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사귀기

[만만건축 5회] 디자인 걸작이 된 화장실 2009/01/21

딸기21 2018. 9. 16. 18:30



화장실, 집만 떠나면 신경 쓰이시죠? 외국에 가서 급해지면, 정말 난감하죠.

행여 이런 화장실이라도 만나면 정말... 




물론 가끔은 좀 낭만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화장실도 있어요.

 



그래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죠.


이런 화장실은 또 어떻고요. 바로 비료가 되란 건가요? 




그래도 이런 화장실보단 낫지 않을까요? 진짜 이런 화장실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화장실에 관한 이야기를 가장 많이하게 만드는 나라라면 역시 중국이겠죠.

중국의 ‘원초적 화장실’들은 참 볼 때마다 놀랍긴 해요.

 


 

최대한 긍정적으로, 그리고 건축적으로 해석한다면...

그리스 에페소스의 고대 화장실의 명맥을 잇는 거라고 해두죠. 




그렇다고 화장실이 우리와는 다르게 ‘개방적’인 나라에 갈 때 이런 것을 가지고 갈 수는 없잖아요. 




물론 화장실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래서 이런 변기모양 음식 그릇도 만들곤 해요. 



 

그리고 이런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도 있지요. 

 



그렇다고는 해도 중국의 이런 화장실은, 참 난감한게 사실이에요.

 



아무리 남자들이 소변보기 편하다고는 해도... 좀 그렇죠?

하지만 네덜란드 사람들은 저 중국 소변기를 웃어선 안 돼요. 네덜란드 공중 변기도 만만치 않으니까요. 



 

물론 모든 변기를 이렇게 럭셔리하게 할 수는 없을 거에요. 

 



그래도 이런 이상한 화장실들은 좀....

 


 

중국만 짓궂은 건 아니에요. 유럽에는 웃자고 작정한 화장실들도 많은가봐요.

 



스위스에 있는 화장실이래요. 밖을 시원~하게 내다보면서 밀어내라고 하네요.

세상에 저게 말이되냐구요? 말이 되지요. 밖에서는 안이 안보이게 만들었으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어디 불안해서 일이 제대로 봐지겠어요?

 

유럽 화장실로는 이런 것도 유명해요.

 


 

여자 화장실엔 남자 마네킹들이 벽에서 쳐다보고, 




남자 화장실에선 저렇게 여자 마네킹들이 판치고 있는 화장실이에요. 

포르투갈 사람들, 유머를 너무 좋아하나봐요.

 

원래 유럽에는 따로 만든 공중 화장실이 많아요. 



 

이런 것도 있고, 요런 것도 있어요.

 



앤틱 분위기 물씬 나지요? 

요즘에는 이렇게 진화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가끔 이렇게 되게 멋을 내는 공중 화장실도 있어요.


 

참, 화장실하면 우리나라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곳이 있어요. 정확히 말하면 화장실이 아니라, 화장실 모양 집이에요. 

 


이름도 화장실의 다른 이름 해우소에서 따와 해우재에요. 저걸 짓고 사시던 분이 얼마전 돌아가셔서 신문기사가 많이 나왔죠. 저 해우재는 옥상을 보면 더욱 화장실스러워요.



그리고, 등장하자마자 국내에서 가장 스타가 된 이 화장실, 빠뜨릴 순 없죠.

 



유명한 춘장대 해수욕장 화장실.

다들 똥 모양인줄 알고 참 과감하다 칭찬했는데, 알고 보니 소라 모양이었다는 그 화장실이에요.


그런데, 도대체 건축 시리즈인데 왜 건축 이야기는 안하냐구요?

 

지금부터 하려고 그랬죠^^.

이번에 이야기할 건축 이야기는 바로 이 화장실에 대해서예요. 

 



어떠세요? 얼핏 보면 고급스런 광고판이나 관광 안내 데스크 같지 않나요?

코믹하면서도 상쾌한 사진을 잘 활용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화장실이에요.

 

저 화장실을 설계한 사람은 렘 콜하스, 요즘 전세계 건축가들 중 가장 잘나가고 가장 돈많이 버는 사람이에요. 콜하스는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높죠. 삼성그룹이 만든 리움미술관, 서울대 미술관을 콜하스가 설계했어요. 그 콜하스와 그의 동료들인 건축가집단 OMA가 함께 저 화장실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저 화장실의 디자인 핵심인 눈길 끄는 사진들은 어윈 올라프의 작품이에요.

어윈 올라프는, 작품을 따로 보셔야 해요. ’이 사람 이거 이상한 사람 아냐?‘라고 고개를 저을만큼 논란이 된 이상야릇한 분위기의 사진들을 많이 찍었는데, 이번 화장실에 쓴 사진은 역시 고수란 생각을 하게 하는 재미가 충만하네요.




저 화장실은 네덜란드 그로닝겐에 있어요. 

그러면 세계 최고 스타 건축가가 저 작은 소품인 공중화장실을 설계하게 된 걸까요?

 

그건, 우선 콜하스가 네덜란드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1996년 그로닝엔에서 ’스타탄생‘이란 페스티벌을 하면서, 페스티벌 기념 프로젝트 하나로 저 화장실을 하게 된거라고 해요. 세계에서 몰려드는 주문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콜하스지만 이런 재미있는 소품도 한번 해보자고 즐겁게 맡았겠죠.

 

그래서 경쾌하게 디자인한 것인데, 이제 콜하스의 대표작으로 꼽힐만큼 유명해졌어요. 어떤 평론가는 “하위문화와 상위문화가 공존한다”고 저 화장실을 평하기도 했죠.

아주 근사해보이는 평가죠? 그러니까 평론을 하겠지만 말이에요.

 

가장 고급서런 도자기인 청화백자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 자체로 잘 디자인한 조형물같기도 하고, 강렬하면서도 도시 풍경하고도 잘 조화를 이루는 멋진 화장실. 콜하스는 화장실도 디자인의 주요작이 된다는 걸 보여줬어요.

 

사실 저는 콜하스의 건물들이 극단적인 디자인을 강조해서 싫어하는데, 이 화장실은 비록 가보지는 못했지만 보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어요.

소재가 무엇이든, 건축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거. 저 화장실을 보면서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