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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자기가 100억원인 이유 2008/03/19

공식 도록에 써있기를 "편병/청화자기/하회 장식/중국 징더전/원(元), 1300~1368".무슨 소리인지 감이 오시나요? 바로 이 도자기입니다. 100억원 짜리 도자기가. 6월13일까지 서울 중구 순화동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 열리는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 세계명품도자전'에서 전시중인 도자기입니다.영국 국립박물관인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이 소장한 도자기 가운데 100여점이 한국으로 나들이를 왔는데, 이 중에서 가장 비싼 도자기가 바로 이 용무늬 납작병이라고 합니다. 문화재나 미술품 가격이 비싼 것은 알지만 그래도 들을 때마다 '도대체 왜 비싼거야?'란 의문이 들 법 합니다. 저 도자기만해도 높이 37센티미터 짜리에 술병 크기 정도이고 금테도 안둘렀는데 무려 100억원이랍니다. 저 허연 바탕에 퍼렁 그림..

렌즈 같은 눈을 가진 21세기 풍속화가 최호철 2008/03/15

97년이었다. 지금은 없어진 여의도 서남미술관에서 처음으로 그림 을 봤다.온갖 군상들을 잔뜩 집어넣어놓고는 그 속에서 주인공 월리를 찾아야 하는 독특한 숨은 그림 찾기 책 `월리를 찾아라'를 1990년대 대한민국 도시 서민 버전으로 바꿔놓은 것 같았다. 그림 안에는 홍대옆 와우산에서 한강쪽으로 내려다보는 각도로 본 서울 서북쪽 전체가 한 폭 안에 기막히게 담겨 있었다. 하도 꼼꼼하게 그림을 그려 정말 대단한 인내심을 가진 작가거나 아니면 편집증적 기질이 있는 작가일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그러나 그 철저한 꼼꼼함이나 기술적 완성도가 중요한 것은 전혀 아니었다. 그림을 보면 너무나 친숙한 이웃들의 모습에 절로 따듯해지는 것 같았다. 그런 느낌을 전해받으며 이미 마음속에선 결론이 나 있었다. ..

雜家의 매력 2018.08.24

세운상가 이슈에 끼어든 개그맨, 서울 중구청 2008/03/25

70년대 풍경 그대로 남은 대림아파트 대림아파트는 70년대 아파트만의 분위기를 잘 간직하고 있다. 아파트를 나서기 전에 마주친 몇몇 풍경들은 이제는 홀로 남아버려 귀중해진 것들을 만나는 즐거움을 줬다. 바로 이런 장면들이다. 먼저 대림아파트 경비실의 모습. 건물 내부에 합판으로 지은 저런 경비실은 요즘엔 구경조차 할 수 없는 방식이다. 그 뒤로 복도에는 오락기들이 늘어서 있다. 대림상가 입주 업체들이 내어 놓은 것들이다. 줄지어선 오락기 사이로 식당 아주머니가 배달을 마치고 돌아가고 있다. 이 복도에서 정말 예전 인테리어를 고수하고 있는 다방을 만났다. 이름은 ‘세운나 다방’. 왜 세운나 다방일까? 세운가 다방도 있었던 것일까? 쓸데 없는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지만, 아쉽게도 들어가서 물어보지 못하고 답사..

세운상가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 2008/03/24 

옥상에서 만나는 놀라운 풍경 세운상가의 가장 꼭대기 13층 옥상에 올라가보면 일단 탄성을 내지르게 된다. 옥상에서 먼저 만나는 이상한 풍경을 지난 뒤 바로 극적인 전망과 마주치면서 절로 나오게 되는 기분 좋은 탄성이다. 먼저 옥상문을 열면 거대한 옥외 광고판 내부로 나오게 된다. 광고판 속에는 거의 폐허 수준의 옥탑방이 철제 광고판 뒷면과 묘한 대비를 이루며 현실에 만날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광고판 속을 지나 이제 진짜 옥상을 만날 차례다. 좁은 계단을 열고 나오자마자 만나는 이 독특한 풍경을 거쳐 훤하게 뚫린 옥상으로 나가면 일순간 시야 전체가 확장되는 것처럼 속까지 시원한 놀라운 전망이 눈앞에 펼쳐진다. 가운데 긴 전통건축물이 들어있는 거대한 숲, 조선최고의 성지 종묘다. 사진이 작..

사라지기 전에 세운상가에 가다 2008/03/22

날씨가 그야말로 화창했던 20일 오후, 드디어 세운상가 답사를 다녀왔다. 오랫 동안 마음속으로 생각만 했던 답사였다. 게으름과 바쁨 탓에 미루고 미루다가 마침내 이날 숙제를 마치듯 답사를 마쳤다. 세운상가는 계획대로라면 멀지 않은 미래 철거에 들어간다. 그러나 아직 상인들과 충돌이 끝나지 않아 정확한 공사 시기는 언제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서울 종로 한복판에서 40년 동안 버티고 있었던 이 거대한 회색 괴물이 이제는 사라진다는 점이다. 30년 가까이 이 건물을 지나다니며 보아왔음에도 그 내부를, 그 전체를 들여다본 적이 없었다. 마침 도시의 풍경을 기록해온 단체 문화우리에서 곧 떠나게 될 세운상가를 기록한다고 해서 함께 따라나섰다. 이렇게라도 돌아봐두지 않으면 앞으로 이 문제적 건축물을 ..

귀엽고도 얄미운 토토로의 집, 그리고 둘리마을 2008/03/10

일본은 세계적인 만화와 애니메이션 왕국으로 꼽힌다. 그러나 정작 도쿄에서 쉽게 가볼만한 만화나 애니메이션 관련 명소는 선뜻 찾기 힘들다. 만화전문서점 만다라케가 만화팬들에겐 명소로 꼽히지만 외국인들이 가볼만한 관광코스로 보긴 힘들다. 애니메이션의 경우도 관련 명소가 거의 없다.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 지브리미술관이 등장했다. 이후 이 곳은 단숨에 도쿄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명소가 됐다. 재미있어도 남는 아쉬움과 얄미움-지브리미술관 지브리미술관은 일본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대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사 지브리스튜디오가 운영하는 곳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팬들에겐 제법 매혹적인 곳일테고, 보통 관광객들에겐 1000엔이란 입장료가 그리 아깝지는 않은 무난하게 가볼만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지브리미술관은 ..

雜家의 매력 2018.08.24

허영만부터 홍대리까지 만화가 작업실 엿보기 2008/03/06

만화가들 작업실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팬들을 사로잡는 이미지들이 태어나는 ‘꿈의 공장’은 실은 색다르면서도 평범하며, 아기자기하면서도 지저분한 치열한 삶의 현장입니다. 직업 덕분에 여러 만화가들의 작업실을 가봤습니다. 그림 그리는 곳이니 다들 비슷하면서도 만화가 다르듯 모두 달랐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실은 최고 만화가 허영만 화백의 작업실이었습니다. 허 선생의 작업실은 세번 방문했습니다. 작업실은 이사를 가도 작업 공간인 책상의 모습은 바뀌지 않고 그대로 옮기는 것 같았습니다. 허선생 책상의 가장 큰 특징은 책상 주변에 이런 저런 메모를 무척이나 많이 붙여놓는 것입니다. 일단 먼저 사진부터. 정말 여러가지 것들이 나름의 법칙에 따라 빼곡하게 들어차 있지요? 맞은편에는 화실 문하생들과..

雜家의 매력 2018.08.24

누가누가 많이 죽이나-람보에 대한 몇가지 2008/03/03

가 개봉한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람보와 실베스터 스탤론, 그리고 록키에 대한 생각에 잠시 잠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와 라는 두 시리즈 영화에 얽힌 80년대의 추억들이 순간 머릿속을 휘리릭 지나갔다. 아직 새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여러가지가 궁금했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분들이야 시리즈를 오만한 미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골빈 영웅 영화로 비판하시지만, 그래도 뭐 어쩌랴. 맘에 안들어도 이미 그 시절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어버렸는데. 영화니 그러려니하며 보고 웃어 넘기면 그뿐 아니겠는가. 이번에는 몇명이나 죽일까? 4편을 보고온 김소민 기자에게 소감을 물었다. “잔인해요”. 그말을 들으니 이번 4편에선 람보가 몇명이나 죽일까 궁금했다. 람보는 늘 전편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여왔다. 에서 람보가 죽인 사람 수는, ..

雜家의 매력 2018.08.24

도쿄의 골목에서 만난 일본스러움 2008/02/28

‘저건 뭐지?’무척이나 날빛이 강했던 지난 여름 어떤 날, 도쿄 에도구 기요스미시라카와 역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던 중이었다. 평범한 주택가의 흔하디 흔한 골목길 구석에 있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그늘 속에 조그만 물체 하나가 숨어있었다. 처음에는 까만 비석인줄 알았다. 아끼던 개가 죽어 묻기라도 했나, 혼자 궁금해서 들여다봤다. 뜻밖에도 기념비였다. 30센티미터나 될까한 아주 작은. 적혀있는 글은 ‘사도 포장완성기념’. 자기 집 앞 길을 시멘트로 포장한 기념비였던 것이다. 재미있었다. 도시 전체로 보면 공사 같지도 않은 공사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골목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중요한 공사였겠는가. 그걸 저런 작은 기념물로라도 기념하려는 서민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었다. 살면서 소중한 일들을 자기 스..

떡볶이의 과거는 계승되고 있는가 2008/02/26

예전에 먹었던 음식의 맛은 추억이 더해지기 때문에 더 맛있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옛날을 떠올리며 음식을 먹는 즐거움이 더해지고, 그래서 더욱 그 음식에 애착이 강해지기 쉽다. 그러면, 온국민의 간식 떡볶이는 어떨까? 대부분 사람들에게 떡볶이란 음식은 어머니가 해주시는 떡볶이의 추억이 있을 것이고, 장보는 어머니를 따라가 시장골목에서 먹었던 떡볶이의 추억, 친구들과 길거리 노점에서 먹었던 떡볶이의 추억 같은 것들이 있으리라. 서울에서 자란 분이라면 떡볶이집 안에 디제이박스가 있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는 신당동을 떠올리시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 지금처럼 쌀떡으로 떡볶이를 해서 파는 것은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부터였다. 그 전에는 찰지지 않아서 이빨을 대면 쉽게쉽게 잘라지는 밀가루떡으로 만든 맛없는..

雜家의 매력 2018.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