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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리들 2009/02/17

저도 몰랐습니다. 제가 이런 책을 쓰게 될 줄을.경제경영서를 가끔 읽기는 해도, 자기계발서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절이 언제라고 생각하세요? 원인은 ‘35살’이었습니다. 서른다섯살 때문에 책을 쓰게 됐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가 언제냐, 라고 누가 물으신다면(실제로 물어본 후배가 몇 명 있었습니다) 저는 자신있게 답하겠습니다. 서른다섯살 무렵이었다고. 당시 저는 많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기자 생활을 시작한지 10년이 다 되어가던 때였습니다. 고민이 머릿속에서 돼지마냥 풍성하게 새끼를 치고 있었습니다. 나는 기자 노릇을 잘 하고 있는가,아니, 난 직장 생활을 잘 하고 있는가,아니 그 이전에 난 한 개인으로서 잘 살아가고 있는가. 자신이 없었습니다 . 잘하지 못한다는..

구본준 기자 2018.10.05

남의 나라 구경은 역시 시장이 재미 2009/02/14

그 나라를 보려면 시장을 가라고들 한다. 한 나라의 서민 문화와 생활모습을 가장 진솔하게 보여주는 곳이 시장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뭐 그런 의미 따지기 전에 시장은 그냥 돌아만 다녀도 재미가 있는 곳이다. 개구리를 팔던 중국 이마트, 닭똥집이 반가웠던 러시아 시장 외국에서 시장을 둘러보는 가장 큰 재미는 뭘까? 외국이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 차이를 발견하는 재미, 그리고 우리와 같은 점을 깨닫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다르면서 같다. 시장은 이를 축소해서 보여준다. 인도의 시장에 구경갔다 와서 몇 나라 시장에 가봤는지 한번 꼽아봤다. 일본, 중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오스트리아, 베트남, 타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다. 몇나라 안되지만 외국 시장을 ..

거대한 탑, 그저 바라만 보다 2009/02/11

유적지 안으로 들어가기 전부터 탑이 보이기 시작했다. 역광으로 보이는 탑은 세밀하고 정교한 디자인을 숨긴 채 실루엣으로 먼저 다가왔다. 인도에 대한 이미지로 세계 사람들에게 각인된 거대한 탑, 쿠틉 미나르다. 인도의 아이콘이 된 거대한 탑, 쿠틉 미나르 쿠틉 미나르는 거대한 저 탑과 주변의 폐허가 된 유적지를 합친 사적이다. 유네스코의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델리의 대표적인 명소다.인도의 모든 관광지는 내국인과 외국인의 입장료가 다르다. 당연히 외국인 입장료가 몇배나 비싸다. 입장권은 어디나 똑같은 디자인이다. 좋게 말하면 단순깔끔하며, 나쁘게 말하면 허접해보인다. 거대한 탑을 보며 유적지 안으로 들어간다. 높이가 73미터인 석탑은 왠만큼 멀리 떨어져 찍지 않으면 사진기 프레임으로 쉽게 담기 어려울 정..

건축과 사귀기 2018.10.05

[만만건축 6회] 디자인 하나로 승부하는 현대의 종교건축물들 2009/02/09

누구나 한번쯤 해볼만한 생각이 있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종교들이 믿는 서로 다른 신들이 사실은 모두 한 신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다. 이와 비슷한 생각을 실제로 가진 종교가 있다.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이 믿는 유일신을 그대로 믿는 바하이교란 종교다. 연꽃사원-종교의 나라 인도에 들어선 종교건축의 간판스타 바하이교의 본부는 지금 이스라엘에 있다. 그러나 가장 유명한 바하이교의 성전은 인도에 있다. 독특한 모양으로 유명한 ‘연꽃 사원’이다. 현대 건축의 주요작으로 꼽히는 이 성전은 인도 뉴델리의 대표적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처음 자료에서 사진으로 이 사원을 봤을 때 첫인상은 무척 셌다. 작정하고 디자인 하나로 승부한 건물이니 모양새가 실로 조각작품처럼 조형성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마치 시드니 ..

건축과 사귀기 2018.10.05

창피했던 기사-거리의 생로병사 2009/02/08

최근 어느 건축가분이 이 블로그를 보시고는 ‘왜 도시론은 다루지 않느냐’고 물어보셨다. 털어놓자면 내가 다루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직 내 실력으론 도시란 거대한 주제를 제대로 바라보기 어려워서 못다루고 있는 것이다. 겁없는 어린 기자 시절, 무식해서 용감했기에 도시 문제를 다뤄보려 한 적이 있었다. 기사를 쓰고 난 뒤 깜냥을 깨닫고 도시에 관한 문제는 정말 확신이 서기 전까지 다루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 뒤로 도시에 관한 기사나 글은 거의 쓰지 않았다. 도시론 물음에 문득 그 때 글이 떠올랐다. 지금보니 거의 습작 수준이어서 쑥스러울 지경이다. 반성의 의미와 개인의 자극을 위해 기록을 해둔다. 거리의 죽살이를 통해 본 서울의 변천사… 현대화 물결에 따라 뜨고 지는 대표적 거리들 어느 날, 아무 별다른 것..

이게 음식이야, 대포야 2009/02/05

인도 음식이라고 하면 역시 탄두리, 그리고 커리와 난이다. 델리의 디펜스 콜로니 지역에 있는 인기 음식점 Swagath의 탄두리치킨이다. 국내의 인도 음식점 탄두리치킨과 큰 차이가 없다. 커리도 마찬가지. 물론 맛은 좋다. 인도 음식에서 누구나 좋아할 법한 것이 난. 커리에 찍어먹어도 좋고, 그냥 먹어도 담백한 맛이 괜찮다. 이 난은 좋은 화덕이 있어야만 만들 수 있다. 동네 식당에선 그래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우리로 치면 고속도로 휴게실에 해당할, 델리-자이푸르간 고속도로 중간에 있는 저 식당도 음식 맛은 괜찮았다. 물론 천막식 규모에 걸맞게 난은 없었다. 문제는 역시 위행. 인도 식당치고는 엄청나게 깨끗한 곳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사진 오른쪽 아래 행주의 때깔을 보라. 빵굽는 아저씨가 손을 닦..

내가 ‘허걱’한 인도 2009/02/04

덜컥 떠나다 살면서 중요한 이벤트-실은 돈 드는 일-을 즉흥적으로 결정할 때가 있다. 아니, 고백하자면 그럴 때가 더 많다. 어느날 저녁 집에 들어가니 아내가 말했다. “이번 설에 인도 가자.” 잠깐 생각한 뒤 대답했다. “그냥, 당신하고 아들녀석만 갔다와. 난 휴가를 내야 하잖아.”아내는 그러마고 했다. 그런데 며칠 뒤 아내가 다시 말했다. “그런데, 기왕 가는 거 다같이 가는 게 좋지 않을까?”맞는 말 같았다. 그래서 1주일 뒤 같이 떠났다. 인도로. 드디어 이룬 로망 생각해보니 난 늘 인도를 좋아했다. 카레라이스도 좋아했고, 라씨도 좋고, 사모사도 좋고, 달도 좋고, 탄두리 치킨도 좋았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인도 음식만 좋아했다는 건 아니다. 내 학생시절 여행에 관한 로망은 단연 인도와 파키스탄,..

세상에서 가장 어처구니 없었던 신도시 2009/02/03

황제는 말했다. “우리나라 서울을 옮긴다. 시크리란 곳에 새 수도를 지어라.”1569년, 백성들은 새 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한다. 아무리 주변을 돌아봐도 야트막한 산 하나 안보이는 내륙 평야지대의 유일한 구릉 위에 거대한 사원, 그리고 화려한 궁전이 들어섰다. 그리고 그 주위를 백성들의 집들이 둘러쌌다. 2년 뒤, 제국의 수도는 새 도시로 바뀐다. 천도를 축하하듯 제국이 치르던 전쟁도 승리로 끝났다. 시크리에 지은 새 서울의 이름은 자연스럽게 ‘승리의 도시 시크리’란 뜻의 ‘파테푸르 시크리’로 바뀐다. 그런데, 고작 14년 뒤 황제는 다시 명령했다. “다시 서울을 옮긴다. 원래 살았던 옛 수도로 돌아가자.” 얘들아, 이 도시가 아닌갑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서울을 옮겨야 할만한 전쟁이 일어..

[만만건축 5회] 디자인 걸작이 된 화장실 2009/01/21

화장실, 집만 떠나면 신경 쓰이시죠? 외국에 가서 급해지면, 정말 난감하죠.행여 이런 화장실이라도 만나면 정말... 물론 가끔은 좀 낭만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화장실도 있어요. 그래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죠. 이런 화장실은 또 어떻고요. 바로 비료가 되란 건가요? 그래도 이런 화장실보단 낫지 않을까요? 진짜 이런 화장실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화장실에 관한 이야기를 가장 많이하게 만드는 나라라면 역시 중국이겠죠.중국의 ‘원초적 화장실’들은 참 볼 때마다 놀랍긴 해요. 최대한 긍정적으로, 그리고 건축적으로 해석한다면...그리스 에페소스의 고대 화장실의 명맥을 잇는 거라고 해두죠. 그렇다고 화장실이 우리와는 다르게 ‘개방적’인 나라에 갈 때 이런 것을 가지고 갈 수는 없잖아요. 물론 화장실을 아주 좋아..

건축과 사귀기 2018.09.16

[만만건축 4회]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건축 2009/01/20

여기, 겉모습만 봐서는 도저히 그 종류를 짐작하기 어려운 건축물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바닷가와 연결되어 물위에 둥실 떠있기는 동그란 나무 건물입니다. 사전 정보가 없으면 도대체 무엇에 쓰는 건물인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자, 그럼 건물로 들어가보시죠. 바닷가로부터 100미터쯤 떨어진 곳에 지은 나무 건물입니다. 동그란 모습인데, 구조물이란 것만 알 수 있을뿐입니다. 배가 정박한 것 같기도 하고, 기념조형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럼 이제 건물 내부입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이렇게 쓰자고 만든 건물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기발한 수영장 저 나무 건물은 바다 위에 지은 수영장입니다. 이름은 ‘시배스(Seabath)’. 덴마크 코펜하겐 부근의 바닷가 카스트룹에 들어선 명물입니다. 영국의 유명한 건축잡지로 가 있..

건축과 사귀기 2018.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