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기자

한국의 대리들 2009/02/17

딸기21 2018. 10. 5. 15:31


 

저도 몰랐습니다. 제가 이런 책을 쓰게 될 줄을.

경제경영서를 가끔 읽기는 해도, 자기계발서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절이 언제라고 생각하세요?

 

원인은 ‘35살’이었습니다. 서른다섯살 때문에 책을 쓰게 됐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가 언제냐, 라고 누가 물으신다면(실제로 물어본 후배가 몇 명 있었습니다) 저는 자신있게 답하겠습니다. 서른다섯살 무렵이었다고.

 

당시 저는 많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기자 생활을 시작한지 10년이 다 되어가던 때였습니다. 고민이 머릿속에서 돼지마냥 풍성하게 새끼를 치고 있었습니다.

 

나는 기자 노릇을 잘 하고 있는가,

아니, 난 직장 생활을 잘 하고 있는가,

아니 그 이전에 난 한 개인으로서 잘 살아가고 있는가.

 

자신이 없었습니다 . 잘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고민은 줄줄줄 이어졌습니다.

 

난 업무를 바꿔야 할까,

아니 난 직장을 바꿔야 할까,

아니 그 이전에 난 새 인생을 시작해야할까.

 

이런 고민을 2~3년째 해오고 있었고, 그 뒤로도 한 1~2년 고민을 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아니 난 뭘 잘하는가,

아니 그 이전에 난 뭘 할 때 가장 마음이 편한가.

 

저는 대학 시절 기자가 되겠다고 맘 먹은 기자지망생도 아니었습니다. 회사를 잘 다니다가 원치않는 해외지사로 발령을 낸다고 해서 그만 둔 뒤 어디로 갈까 궁리하다 기자가 재미있겠다 싶어 기자가 되었습니다. 내 천직이다 그런 생각은 미처 하지도 못했습니다. 

적성? 사실 그리 맞지는 않았습니다. 

좋은점? 확실히 재미 있습니다. 

문제는? 세월이 정말 잘 흘러간다는 겁니다. 

 

고민 끝에 힘들게 답을 내려야 했습니다. 

제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는 솔직히 저도 확신은 안섰습니다. 그러나 현재 직장에서 지금 하는 일을 하는 것은 즐거웠습니다. 그걸 제 스스로 다시 한번 처절히 검토하고 받아들인 다음에야 저는 제가 진짜 제 지금 직업을 ‘본질적으로’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서른다섯살 무렵에 그 고민을 몇년을 하면서 실로 괴롭고 힘들었습니다.  

서른다섯살이란 나이는 새 출발을 할 가장 적합한 시기이자, 사회에 나와 어느 정도 쌓아온 첫번째 경력을 마무리하고, 두번째 경력을 시작하거나 이어갈 나이이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마음을 잡고 기자 생활 더 열심히 제대로 하자, 그러고 있을 때에 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신입사원을 마치고 대리급으로 넘어가는 기업의 중간 허리급 인력을 위한 지침서를 써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저처럼 35살 언저리를 무척이나 힘들게 보낸 동료 한 명을 꼬셔서 둘이 같이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둘 다 고민 끝에 저는 기존 경력을 이어갔고, 저 친구는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났습니다. 두 사람의 경험을 배경으로 저희들처럼 시행착오를 겪을 젊은 직장인들에게 쓸모가 될 책을 쓰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 스스로 제 직업에 대해 별 생각없이 뛰어들어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기에 직업과 인생이란 문제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보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저 책이 나오게 된 개인적인 사연입니다.

 

책에도 팔자는 분명 있다-호적을 옮기게 된 <한국의 대리들>

 

대리들을 만나고, 대리들을 많이 부려먹는(?) 팀장들을 만나고, 대리들을 평가하고 대리들의 업무를 규정짓는 기업 인사담당자들을 만나 취재했습니다. 같이 쓴 동료는 주로 앞쪽을, 저는 뒷쪽을 썼습니다. 둘이서 그럭저럭 손발이 잘 맞아 책은 2007년 1월초에 나왔습니다. 

 

책에 대한 반응은, 솔직히 예상 이상이었습니다. 제가 들인 열정과 노력에 비해 너무 좋게 봐주신 분들이 많아 스스로 많이 반성했을 정도였습니다. 책 판매도 좋았고, 여러 그룹들에서 승진자 교육을 해달라고 부탁해와 ‘대리 생활 잘하는 법’ 강연을 했습니다. 

 

그리고, 책에도 사람처럼 팔자가 있는 모양입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저 책은 2년 만에 호적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직장인들을 위한 전문서를 주로 내는 출판사 이팝나무에서 저 책을 ‘스카우트’하셔서 이번에 새 옷을 입고 독자들과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개정판을 내게 된거죠. 다른 책들과 달리 더 긴 생명력을 얻게 된 것이 감사할 뿐입니다.

 

개인적으로 저 책은 제 마지막 ‘非문화 책’이 될 듯합니다.  당시만해도 저는 경제와 문화 두가지 분야를 놓고 어떤 것을 제 주특기로 삼느냐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주변의 평가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너는 문화보단 경제 기사가 덜 거지같더라” 뭐 그런 평이 좀 더 많았습니다만, 고민 끝에 문화 기자쪽에 더 열심히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제가 경제쪽 책을 쓸 기회는 거의 없을 듯합니다. 저 <한국의 대리들> 덕분에 경제경영쪽 책을 해보자는 제안도 여러번 받았습니다. 그래도 이젠 하고 싶은 것에 더 매달려보고 싶습니다.

 

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출판사의 보도자료 일부를 살짝 소개합니다.




핵심인재로 가는 갈림길 


한국의 대리들 


지은이 : 김성재 / 구본준 

펴낸이 : 이옥선 / 펴낸곳 : 도서출판 이팝나무 

펴낸날 : 2009년 2월 13일 / 분류 : 자기계발/처세 

사양 : 신국판 변형, 268쪽 / 값 : 12,000원 

ISBN : 978-89-960879-6-0  03320  


한국의 대리들은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미래를 준비할까 

직장에서 핵심인재로 인정받는 대리는 무엇이 다를까 

대리, 가능성 하나로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시기 


많은 직급 가운데‘대리’하면 연상되는 게 뭘까? 대개‘젊다’‘한창 일할 때’등의 말을 떠올릴 것이다. 철없는 막내 취급은 어떻게든 면했지만, 아직 책임 있는 간부급 직장인이라고는 할 수 없다. 생초보나 풋내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숙달된 플레이어, 중견급 회사원이라고 부르기는 적합하지 않다.  


기업에서 쓰는 대리란 말은 원래 ‘과장 대리’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은행에서는 본래 ‘지점장 대리’였다. 이처럼 대리는 원래 상당한 고참급 사원들에게 해당되는 말이었다. 하지만 기업의 인사제도가 바뀌면서 대개 ‘입사한 지 3년 이상 8년 이하의 직원’을 가리키는 일반명사가 되었다. 


이처럼 세상 살아가는 방법이 어느 정도 보이기 시작하는데 아직 권한은 없는 시기가 바로 대리 때다. 절반 정도의 자율성을 주면서, 그리고 절반 정도는 강제하면서 상사는, 회사는, 사회는 대리들을 시험하고 평가한다. 장차 조직을 이끌어갈 인재인지, 한 분야를 떠맡겨도 될 전문가로 커나갈 인재인지, 혹은 그보다 못한 방출대상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시험과 평가는 과장 시절이면 이미 끝이다. 가능성 하나로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시기가 바로 대리 때다. 고통스런 30대 후반, 좌절하고 포기하는 40대를 맞지 않으려면 대리 시절부터 착실히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직장에서 핵심인재가 되느냐, 떠나느냐의 첫 갈림길 


오늘날 변화와 선택은 이미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강요’에 가깝다. 전세계, 그리고 우리 기업에서 벌어지는 변화는 점점 더 직장인들을 쥐어짜고 있다. 이 거대하고도 빠른 변화의 물결에 그저 휩쓸려가거나 파묻히지 않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대기업이 주도하는 변화의 흐름은 사회 전반으로 빠르게 퍼진다. 이런 상황에서 변화와 선택은 글로벌 시장과 그 일부인 우리나라에서 직장인이 생존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누군가를 ‘대신한다’는 대리 명칭은 당신을 보호해주는 마지막 방패다. 대리 시절을 넘기고 나면 당신이 직장에 얼마의 돈을 벌어다주는지 냉혹하게 평가받고, 거기에 따른 대우를 받게 된다. 과장에 오르기 전, 그러니까 대략 서른다섯 살까지의 몇 년 동안 변화와 선택을 위한 준비가 가능할까? 과연 당신이 아닌 다른 대리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미래를 준비하고 있을까? 이 책은 바로 그에 대한 답을 주고 있다. 


필자들은 이 책을 단순한 처세실용서가 아니라 대리들에게 자기 경력과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썼다고 말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여러 대리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일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미래를 준비하는지를 알아보고자 오직‘대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조사 기업에는 삼성, LG, SK 등 국내 대기업 계열의 제조업체, 유통물류업체, 건설업체, 정보통신업체,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 주요 대형은행과 증권사, 투신사, 저축은행, 벤처기업과 IT 관련 중소기업, 홍보대행사, 외국계 기업 등이 포함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한 대리들의 모습을 1장에 담았다. 대한민국에서 일하고 있는 다른 대리들은 나와 얼마나 다르며, 또한 얼마나 비슷한지 확인할 수 있다. 


왜 어떤 대리는 인정받고 왜 어떤 대리는 그렇지 못할까? 2장에서 기업에서 인정받는 대리와 성공하는 대리의 모습을 찾아보았다. 인사팀장들이 귀띔하는 인사평가의 기준은 무엇인지, 팀장들은 어떤 대리를 높이 평가하는지, 잘나가는 선배들의 대리 시절은 어떠했는지, 어떻게 해야 직장에서 핵심인재로 평가받을 수 있는지 등을 생생한 사례를 바탕으로 이야기한다. 3장에서는 직장인라면 누구나 한번쯤 고민하게 되는 주제인 이직과 전직, 창업을 꿈꾸는 역동적인 대리들의 모습과 미래준비 과정을 그렸다. 그리고 4장에서는 대리들에게 필요한 재테크 노하우를 담았다. 


대리는 조직의 팔과 다리 


기업에서 대리는 조직의 ‘팔과 다리’다. 그들은 일선에서 전투를 수행하면서 누구보다 조직의 생산성과 활력을 높여주는 소중한 병사다. 과장-차장급이 조직의 허리요 부장 이상급이 조직의 머리라고 한다면, 신속하고 활발하게 현장을 누비는 대리들의 역할은 그야말로 손과 발, 팔과 다리에 해당한다. 


기업 내/외부의 요구에 얼마나 빨리 대응하느냐, 앞서가기 위해 얼마나 빨리 달리느냐는 어쩌면 대리들의 역량과 이런 역량을 기업이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젊은 대리급 사원들이 일으키는 새로운 변화의 힘과 트렌드 창조력, 전파력은 기업에게 매우 유용한 에너지다. 


기업이 대리급 직원들의 문화와 정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들을 단순히 조직의 하부직원, 시키면 일하는 종업원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대리들이 조직에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해야 그들을 조직에 붙잡아놓을 수 있는지, 조직 내에서 그들의 꿈과 비전은 무엇인지 기업은 읽어내야 한다. 또한 대리를 수족처럼 데리고 일해야 하는 과장-차장급, 임원들도 그들에 대해 알아야 한다. 대리들이 어떤 생각과 고민을 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함께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이 책의 주인공은 바로 한국의 대리들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당신이 머리 싸매며 하는 고민을 이 땅의 모든 대리들이 똑같이 하고 있고, 지금은 과장-차장이 되어 여유 있어 보이는 직장 내 선배들도 너나 할 것 없이 그 과정을 거쳤다. 현직 대리들에게는 기업에서 핵심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상위직급에게는 대리들을 어떻게 교육, 훈련시킬 것인지 방향성을 잡아갈 수 있는 힌트를 제시하는 이 책은, 직장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차 례 


들어가는 글 


1장 대한민국 대리, 그들은 누구인가? 


2장 직장에서 핵심인재로 인정받기 


인정받는 대리에게는 특별한 것이 있다 / 회사가 대리에게 기대하는 것 / TIP 잘나가는 K부장이 후배 대리들에게 / 창의적이고 부지런한 멀티플레이어가 되어라 / 직장에서 인정받는 처세의 기술 / TIP 선배들이 충고하는‘대리 10계명’ / 인맥 관리도 능력이다 / 직장생활을 좌우하는 인간관계 / TIP 일 못하는 대리의 특징 / 어학실력보다 업무능력이 우선 / 꾸준한 자기계발이 생존의 열쇠 / TIP 직장인들의 자기계발 / 크게 보고 창의적으로 일하라 / 대리, 어떻게 평가받는가 / TIP 한 인사팀장이 귀띔하는 대리 평가의 기준 / 대리들의 고과, 어디에서 차이나나 / TIP 상사와의 기억력 싸움은 금물 / TIP 평범함은 피해야 할 가장 큰 적 / 팀장들이 생각하는 ‘진짜 인재’ / TIP 팀장들이 뽑은 최고의 대리들  


3장 미래를 위한 준비 


대리,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서다 / 옮길 것인가, 남을 것인가 / 도망치지 말고 맞서라 / TIP옮기고 싶을 때 / 회사와 입장 바꿔보기 / 절대평가로 자신을 파악하라 / TIP 상사 때문에 힘들 때 / MBA의 유혹 / 성공을 부르는 전직의 철칙  


김성재 


서강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미국 남가주대(USC) 대학원에서 동아시아학 석사과정을 수학했다. 대학 졸업 직후 잠시 대기업에 다니다 언론사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한국경제신문」과「세계일보」를 거쳐「한겨레」에서 사회부 기동취재팀, 문화부 공동체팀 기자로 뛰면서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만났다. 또한 경제부에서 삼성, 엘지 등 대기업과 한국은행-시중은행 등 금융권을 출입하며 우리나라 산업-거시경제-금융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취재했다. 12년 동안의 기자직을 그만둔 뒤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하다, 지금은 저소득 장애인 의료지원을 위한 비영리 공익재단인 푸르메재단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구본준 


대기업에 다니다 1995년「한겨레」에 입사했다. 경제부, 사회부, 문화부에서 일했고, 기동취재팀장과 대중문화팀장을 역임했다. 경제부에서 기업활동 분야를 전담해 삼성그룹, 엘지그룹 등을 출입하면서 전자, 정보통신 분야를 주로 취재했다. 기자란 직업 자체가 온갖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어서 자연스럽게‘직업’과‘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취업과 인재개발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썼다. 지금은 기획취재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1인 브랜드로 살아가는 프로 저술가들의 자기계발과 자기관리법을 들여다본『한국의 글쟁이들(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