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가구의 세계 22

짜증나는 공공 조형물, 재판해 버립시다 2009/06/18

취미가 하나 생겼다. 상상으로 해보는 재판 놀이다. 아주 간단하다. 스스로 판사가 되어 판결을 내리는 거다. 물론 완전히 내 맘대로. 어허, 정말 못된 짓을 하셨군요. 도대체 뭘 믿고 이따위로 하신 건가요? 벌 좀 받으시죠, 땅땅땅. 이러고 놀면 된다. 이 재판 놀이는 한 디자이너에게 배웠다. 공공미술과 공공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디자이너인데, 내 취미가 ‘거리 가구’(스트리트 퍼니처·거리의 각종 공공시설물들)를 들여다보고 사진 찍는 것이어서 가끔 만나 디자인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그런데 둘이 만나면 늘 마지막에는 같이 한숨을 푹푹 쉬면서 힘이 쪽 빠진 채로 헤어지는 법칙이 있다. 디자인 이야기를 하다 보면 우리 공공미술과 디자인 현실을 싫어도 다시 확인할 수밖에 없어서다. 아직도 디자인계의 최신 흐름과..

세종대왕 동상도 낙하산에 재탕 삼탕을 한다? 2009/06/02

너무나 친숙한 곳, 서울을 넘어 한국의 상징거리인 광화문 세종로입니다. 지금 이곳은 한창 공사중입니다. 조만간 광장으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대한민국 대표공간이 광장으로 변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세종대왕 동상이 들어섭니다. 국가대표 광장에 들어설 국가대표 동상인데, 그럼 그 만드는 과정도 국가대표급일까요? 한번 들여다보시죠. 우선 광화문 광장 예상 조감도입니다. 저 광장 중간에 10월 쯤 세종대왕 동상이 들어섭니다. 정확한 장소는 이렇습니다. 저 가운데 사이트라고 한 부분이 세종대왕 동상이 들어설 곳입니다. 이제 동상 모습입니다. 서울시가 고른 디자인이 바로 저 안입니다. 5명의 작가를 선정해 안을 받아 그 중에서 당선작을 뽑은 것입니다. 세종대왕 동상의 크기는 아래 기단부까지 합쳐 9.5미터입..

한국에서 가장 에로틱한 동상은? 2009/06/01

제 교과서는 거리입니다. 기자로서 제가 문화와 사회를 배우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 거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거리 풍경에 사진기를 들이대는 것이 취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거리속에는 여러가지 다양한 표정과 재미가 들어있다는 것을 자주 실감하곤 합니다. 그래서 완전히, 철저히, ‘내맘대로’ 거리 풍경 베스트를 뽑아봤습니다. 뭐 저정도를 가지고 베스트냐, 더한 것이 있다 싶으신 분들은 가차없이 덧글과 사진을 올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재미있는 풍경, 혼자서만 즐기지 말고 모두 알고 지낼 수 있게 말이죠^^. 가장 멋있는 버스 정류장은? 서울 신문로 흥국생명 빌딩은 망치질하는 거대한 조각으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그 망치질 하는 거인 못잖게 인상적인 작품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 빌딩 앞 버스..

도쿄 길바닥에 시선이 꽂혔던 까닭 2009/05/24

길바닥에도 재미는 있을 수 있다 2007년이었습니다. 모처럼 도쿄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서울처럼 크고 번화하고 복잡한 도쿄를 돌아다니는 동안 제 눈에 들어온 것은 우리와 비슷한 것보다는 우리와 다른 것들이었습니다. 두 도시가 워낙 비슷한 점이 많아서였겠지요. 개인적으로 건축과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던 터여서 건물과 거리 풍경을 더 눈여겨 보면서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신주쿠에서 갑자기 바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백화점 앞 보도 바닥에 동그랗게 달려있는 맨홀 뚜껑이었습니다. 새삼 맨홀이란 것을 생각해보게 만든 맨홀이 바로 이녀석이었습니다. 일본의 상징인 벚꽃과 도쿄도의 상징인 은행잎으로 디자인한 맨홀이었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커다란 건물보다도 오히려 이런 작은 곳에 숨어있는 일본스러움을 발견할 때 일..

간판은 아이디어다 2009/05/14

어, 저게 뭐지? 서울 마포구 공덕동 , 공덕시장으로 가는 좁은 이면도로에서 문득 한 건물에 눈길이 갔다. 평범한 동네 다세대 건물이다. 그런데 뭔가 다른게 있었다. 건물 외벽에 손 모양 띠를 두른 간판이었다. 엄청나게 대단한 아이디어가 아니더라도 반가운 아이디어다. 폰카로 찍는 바람에 화질이 영 아니올시다여서 아쉽다. 절규하듯 요란한 한국 간판의 문제는 요란하기 짝이 없어도 정작 다른 간판들도 모두 요란해 결국 차별화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거리 풍경 해쳐가며 만든 간판이 오히려 잘 보이지도 않는 것이다. 주인은 주인대로 거리 풍경 해치며 돈만 쓰고, 행인들에겐 시각 공해만 추가해 괴롭히는 짓이다. 간판 주인의 마인드를 고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데도 결국은 요란한 간판을 고집하는 이들이 아직..

저 거대한 댐에 담겨있는 또다른 것들 2009/04/15

소양강댐에서 읽어보는 현대사 코드들 한국의 대표 댐 소양강댐은 다양한 기념 조형물들이 한꺼번에 모여있는 흥미로운 곳이다. 기념탑, 박정희 친필 기념비, 육영수 방생 기념비... 뜬금없이 88올림픽 개최 기념비에 최근 지은 물문화관까지.경제개발기의 꿈이었던 초대형 다목적댐으로 그 존재 의미가 워낙 컸던 탓에 기념 조형물들이 이곳에 세워졌다. 이후 수많은 이들이 찾아오는 관광지로 계속 개발되면서 다양한 조형물과 기념용 시설들이 하나둘씩 따라붙기 시작했다. 이런 다양한 조형물들은 각각 그 시대를 담으며 이 공간에 쌓인 시간의 층위와 조형문화의 천을 뜻하지 않게 보여주기도 한다. 지난 금요일, 막국수를 열심히 먹자는 취지로 떠난 춘천 나들이길에 모처럼 소양강댐을 다녀왔다. 부근에 있는 유명 막국수집 샘밭막국수에..

맨홀을 보면 사회가 보인다 2008/06/08

단군 이래 처음으로 맨홀뚜껑 때문에 인생의 위기를 맞은 사람이 나왔습니다. 그것도 맨홀을 훔치다 잡힌 것도 아니고, 맨홀 훔치지 말라고 했는데도 수렁에 빠졌습니다. 맨홀 도난을 촛불집회와 연관시켰다가 치명타를 맞은 방송인 정선희씨 이야깁니다. 맨홀, 과연 많이 훔치나?-맨홀에 담기는 사회 이번 글은 촛불집회와 얼떨결에 연결된 맨홀, 그 자체에 대한 이야깁니다. 이 글에선 정선희씨의 말이 옳다 그르다의 문제는 일체 다루지 않는다는 것부터 말씀드리고 시작합니다. 정선희씨는 22일 라디오프로그램에서 자전거 도난 사연을 전하다가 “광우병이다 뭐다 하면서 애국심을 불태우며 촛불집회를 해도 환경을 오염시키고 맨홀 뚜껑을 퍼가는 일 등은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하는 범죄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과연 그렇게 맨홀..

김흥국의 <호랑나비> 기념비를 보며 2008/06/05

아직까지 함평에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언젠가 한번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올해에는 꼭 아들과 함평 나비축제에 가보고 싶었으나 결국 또 놓치고 말았다. 나비 축제가 시작된 지난 4월, 흥미로운 뉴스를 하나 접했다. 가보고 싶었던 함평에 대한 내용이어서 눈길이 갔다. 기사는 함평 엑스포공원에 가수 김흥국씨의 노래비가 세워졌다는 소식이었다. 호랑나비 노래비? 나비축제의 고장이니 나비 노래로 볼거리를 더하는 것인가 싶었다. 김흥국씨의 고향이 함평인지 궁금했으나 기사에는 그런 언급은 없었다. 김흥국, 함평, 그리고 영국의 소도시 모어캠 보도를 보니 “가로 3.8m, 세로 2m, 높이 3.5m 규격의 이 노래비는 화강석, 상주석, 브론즈, 스테인리스 등의 다양한 재료와 색채를 사용한 것이 특징으로 현대적..

사라진 서대문을 찾아서-보이지 않는 문은 어디에? 2008/04/18

서울 4대문 가운데 안타깝게 사라져버린 서대문, 그러니까 돈의문은 원래 어디 있었을까? 일제가 돈의문을 헐어버린 것이 1915년이니, 벌써 93년이 흘렀다. 500년 넘게 서울 서쪽을 지키던 문은 지금 완벽하게 그 흔적조차 사라졌다. 그래서 원래 서대문이 있던 정확한 위치는 어디인지 서울 토박이들도 알기 어렵다. 대충 지하철 서대문역 서대문 네거리 어디쯤으로만 여길 뿐이다. 사라지기 전 돈의문의 모습. 아래는 1896년 사진. 문 주변 남루한 서민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돈의문은 서울 4대문 중 하나였지만 사실 규모면에선 숭례문(아래 사진)에 비길바는 못되었다. 숭례문이 불타버린게 더욱 아쉽기만 한 이유다. 숭례문 예전 모습. 위 돈의문과 비교해보면 훨씬 규모가 크고 웅장함을 알 수 있다. 돈의문이 있던..

착각을 해줘야 고마워하는 그림들 2008/04/13

요즘에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 가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2월말에 이곳에 뭔가가 생겼습니다. 광화문 네거리에서 세종문화회관 앞쪽으로 가다보면 바닥에 보이는 바로 저것입니다. 조금 더 가까이 가면 드디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그림입니다. 돌고래가 갑자기 땅바닥에서 튀어오르는 장면을 그린 그림입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 각도에서 보도록 특별히 그린 ‘착시화’입니다. 저 돌고래 그림말고도 하나가 더 있습니다. 그림 조금 앞쪽에 발자국 표시를 그려놓아 그림을 보는 장소를 지정해놓았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그림일까요. 이번에는 즐겁게 춤을 추는 비보이들의 무대를 그렸습니다. 계단과 지하철 입구를 그려 착각하게 만드려는 그림입니다. 세종문화회관 앞에 2월말쯤 갑자기 등장한 저 그림들은 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