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사귀기 72

[만만건축 2회] 파괴가 만들어낸 예술 2009/01/15

코번트리. 인구가 한 30만명쯤 되는 영국 도시입니다. 이 도시의 상징은 뜻밖에도 벌거벗고 말탄 여인네입니다. 애마부인? 아닙니다. 고다이버 부인이란 이랍니다. 그 유명한 고다이버 부인입니다. 고다이버 여사는 1000년쯤 전, 이곳 영주의 부인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남편은 아주 돈독이 오른 사람이었던 모양입니다. 세금을 너무 심하게 걷어 백성들이 죽을 지경이었다고 하네요. 부인 고다이버 여사마저 남편을 말렸습니다. 세금 좀 작작 걷으라고. 그 말을 들은 남편, 과연 뭐라고 했을까요? “뭐? 나보고 돈을 덜 걷으라고? 그럼 당신이 발가벗고 한번 동네 한바퀴 돌아봐. 그럼 한번 생각해볼께.” 자기 부인을 조롱하는 꼴을 보니 영주 수준이 저질 싸구려네요. 그러나 부인은 명품이었습니다. 고민하던 고다이버 부인..

건축과 사귀기 2018.09.16

[만만건축 1회] 세상에서 가장 유쾌한 기숙사 2009/01/12

안녕하세요, 구본준 기잡니다. 블로그에서 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우리가 꼭 알아야할 건축이 아니라 그냥 재미있는 건축이야기입니다. 그냥 재미, 그게 건축의 맛이죠. 좋은 건축은 다 재미있습니다. 재미있는 건축, 이야기가 있는 건축을 찾아서 소개합니다. 만만한 건축여행을 시작하시죠. 콘크리트와 나무, 기숙사와 원의 만남 사람들이 모이면 무슨 모양일까요? 잔디밭에 친구들끼리 모일 때 세모꼴로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없겠죠? 네모꼴로 모일 일도 없습니다. 각잡고 모이는 것은, 군대와 매스게임뿐이죠. 누구나 자연스럽게 모이면 동그랗게 둘러앉습니다. 가운데 공간엔 음식이라도 놔두고 이야기합니다. 맞습니다. 사람은 둥글게 모입니다. 기숙사는 어떨까요? 기숙사 방들이 동그랗게 모인다면 말입니다. 사람이 아..

건축과 사귀기 2018.09.16

서울 구경, 여기부터-한국에만 있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 2009/01/10

건축에 문득 관심이 생겼다면, 그래서 가까운 우리 주변에서 건축물을 하나 하나 찾아가보고 싶다면 어디부터 가면 좋을까? 농담삼아 ‘국내 유일의 일간지 건축 담당 기자’라고 말하고 다녔더니 많은 분들이 이런 질문을 하시곤 한다. 건축을 좋아하는 분들이 늘어나길 바라는 내겐 아주 반가운 질문이다. 건축은 친구같은 문화 장르다. 다른 장르보다 훨씬 쉽게 친해질 수 있다. 음악처럼 주의 깊게 들어야 할 필요도 없고, 책 처럼 작품 하나 보는데 몇시간씩 걸리지도 않는다. 다만 발품을 필요로 할 뿐이다. 그러나 발품 팔지 않고도 볼 것이 이미 우리 주변엔 얼마든지 있다. 서울이란 얼마나 큰 도시이며, 얼마나 건물이 많은가. 그럼 어디부터 가볼까? 그게 문제다. 건축물은 종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건축과 친해지는 ..

건축과 사귀기 2018.09.16

대통령 각하와 아파트의 씁쓸한 추억-마지막 시민아파트에 가다 2008/12/16

지금 30대 이상들에게 ‘시민아파트’는 아직 기억 속에 생생할 것이다. 이름 그대로 서울 시민들을 위한 아파트였으나, 결국은 잘 못사는 시민들의 아파트가 되어버린 70~90년대 개발독재기의 상징적인 건축물이 바로 시민아파트다. 서울의 시민아파트는 한때 400여곳이 있었다.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이제 단 한곳만 남았다. 남산 기슭 회현시민아파트, 또는 회현시범아파트다. 지하철 4호선 회현역에서 남산쪽으로 올라가면 거의 남산길쯤 이르러 회현시민아파트가 나온다. 1970년에 지어 올해로 꼭 38년된, 생각보다는 아주 오래되지 않은 아파트다. 그러나 그 모양은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세월의 흔적을 잔뜩 뒤집어쓰고 있다. 시민아파트는 개발독재기의 우울함과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간직한 살아있는 화석 건물..

건축과 사귀기 2018.09.14

서울에 숨어있는 또다른 궁-진짜 잘생긴 한옥 2008/11/29

시멘트 덩어리 도시 속에서 전통의 느낌을 접해보고 싶을 때 사람들이 찾아가는 곳이 인사동과 가회동 일대다. 그러면 이 전통 문화의 지역에서 제대로 된 조선시대 한옥을 보고 싶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 사실 인사동에는 옛 건물은 거의 없다. 요즘엔 오히려 새로 지은 모던한 건물들을 보러갈만한 곳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북촌 가회동 한옥마을도 따져보면 좋은 한옥은 적다. 가회동의 오래된 한옥들은 실은 20세기 초반 지은 집장사 한옥들이다. 여기에 최근 지은 한옥들이 섞여 있을 뿐이다. 그런데 진짜 잘 생긴 한옥, 제대로 된 한옥이 딱 한 곳 남아 있다. 조선시대 최고 세도가의 집, 그래서 제대로 멋을 부린 최고급 저택이다. 그것도 인사동과 가회동 중간이어서 아주 찾아가기 쉽다. 바로 운현궁이다. 뜻밖에도 인사동..

건축과 사귀기 2018.09.14

건물에도 작가 사인이?-기대반, 걱정반 태백산맥문학관 2008/11/22

21일, 전남 보성군 벌교에 새 명물이 들어섰습니다. 조정래씨의 대하소설 완간 20주년을 기념해 지은 태백산맥 문학관이 이날 문을 열었습니다. 이날 개관식에 초청을 받아 모처럼 벌교에 다녀왔습니다. 700만부 넘게 팔린 은 이제 그냥 소설이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대하소설입니다. 문학관까지 만들어진 것은 이 소설이 특별한 지위에 올랐음을 잘 보여주는 증거라고 하겠습니다. 이야기 무대에 들어선 태백산맥 문학관, 과연 어떻게 생겼을까요? 꼬막의 고장에 문학관이 탄생하다 여수공항에서 내려 40여분을 달려 드디어 벌교에 다다랐습니다. 태백산맥 문학관은 벌교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제석산 기슭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주차장 안내판도 이날 행사를 위해 특별히 만들었군요. 보성군이 이 문학관 개관식에..

건축과 사귀기 2018.09.14

이화여대 변신작전 성공이냐 실패냐 2008/08/06

이화여대, 학교를 완전히 바꾸는 모험을 시도하다 2000년대 초반, 이화여대는 야심차게 캠퍼스 대개조 작업에 나선다. 대학 캠퍼스 자체를 최신 첨단 건축으로 완전히 탈바꿈 시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그 임무를 수행할 세계적인 건축가를 찾았다. 한국 건축 설계경기 사상 최고로 유명한 외국 건축가들을 찍어 경쟁을 시켰다. 이 설계경기에서 이후 서울 동대문운동장 공원 디자인에 당선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도 떨어졌다. 최종 당선자는 스타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 바로 이 양반이다. 도미니크 페로는 책을 펼친 모양이라는 파리 국립도서관 건물로 세계적 스타가 된 건축가다. 그의 대표작 파리도서관이 바로 아래 사진이다. 이 도미니크 페로가 이화여대 캠퍼스를 대지와 건축이 융합되는..

건축과 사귀기 2018.09.11

한옥의 얼굴 창호의 매력 2008/06/16

집을 사람이라고 한다면 얼굴이 되는 부분은 어디일까요? 전통 한옥이라면 ‘창호’, 그러니까 ‘문’이 바로 사람의 얼굴 같은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엇비슷해보이는 한옥들의 분위기를 서로 다르게 만드는 것으로 창호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한옥의 매력 포인트 ‘창호’ 제대로 볼 수 있는 곳 생겼다 흔히 문이라고 말해도 되는 창호는 ‘窓 + 戶’가 되어 나온 말입니다.창(窓)은 빛과 바람이 들어오라고 만드는 통로입니다.호(戶)는 방과 방을 이어주는 통로입니다. 이 두가지 기능을 합한 창호는 사람이 드나들 때는 문이 되고 가만 있을 때는 통풍과 채광을 하는 창이 됩니다. 이 창호를 온갖 다양한 무늬로 만드는 것이 우리 한옥의 특징입니다. 바로 옆 중국과 일본과 비교해봐도 전혀 그 디자인 감각이 달라 우리 한옥만의 ..

건축과 사귀기 2018.09.10

강의실도 작품이다-국내 최초 온돌 강의실 2008/06/12

강의실, 왜 다 똑같아야 하는가?-새로운 강의실의 탄생 북한산 빼어난 산자락에 자리잡은 국민대학교, 국민대학교의 자랑인 디자인 분야 전문대학원인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그 2층에 5월20일 새로운 곳이 등장했다. 바로 이 강의실. 불투명 플라스틱 위벽 사이로 뽀얗게 비치는 불빛이 은은하다.왼쪽 모서리는 유리로 처리해 안이 들여다보인다. 유리 위에는 강의실 이름도 따로 붙였다. 강의실 이름은 담담원. 맑은 이야기를 나누는 정원이란 뜻이다. 강의실인데도 정원으로 이름붙인 것이 독특하고 새롭다. 그럼 이제 안으로 들어갈 차례. 안으로 보이는 강의실 모습이 이미 온돌 좌식임을 보여주고 있다. 하얀 플라스틱 판은 문은 물론 강의실 안에서도 여닫을 수 있는 칸막이로 달려있다. 저 하얀 플라스틱벽은 양쪽으로 움직여 조..

건축과 사귀기 2018.09.10

도서관의 기적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2008/05/30

2003년이니 벌써 5년 전이었습니다. 그해 11월10일, 저는 태어나서 2번째로 순천에 갔습니다. 첫번째 순천에 간 것은 낙안읍성을 보러 간 것이었고, 이 때 두번째로 순천을 간 것은 바로 ‘기적의 도서관’ 개관을 취재하러였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2008년, 그 사이에도 기적의 도서관은 조용히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기적의 도서관을 방송했던 프로그램 (느낌표)는 끝났어도 기적의 도서관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런 점이 오히려 더 기적의 도서관이 기적이란 이름을 가질만한 이유일 것입니다. 그렇게 방송 없이도 묵묵히 전국에 어린이 도서관을 만들어온 기적의 도서관이 5월23일 드디어 10번째 결실을 맺었습니다. 정읍기적의 도서관이 탄생한 것입니다. 이번 정읍 기적의 도서관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이번에는 아쉽게도..

건축과 사귀기 2018.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