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기자

한국의 글쟁이들 2008/08/11

딸기21 2018. 9. 11. 16:03

기자로 일하면서 장기 시리즈 기사를 연재한 적이 몇 번 있습니다. 혼자서 하는 시리즈는 준비를 많이 해야하고 기존 업무와 병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연재를 할 때는 무척 고통스럽기도 합니다. 그래도 독자들의 반응이 괜찮으면 그런 수고로움도 즐거워집니다.

 

제가 처음 쓴 장기 시리즈 기사는 ‘대안교육 현장’ 시리즈였습니다. 1996년하반기부터 1997년 상반기까지 이젠 대안학교의 대명사가 된 간디학교부터 거창고, 공동육아어린이집, 엄마들이 직접 가르치는 가족 유치원 등 전국의 대안교육 현장 20여곳을 돌아봤습니다. 


98년에는 실업문제 해결의 대안을 찾는 지면을 혼자서 1년 동안 꾸리며 각종 실업문제 시리즈를 혼자 몇 차례 연재했습니다. 기자 생활에서 가장 힘들었지만 가장 보람이 컸던 시절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이후 크고 작은 시리즈 기사에 여러번 참여하다가 모처럼 혼자서 장기 시리즈로 썼던 기사가 바로 ‘한국의 글쟁이들’이었습니다. 사회부에서 일하다가 2006년 문화부로 돌아와 출판 담당 기자 일을 다시 맡으면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함께 출판 기사를 썼던 임종업 선임기자께서 책을 사랑하는 ‘책쟁이’들 시리즈를 함께 시작하셔서 책쟁이-글쟁이 순서로 지면에 나갔습니다. <한겨레> 책 섹션이 지금과는 달리 별도섹션 <18.0도>였던 시절입니다.

 

다행히 독자분들의 반응이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출판계에서 많이 읽어주셨고, 인터뷰한 글쟁이들은 물론 더욱 반가워하셨습니다. 단순히 자신을 취재해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전업 저술가들의 문화적, 사회적 가치에 대해 주목한 점에 고마워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 시리즈를 신문에 모두 19번을 연재했습니다. 원래는 25회 정도를 할 25명을 추렸는데, 실은 그 뒤 회사의 인사 발령으로 제가 취재 현장에서 빠져 내근을 하게 되면서 연재를 계속하기가 너무 힘들어 19회로 끝을 냈습니다.


그 때 그 기사들을 묶어 이번에 책으로 내게 되었습니다. 신문 연재 기사보다는 양을 2배 이상으로 늘려 새로운 이야기를 좀더 집어넣었습니다.



 

사실 책을 내는 일은 늘 부끄러운 일입니다. 내고 나면 기쁘기는커녕 왜 조금 더 잘 쓰지 못했을까 후회만 몰려옵니다. 그래서 마음에 열상을 입곤 합니다. 이번에도 짐을 털어버린 후련함보다는 게으름과 덜 치열함에 대한 아쉬움과 반성으로 마음이 무겁습니다. 언제쯤 제 스스로 완결성을 가지게 될지,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책 내용에 대해 출판사의 보도자료 일부를 소개합니다.^^



책은 살아 있다. 그리고 세상은 저술가를 필요로 한다. 

우리 시대를 바꾸는 18인의 글쟁이와의 유쾌한 만남 


정민  이주헌  이덕일  한비야  김용옥  구본형  이원복  공병호  이인식  

주강현  김세영  임석재  노성두  정재승  조용헌  허균  주경철  표정훈 

 

글 하나로 먹고사는 이들, 글쓰기가 삶의 중심인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 바로 글쟁이, 저술가다.

우리의 눈에는 학자들의 탁월한 논문과 저널리스트들의 훌륭한 특종이 

세상을 이끌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세상을 바꾸는 것은 그 시대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대중에게 이야기해주는 저술가들의 책일 수 있다. 

세상은 저술가를 필요로 한다.


대한민국 대표 작가 18인의 서재를 만나다 


<한겨레> 문화부 책 담당 기자가 1년간 취재한 글쟁이 18인의 아주 특별한 서재 이야기. 그들만의 글쓰기 노하우와 자료 정리법, 정보 습득 기술을 총체적으로 공개한다. 특히 글로만 만나오던 글쟁이들의 편안한 모습과 사적인 공간을 사진기자의 카메라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최고의 글쟁이들이 풀어놓은 비장의 무기들은 각 장별로 팁으로 묶어 독자들에게 보너스로 선사한다. 


대중 독자와 예비 작가들을 위한 최고의 外傳! 


한 명의 글쟁이를 너무나도 사랑하여 그의 작품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독자들에게 작가의 서재를 엿볼 수 있는 기회는 ‘초콜릿 공장에 들어가는 찰리의 황금티켓’만큼이나 값진 것이다. 독서광들 역시 책을 읽기 전에 작가에 대해 조사해보는 것이 기본이다. 한 달에 책 한 권도 안 보는 ‘독서꽝’이라 해도 관심 있는 분야를 알기 위해서는 그 분야 최고 글쟁이들의 책을 읽을 수밖에 없을 것인데, 제대로 된 마스터피스를 고르기 원한다면 <한국의 글쟁이들>을 앞서 권한다. 매일 일기를 쓰는 청소년부터 작가를 꿈꾸는 지망생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고민하는 이 땅의 수많은 글쟁이들에게도 이 책은 밝은 등불이 되어줄 수 있다. 


활자로만 만나온 특급 작가들의 인간적인 고백록 


긴 취재를 통해 대중이 쉽게 만날 수 없는 골방 속 작가들의 일상과 지나온 인생길, 글 쓰는 고통에 대한 진한 고백들을 담았다. 얼마나 많은 땀과 정성과 시간을 쏟아야 한 권의 책이 나오고 연재 칼럼이 쓰이는지, 어느 정도의 희생이 감내되어야 한 분야의 글쟁이로 우뚝 설 수 있는지 이 시대 최고 작가들의 육성을 통해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작  가 


기자 구본준은, 


기자란 직업이 무척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나 여러 가지를 배우면서 월급까지 받기 때문이다. 

그 재미로 13년째 기자일에 빠져 살고 있다. <한겨레> 사회부 기동취재팀장을 거쳐 지금은 문화부 대중문화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기자가 아닌 구본준은, 


시험에 안 나오는 것들, 일상에 담긴 의미와 문화에 관심이 많다. 돌아다니며 엿본 것들을 이상한 블로그(blog.hani.co.kr/bonbon)에 담아놓곤 한다. 문자중독증에 걸려 교양, 미술과 건축, 추리소설을 1년에 200권쯤 읽는다. 인문교양은 기자로 살기 위해서, 미술과 건축은 알고 싶어서, 추리소설은 그냥 좋아서 읽는다. 엘렌 라스킨처럼 할머니와 손자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추리동화를 쓰는 것이 꿈이다. 


목  차 


우리 시대 최고의 인문교양 글쟁이_ 국문학 저술가 정민 

미술과 대중을 이어준 도전적인 개척자_ 미술 저술가 이주헌 

대중이 원하는 역사는 따로 있었다_ 역사 저술가 이덕일 

삶과 글이 일치하는 글쟁이_ NGO 저술가 한비야 

치열한 지식 전사, 진정한 프로 저술가_ 동양철학 저술가 김용옥 

스스로 새로워지는 힘을 만드는 글쟁이_ 변화경영 저술가 구본형 

교양만화의 아버지_ 만화가 이원복 

“나는 고객 성공을 위한 가치창조자”_ 자기계발 저술가 공병호 

좌절을 딛고 일어선 2모작 인생_ 과학칼럼니스트 이인식 

너희가 아키비스트를 아느냐_ 민속문화 저술가 주강현 

가장 뛰어난, 그러나 가장 불행한 글쟁이_ 만화작가 김세영 

글쟁이 팔자는 타고나는가_ 건축 저술가 임석재 

책은 집념과 오기의 산물_ 교양미술 저술가 노성두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아름다운 교향곡을 지휘하다_ 교양과학 저술가 정재승 

“나는 문필가여”_ 동양학 저술가 조용헌 

옛 사람 마음을 읽어 들려주다_ 전통문화 저술가 허균 

가장 이상적인 지식인 글쟁이의 모델_ 서양사 저술가 주경철 

“나는 내 직업을 만들었다”_ 출판칼럼니스트 표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