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사귀기 72

기둥이 춤을 춘다-한국 전통 기둥의 은밀한 매력 2008/05/28 18:16.24

우리나라 전통건축에서 꼭 눈여겨 볼 부분이 있다면 바로 기둥입니다. 건물에서 기둥은 당연히 중요합니다. 기둥 덕분에 건물이 서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미적인 측면에서도 기둥은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원래 건물의 생김새를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것은 지붕입니다. 지붕이? 생각해보면 당연한 말입니다. 건물의 인상은 지붕에 달렸습니다. 기와지붕, 슬라브지붕, 뾰족지붕... 지붕처럼 집을 결정짓는 것도 없습니다. 기둥이 춤을 추는 절, 개심사 기둥은 지붕만큼은 아니어도 은근히 건물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학교 다닐 때 배운 것 생각해보시죠. 도리아식 기둥, 이오니아식 기둥, 코린트식 기둥... 이런거 기억나시죠? 서양 건축은 기둥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또한 기둥이 줄지어 서있는 것을 ‘..

건축과 사귀기 2018.09.05

그윽한 한옥 추사고택 2008/05/15

추사 김정희.불세출의 대천재. 또는 모화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수재. 어찌됐든 미스터리한 인물. 그가 태어난 집인 예산 추사고택은 전통건축 답사 코스로도 손꼽힌다. 조선시대 상류층 집안의 단아한 건축을 잘 보여주는 집이다. 하지만 추사고택은 건축미가 뛰어나서 감탄하게 되는 집이 아니다. 화려하지도, 웅장하지도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이런 집이라면 정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집이다. 그게 추사고택의 매력이다. 가만히 앉아서 쉬고 싶은 그런 집이다. 솟을대문으로 들어서면 먼저 사랑채가 나온다. 추사고택은 3단구성이다. 완만한 언덕에 집이 자리잡아 입구부터 사랑채, 안채, 사당 순으로 위로 올라간다. 사랑채 앞에는 돌이 하나 서있다. 비석일리는 없는데 ‘석년’(石年)이란 글씨가 새겨져있다. 추사가..

건축과 사귀기 2018.09.03

한국 건축 역사상 가장 논란이 된 건물은? 2008/05/07

건국 이래 가장 큰 논쟁에 휩싸인 건물 한국 건축을 말할 때 정말 지겨울 정도로 거론 되는 이름이 1세대 양대 스타 건축가인 김수근과 김중업이다. 그 두 명 중에서도 더욱 유명한, 그러니까 한국 건축역사상 가장 유명한 건축가는 단연 김수근이다. 김수근(1931~1986)이 누군지 모를 수 있어도 대한민국 국민이면 김수근의 작품을 접하지 않기가 불가능하다. 건축 전문가들은 미학적 기준을 중시해 김수근의 대표작으로 서울 원서동의 공간사옥이나 경동교회 등을 꼽지만 김수근을 더 쉽게, 일반적으로 설명하는 건물들은 굵직굵직한 대형 국가적 건물들이다. 위의 사진에서 김수근의 뒤에 있는 올림픽주경기장이라든지 종로의 세운상가, 대학로 문예회관, 서대문에 있는 경찰청, 서초동 법원청사, 그리고 남산 자유센터와 타워호텔 ..

건축과 사귀기 2018.09.03

강남역 ‘땡땡이 빌딩’의 숨은 비밀 2008/05/05

강남 논현동, 흔히 말하는 제일생명 네거리에 짓고 있는 독특한 건물이 지어지고 있다. 아직 짓고있는 중인데도 인터넷에선 이 건물이 화제로 떠올랐다. 완공도 되기 전에 ‘빵빵이 빌딩’(구멍이 빵빵 뚫렸다고 해서) 또는 ‘땡땡이 빌딩’이란 애칭까지 붙었다. 예상을 깬 것은 독특한 생김새가 아니었다 땡땡이 빌딩은 무척이나 ‘화끈한’ 디자인이어서 오히려 강하고 과잉된 디자인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는 모습이다. 비슷비슷한 건물들만 있는 한국 현실에선 조금 디자인이 강해보이긴 해도 보는 재미를 주는 점은 분명해보였다. 저 건물이 완공되면 이렇게 생길 것이라고 한다. 미리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조감도다.이름하여 ‘어번 하이브 빌딩’. 하이브는 벌집이란 뜻이다. 도시의 벌집, 그럴듯한 이름이다. 그런데, 이 건물을 디자..

건축과 사귀기 2018.09.03

한국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성당에 가다 2008/04/30

어느새 10년전 영화가 되어버린 에서 깡패 박신양과 여의사 전도연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상대였지만 사랑하게 된다. 두 사람이 성당에서 몰래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이자 명장면으로 꼽힌다. 결혼식 장면을 찍은 그 아름다운 성당이 바로 전주 전동성당이다. 슬픔어린 장소에 들어선 아름다운 성당 전주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할 건물이 있다면 전동성당을 빼놓을 수 없다. 한옥마을 입구, 전주를 대표하는 전통 건축물인 경기전 앞에 있는 전동성당은 영화 으로 더욱 유명해진 전주의 랜드마크다. 서울대 건축과 전봉희 교수는 이 성당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전동성당은 보기만해도 다른 성당들과 다르다. 고딕식 첨탑에 대한 집착이 심한 우리나라 대부분 기독교 ..

건축과 사귀기 2018.09.02

눈썹 달린 건물 보셨어요? 2008/04/27

전국 대부분 도시에는 ‘교동’이란 동네가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학교가 있는 동네란 뜻이다. 어떤 학교가 있었던 곳일까? ‘향교’다. 향교는 지금으로 따지면 중고등학교쯤 된다. 전국에 얼마나 많았겠는가. 2백몇십곳이나 됐다. 전국 각지의 ‘교동’들이 그 증거다. 조선시대 향교를 설치할 때 원칙이 ‘1읍1교’였다. 향교 모양은 서울 성균관을 본땄다. 영화 의 그곳 대부분 이들에게 향교는 국사 시간에 ‘조선시대 공립학교’라는 정말 딱딱하기 짝이 없는 개념으로 억지로 머리에 집어넣어야 했던 단어일 것이다. 향교를 가본 이도 적을 듯하다. 물론 향교가 많이 사라진 탓도 있다. 전주향교는 지금 남아있는 향교들 중에서 가장 가볼만한 곳 중 하나다. 역사적 의미 때문이 아니다. 하염없이 앉아서 흘러가는 구름을..

건축과 사귀기 2018.09.02

이화여고가 부러운 까닭 2008/04/15

우리나라에서 가장 예쁜 학교 담장을 소개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담길이라면 어디일까요? 덕수궁 돌담길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덕수궁 돌담길에서 조금만 더 정동쪽으로 올라가시면 아주 인상적이고 예쁜 또다른 담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예쁜 학교 담입니다. 바로 이화여고 담길입니다. 저 보기 좋은 돌담이 이화여고 담장입니다. 역사가 오랜 학교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담장이라고 하겠습니다.그런데, 자세히 보시면 다른 돌담과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아랫부분입니다. 돌담 아래 시멘트 구조 부분이 울긋불긋한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저 부분은 경사로를 따라 점점 넓어지면서 모습을 드러냅니다. 투박하고 정감어린 돌담 아래 칙칙한 시멘트 담이 맞닿는 구조여서 전..

건축과 사귀기 2018.09.02

아파트 한옥으로 탈바꿈하다-2부 2008/04/10

그럼 완성된 집 안을 둘러보도록 하겠습니다. 전체적으로 나무 색조로 처리되어 무척 아늑한 느낌을 줍니다. 한옥 속 코드의 재미, 천장 집주인은 과감하게 마루에서 텔레비전을 없앴습니다. 대신 원목 색깔의 나무 책장을 놓아 집 분위기가 더 살아납니다. 천장도 커다란 등 하나로 달지 않고 작은 등을 줄지어 달았습니다. 천장과 마루를 한번 대비해서 보겠습니다. 천장과 마루를 묶어본 것은 단순히 위-아래여서가 아니라 두 부분의 디자인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마루는 우물마루입니다. 그런데 저 천장도 ‘우물천장’입니다. 역시 모양이 ‘우물 정’자 모양이어서 붙은 이름입니다. 저 우물천장은 살림집에서는 잘 안쓰는 디자인입니다. 주로 궁궐이나 특히 절에서 많이 쓰는데, 단청을 넣어 한껏 모양을 냅니다. 저 천장은 ..

건축과 사귀기 2018.08.24

아파트 한옥변신 대작전! 2008/04/10 

현관문을 열기 전까지는 그냥 평범한 아파트입니다. 문을 여는 순간, 부드러운 나무색이 먼저 눈으로 들어옵니다. 그런데 어딘가 다른 것이 또 느껴집니다. 철제 현관문 안쪽이 다른 집들과 다릅니다. 밖에서는 쇠문인데, 집 안쪽은 나무문입니다. 나무를 덧대 전통문짝 모양을 낸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현관 안으로 보이는 바닥이 한옥 나무마루 모양입니다. 어떻게 된 집일까요? 이 독특한 아파트는 서울 중계동 이경진씨네 집입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실내 전체를 한옥 짓는 법으로 완전히 새로 고친 아파트가 되겠습니다. 국내 최초의 한옥 아파트 탄생하다 평소 한옥에 관심이 많아 한옥 공부를 열심히 해온 집주인 이경진씨는 어느날 큰 결심을 합니다. 아파트를 완전히 한옥식으로 개조하기로 한 것입니다. 평소 한옥 수업을 듣..

건축과 사귀기 2018.08.24

건축가들의 숨은 자식, 모형 2008/03/28

건축도 전시회를 한다. 물론 아주 흔하지는 않다. 더더군다나 일반인들이 쉽고 편안히 볼 수 있는 건축 관련 전시회는 극히 드물다. 건축 전시회를 가봐도 별 재미는 없을 수밖에 없다. 설계 관련 도면이나 패널 시각물 등을 전시할 수 밖에 없는 탓이다. 게다가 주제나 내용이 확실하게 전공자들 대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건축만큼 이해하기 쉬운 것이 또 어디있는가. 우리가 매일 들아가 살고 일하고 잠자는 곳이 모두 건축물인데. 우리는 늘 건축속에서 사는데 말이다. 그러므로 건축 전시회도 당연히 우리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때가 됐다. 아직 그런 단계로 바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서서히 ‘그나마 쉬운’ 건축 전시회들이 늘 고 있다. 전에는 없던 현상이다. 올들어 건축계와 언론의..

건축과 사귀기 2018.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