다는 멋진 호다. 와 그리고 를 우리에게 남겨준 작가. 그의 소설들은 지금 읽어도 재미있다. 이 재미있는 소설을 ..

건축가들의 숨은 자식, 모형 2008/03/28

건축도 전시회를 한다. 물론 아주 흔하지는 않다. 더더군다나 일반인들이 쉽고 편안히 볼 수 있는 건축 관련 전시회는 극히 드물다. 건축 전시회를 가봐도 별 재미는 없을 수밖에 없다. 설계 관련 도면이나 패널 시각물 등을 전시할 수 밖에 없는 탓이다. 게다가 주제나 내용이 확실하게 전공자들 대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건축만큼 이해하기 쉬운 것이 또 어디있는가. 우리가 매일 들아가 살고 일하고 잠자는 곳이 모두 건축물인데. 우리는 늘 건축속에서 사는데 말이다. 그러므로 건축 전시회도 당연히 우리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때가 됐다. 아직 그런 단계로 바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서서히 ‘그나마 쉬운’ 건축 전시회들이 늘 고 있다. 전에는 없던 현상이다. 올들어 건축계와 언론의..

건축과 사귀기 2018.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