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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고 만화, 고르는게 고문이네 2008/07/26

최근 부천만화상을 심사하러 다녀왔습니다. 이럭저럭 만화와 오랜 인연을 맺어오다보니 가끔 만화에 점수 매기기를 하게 되는 일이 생기곤 합니다. 그런데, 이 만화 심사라는 것이 괴로운 일입니다.이론적으로 심사는 좋은 것을 골라내는 작업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반대입니다. 심사하는 처지로선 좋은 만화를 안타깝지만 눈 질끈 감고 밀어내야 하는 읍참마속의 과정입니다. 이번 부천만화상 심사도 수많은 작품들을 놓고 도대체 뭘 탈락시켜야 할지 괴로운 고민을 실컷 해야 했습니다. 지난 1년 사이 나온 최고 만화를 뽑아라 부천만화상은 대한민국만화대상과 함께 가장 큰 양대 만화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만화대상은 대통령상, 장관상 등으로 수상자를 정하고, 대상에 1천만원의 상금을 줍니다. 반면 부천만화상은 대상이 50..

성폭행을 응징한 역대 최고의 복수는? 2008/07/09

서양 미술사에서 가장 끔찍한 명화를 뽑는다면?아마 이 그림이 1위가 되지 않을까. 사실감 넘치는 ‘살인의 순간’에 절로 오싹해진다. 한 여자는 침대 위에서 발버둥 치는 남자를 꼼짝 못하게 붙들고 있고, 또 한 여자는 남자 머리를 붙잡아 목을 쓱쓱 베고 있다. 칼이 이미 목의 절반을 지나 목이 몸통에서 분리되기 일보직전이다. 그림 속 여자를 보면 살인은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작정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목을 베는 여자는 칼질을 하면서 몸을 뒤로 빼고 있는데, 끔찍해서가 아니라 피 튀는게 싫어서인 것이 틀림없다. 팔 소매를 이미 걷어부친 것이 그런 사실을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듀엣으로 목을 따고 있다는 것이 이미 이 두 여자가 의도된 킬러임을 알려준다. 저 그림속 살인하는 여자 이름은 유디트다. 유디트에게 ..

문화재가 꼭 아름다워야만 하는 건 아니다 2008/06/25

제목으로 감은 잡으셨겠지만 바로 이것이 문화재입니다. 문화재란 사실을 알고 봐도 ‘정말 문화재 맞어?’라고 물으실 법 합니다.문화재 맞습니다. 이번에 등록문화재로 지정되는 경북 김천의 부항지서 망루입니다. 슬픈 역사가 낳은 가슴 아픈 유적들 그러면, 이 허물어져 원래 무엇이었는지 짐작도 어려운 망루의 흔적은 왜 문화재가 된 것일까요? 힌트. 계절과 역사로 한번 짐작해 보시지요.정답은 6.25 관련 등록문화재입니다. 저 부항지서 망루는 1950년 한국전쟁이 터진 뒤 주민들이 콘크리트로 직접 만든 방어시설입니다. 주민들이 경찰을 도와 북한군 게릴라들의 침투를 막는데 기여한 유적이라고 합니다. 이제는 그 흔적조차 알기 어렵게 방치되어 있지만 한국 현대사의 한 장면을 담고 있는 귀중한 유적이라고 하겠습니다. 2..

雜家의 매력 2018.09.10

한옥의 얼굴 창호의 매력 2008/06/16

집을 사람이라고 한다면 얼굴이 되는 부분은 어디일까요? 전통 한옥이라면 ‘창호’, 그러니까 ‘문’이 바로 사람의 얼굴 같은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엇비슷해보이는 한옥들의 분위기를 서로 다르게 만드는 것으로 창호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한옥의 매력 포인트 ‘창호’ 제대로 볼 수 있는 곳 생겼다 흔히 문이라고 말해도 되는 창호는 ‘窓 + 戶’가 되어 나온 말입니다.창(窓)은 빛과 바람이 들어오라고 만드는 통로입니다.호(戶)는 방과 방을 이어주는 통로입니다. 이 두가지 기능을 합한 창호는 사람이 드나들 때는 문이 되고 가만 있을 때는 통풍과 채광을 하는 창이 됩니다. 이 창호를 온갖 다양한 무늬로 만드는 것이 우리 한옥의 특징입니다. 바로 옆 중국과 일본과 비교해봐도 전혀 그 디자인 감각이 달라 우리 한옥만의 ..

건축과 사귀기 2018.09.10

한국에서 가장 근사한 주차장? 2008/06/13

주차장이 근사하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타워팰리스처럼 입주자 자동차번호별로 지정석을 마련한 주차장도 있겠지만, 대부분 주차장들은 그 모양면에서는 타워팰리스부터 동네주차장까지 큰 차이가 없다. 재벌 회장집 주차장은 본 적이 없어 모르나 주차장까지 아주 근사할 것 같지는 않다. 지금까지 본 주차장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주차장이라면 단연 이 주차장을 꼽고 싶다. 특이하게도 우리 전통건축 양식으로 주차장을 꾸몄다. 전통가옥 보존지구인 서울 북촌, 그러니까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 한옥 밀집촌에 있는 주차장이다. 근사한 전통담 사이로 주차장 입구가 나 있다. 주차장 담과 한 몸으로 길가에서 보이는 한옥 건물은 뭔가 궁금해진다. 그럼 반대쪽에서 본 모습 한장 더. 이 주차장은 길쪽 담장만 아니라 주차장 안쪽 벽도 같..

강의실도 작품이다-국내 최초 온돌 강의실 2008/06/12

강의실, 왜 다 똑같아야 하는가?-새로운 강의실의 탄생 북한산 빼어난 산자락에 자리잡은 국민대학교, 국민대학교의 자랑인 디자인 분야 전문대학원인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그 2층에 5월20일 새로운 곳이 등장했다. 바로 이 강의실. 불투명 플라스틱 위벽 사이로 뽀얗게 비치는 불빛이 은은하다.왼쪽 모서리는 유리로 처리해 안이 들여다보인다. 유리 위에는 강의실 이름도 따로 붙였다. 강의실 이름은 담담원. 맑은 이야기를 나누는 정원이란 뜻이다. 강의실인데도 정원으로 이름붙인 것이 독특하고 새롭다. 그럼 이제 안으로 들어갈 차례. 안으로 보이는 강의실 모습이 이미 온돌 좌식임을 보여주고 있다. 하얀 플라스틱 판은 문은 물론 강의실 안에서도 여닫을 수 있는 칸막이로 달려있다. 저 하얀 플라스틱벽은 양쪽으로 움직여 조..

건축과 사귀기 2018.09.10

맨홀을 보면 사회가 보인다 2008/06/08

단군 이래 처음으로 맨홀뚜껑 때문에 인생의 위기를 맞은 사람이 나왔습니다. 그것도 맨홀을 훔치다 잡힌 것도 아니고, 맨홀 훔치지 말라고 했는데도 수렁에 빠졌습니다. 맨홀 도난을 촛불집회와 연관시켰다가 치명타를 맞은 방송인 정선희씨 이야깁니다. 맨홀, 과연 많이 훔치나?-맨홀에 담기는 사회 이번 글은 촛불집회와 얼떨결에 연결된 맨홀, 그 자체에 대한 이야깁니다. 이 글에선 정선희씨의 말이 옳다 그르다의 문제는 일체 다루지 않는다는 것부터 말씀드리고 시작합니다. 정선희씨는 22일 라디오프로그램에서 자전거 도난 사연을 전하다가 “광우병이다 뭐다 하면서 애국심을 불태우며 촛불집회를 해도 환경을 오염시키고 맨홀 뚜껑을 퍼가는 일 등은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하는 범죄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과연 그렇게 맨홀..

김흥국의 <호랑나비> 기념비를 보며 2008/06/05

아직까지 함평에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언젠가 한번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올해에는 꼭 아들과 함평 나비축제에 가보고 싶었으나 결국 또 놓치고 말았다. 나비 축제가 시작된 지난 4월, 흥미로운 뉴스를 하나 접했다. 가보고 싶었던 함평에 대한 내용이어서 눈길이 갔다. 기사는 함평 엑스포공원에 가수 김흥국씨의 노래비가 세워졌다는 소식이었다. 호랑나비 노래비? 나비축제의 고장이니 나비 노래로 볼거리를 더하는 것인가 싶었다. 김흥국씨의 고향이 함평인지 궁금했으나 기사에는 그런 언급은 없었다. 김흥국, 함평, 그리고 영국의 소도시 모어캠 보도를 보니 “가로 3.8m, 세로 2m, 높이 3.5m 규격의 이 노래비는 화강석, 상주석, 브론즈, 스테인리스 등의 다양한 재료와 색채를 사용한 것이 특징으로 현대적..

야하고 웃겨서 더 슬픈 고발 사진들 2008/06/03

이번 글에선 미성년자 관람불가 사진을 올리게 됐다.예술이라 생각하시고 노출에 대해선 잠깐만 눈감아 주시길 바란다. 포르노냐, 예술이냐-한 사진가의 색다른 시도 여기 한 장의 사진이 있다.아무리 봐도 사진 자체로는 독해가 쉽지 않다. 일단 보도록하자.얼핏 보면 포르노같기도 하고, 무언가 강하게 말하려는 것 같기도 하다. 포르노라고 보기엔 너무 진지한 것 같기도 하다.도대체 저 여자는 누굴까? 저 남자들은? 노출이 세지만 틀림없이 웃기는 사진이다. 그 웃음 뒤에 묘한 무언가가 작품에 깔려 있는 느낌이다. 슬픔일까? 사람마다 다를테니 통과하고 다음 사진으로. 역시 묘하다. 더욱 웃기는 모습이다.여자는 아까 그여자 맞다. 남자들도. 그런데 이번에 저 포즈는 또 뭐란 말인가? 등장하는 이들이 동양사람들인데 그럼 ..

도서관의 기적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2008/05/30

2003년이니 벌써 5년 전이었습니다. 그해 11월10일, 저는 태어나서 2번째로 순천에 갔습니다. 첫번째 순천에 간 것은 낙안읍성을 보러 간 것이었고, 이 때 두번째로 순천을 간 것은 바로 ‘기적의 도서관’ 개관을 취재하러였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2008년, 그 사이에도 기적의 도서관은 조용히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기적의 도서관을 방송했던 프로그램 (느낌표)는 끝났어도 기적의 도서관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런 점이 오히려 더 기적의 도서관이 기적이란 이름을 가질만한 이유일 것입니다. 그렇게 방송 없이도 묵묵히 전국에 어린이 도서관을 만들어온 기적의 도서관이 5월23일 드디어 10번째 결실을 맺었습니다. 정읍기적의 도서관이 탄생한 것입니다. 이번 정읍 기적의 도서관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이번에는 아쉽게도..

건축과 사귀기 2018.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