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농담을 하곤 한다. 지구 멸망 이후의 풍경을 보고 싶으면 아현동에 가면 된다고 말이다. 살다보면 평소엔 접하지 않는, 또는 접하기 싫었던 모습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때 갈만한 곳이 있다면 바로 아현동이다. 지난해 늦가을 아현동을 찾았던 기록을 이제야 올린다. 아현동은 묘한 동네다. 그 안에 20세기 한국 현대사가 녹아 있다. 서울 4대문 근처에 그렇지 않은 동네가 어디있겠느냐마는, 아현동은 그래도 세월이 중첩된 흔적이 더욱 도드라진다. 일제 시대 본격 개발된 주택가이기도 하며, 대학과 주택가가, 일제 시대 집들과 우리 시대 다세대 주택들이 혼재되어 있다. 그 속에 사라져가는 박정희 시대의 중요한 흔적도 남아있다. 지구 멸망 이후의 풍경이라고 했던 모습이 바로 그 흔적이다. 아현동에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