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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길바닥에 시선이 꽂혔던 까닭 2009/05/24

길바닥에도 재미는 있을 수 있다 2007년이었습니다. 모처럼 도쿄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서울처럼 크고 번화하고 복잡한 도쿄를 돌아다니는 동안 제 눈에 들어온 것은 우리와 비슷한 것보다는 우리와 다른 것들이었습니다. 두 도시가 워낙 비슷한 점이 많아서였겠지요. 개인적으로 건축과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던 터여서 건물과 거리 풍경을 더 눈여겨 보면서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신주쿠에서 갑자기 바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백화점 앞 보도 바닥에 동그랗게 달려있는 맨홀 뚜껑이었습니다. 새삼 맨홀이란 것을 생각해보게 만든 맨홀이 바로 이녀석이었습니다. 일본의 상징인 벚꽃과 도쿄도의 상징인 은행잎으로 디자인한 맨홀이었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커다란 건물보다도 오히려 이런 작은 곳에 숨어있는 일본스러움을 발견할 때 일..

기념비로 만든 책장, 미술관이 소장한 의자 2009/05/19

정말 이런 책장이 있구나...! 해냄이란 출판사가 있다. 대부분 이름을 아실만한 유명 출판사다.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을 내는 출판사로 유명하고, 이외수 등 많은 베스트셀러작가의 책을 낸다. 서울 홍대앞에 있는 이 출판사에 우연히 들렀다가 가장 놀란 것이 바로 편집부에 놓여있는 거대한 책장이었다. 해냄 사무실은 1층과 2층이 건물 안에 한공간으로 뚫려 있는데, 그 2층 천장까지 닿는 높이로 책장이 거대하게 우뚝 솟아 있었다. 내가 찍었던 사진을 찾지 못해 블로그 ‘맛있는 토스트BOOK’에서 책장 사진을 퍼왔다. 책과 출판사에 대한 재미있는 정보가 많은 흥미만점의 블로그다. 저 사진에 잘려 안나온 위쪽으로도 책장은 더 올라간다. 직접 보면 대단히 높다. 저 책장을 처음 보았을 때 누구나 마음 속에 현실적..

건축과 사귀기 2019.06.26

간판은 아이디어다 2009/05/14

어, 저게 뭐지? 서울 마포구 공덕동 , 공덕시장으로 가는 좁은 이면도로에서 문득 한 건물에 눈길이 갔다. 평범한 동네 다세대 건물이다. 그런데 뭔가 다른게 있었다. 건물 외벽에 손 모양 띠를 두른 간판이었다. 엄청나게 대단한 아이디어가 아니더라도 반가운 아이디어다. 폰카로 찍는 바람에 화질이 영 아니올시다여서 아쉽다. 절규하듯 요란한 한국 간판의 문제는 요란하기 짝이 없어도 정작 다른 간판들도 모두 요란해 결국 차별화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거리 풍경 해쳐가며 만든 간판이 오히려 잘 보이지도 않는 것이다. 주인은 주인대로 거리 풍경 해치며 돈만 쓰고, 행인들에겐 시각 공해만 추가해 괴롭히는 짓이다. 간판 주인의 마인드를 고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데도 결국은 요란한 간판을 고집하는 이들이 아직..

극강의 음질 ‘슈퍼오디오 CD’ 왜 한국에 없지? 2009/05/12

최후의 CD, SACD 80년대 중반이었습니다. 당시 처음 나온 CD를 봤을 때의 놀라움을 잊을 수 없습니다. 오디오 바늘이 없이 빛으로 음반을 읽어 소리를 낸다니! 정말 ‘꿈의 음반’이었습니다. 차가울 정도로 깨끗한 소리에 반해 방안 가득 CD를 모으는 날만 오기를 꿈꿨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시디를 살 돈은커녕 메탈테이프 사기도 어려웠으니, 결국 제가 제 소유의 CD플레이어를 가지게 된 것은 1989년에 이르러셔였습니다. 과외비로 번 돈을 몽땅 쏟아부어 마련한 인켈 오디오가 당시 돈으로 한 80만원 정도들였으니 돈 좀 썼습니다. 시디값은 또 얼마나 부담스러웠는지. 록 몇장, 클래식 몇장, 그리고 영화 오에스티 몇장을 사면 돈 10만원을 넘겼습니다. 제 시디가 처음 100장을 넘겼을 때 무..

雜家의 매력 2019.06.26

인도 왕궁을 보며 문득 경부고속도로를 떠올리다 2009/05/09

인도의 서울은 델리, 델리에서 가장 유명한 문화유적은 랄 킬라, 랄 킬라는 델리의 대표적 왕궁, 그러니까 우리로 치면 경복궁이다. 이름 랄 킬라는 ‘붉은 성’이란 뜻. 그래서 영어 ‘레드 포트’로 더 유명하다. 이 성을 지은 이는 인도 무굴왕조가 남긴 주요 건축물들에 왠만하면 다 관여한 이름 ‘샤 자한’이다. 죽은 마누라 무덤 타지마할 만드느라 지나치게 국력을 낭비하는 바람에 아들 아우랑제브가 왕위에서 쫓아내 가둬버렸던 황제다. 건축광 황제가 타지마할과 함께 남긴 대표적인 건물이 바로 이 붉은 성 랄 낄라 되겠다. 1648년 지었으니 우리로 치면 조선 중기 때다. 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됐다. 대도시 델리는 옛 도심인 올드 델리와 뉴 델리로 나뉜다. 올드 델리는 그야말로 옛날 동네에 복작복작..

[만만건축 10회] 뉴욕 새 명물 계기로 본 건축계 스타 계단 이야기 2009/05/07

어떤 도시가 좋은 도시일까요? 제 생각으로는 한 도시 안에 여러가지 시간, 여러가지 장면이 있는 도시가 좋은 듯합니다. 옛 시간의 켜가 도시 안에 여전히 살아있고, 그러면서도 새로운 볼거리가 자꾸 등장하는 도시. 한 도시 안에서 여러 시간, 여러 문화, 여러 표정과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도시말입니다. 뉴욕은 어떻습니까? 도시 역사 자체는 젊어도 새로운 매력을 계속 업그레이드 해 사람을 불러 모으는 도시 같습니다. 세계 건축의 흐름을 선도하는 이 뉴욕에 새로 들어선 건축계의 화제 건물 하나를 소개합니다. 이 건물의 높이는 불과 5미터. 그러니까 2층 슈퍼마켓 건물만한 아주 작은 건물입니다. 건축가도 초짜 신인들, 미국 사람도 아닌 호주의 젊은 건축가, 그것도 한국 출신의 건축가입니다. 그런데도 뉴욕에서도..

카테고리 없음 2019.05.27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철문, 인도 대통령궁 2009/05/04

# 일본이 가장 사랑하는 나라는? 두 말 할 필요도 없이 영국이다. 근대 국가를 맹렬히 세우던 19세기, 일본은 영국을 흠모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거다. 일본이 가야할 길, 얻어야할 것, 올라야할 경지를 모두 영국에서 찾은 것은 당연했다. 같은 섬나라인데 세계를 호령하는 최강국이니 영국말고 또 어떤 나라를 역할모델로 삼겠느냔 말이다. 당연히 일본은 영국을 사랑했다. 일본의 영국 짝사랑은 지금껏 이어진다. 만화 에서 주인공 키튼이 영국에서 공부하고 SAS 특공대 출신이며 그의 아버지가 영국인 여성과 결혼한다. 의 주인공 야나기자와 교수는 일본에 살 뿐 거의 영국인이다. 영국 귀족의 라이프스타일을 그대로 반영한다. 만화 는 또 어떤가? 영국 문화에 대한 일본인들의 동경과 호감은 그들의 의식 아래에 깊이 박혀..

편파적이라 할지 몰라도 이 책을 강추하렵니다 2009/05/03

아시아. 가장 가까우면서도 우리가 모르는 곳입니다. 이슬람은 중동보다 동남아시아에 더 많은 인구가 믿고 있는 종교이고, 그 가운데에 인구 대국 인도네시아가 있습니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이슬람에 대한 책이 나왔습니다. 편집자의 정성으로 원전보다 한국어판이 훨씬 더 주제를 쉽게 읽을 수 있게 업그레이드된 책입니다. 왜 강력하게 추천하냐고요? 음, 저는 편파적이니까요^^. 저자 : 율리야 수리야쿠수마 Julia Suryakusuma 인도네시아의 사회학자. 여성학자. 저널리스트. 사회평론가. 인도네시아대학(University of Indonesia)에서 심리학을, 런던 시티대학(City University)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헤이그 사회학연구원(Institute of Social S..

한국 모델하우스, 디자인 상 타다 2009/05/02

한국 특유 건축장르, 모델하우스 네, 그렇습니다. 한국은 집을 이상하게 사고 팔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상품인 집을 짓기도 전에 견본만 보여주고 파는 파는 나라가 몇이나 될까요? 토건 마피아가 결속되어 건설 경기로 내수를 지탱한다는 논리로 언론과 관청과 결탁되어 있는 한국과 일본 같은 나라들에서나 보편화된 현상일겁니다. 외국은 집을 지어놓고 파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러니 모델하우스는 한국에서 아주 발달했습니다. 시내 한 가운데에 으리으리한 모델하우스를 지어놓는 것은 무척이나 한국적입니다. 요즘 건설회사들 모델하우스, 정말 화려합니다. 그 비용, 물론 모두 아파트 분양가에 고스란히 들어가겠죠. 어찌됐든 이 모델하우스는 요즘 디자인과 건축의 첨단을 보여줍니다. 가장 비싼 상품에 관한 것이니 가장 ..

건축과 사귀기 2018.12.31

하프의 비밀-하프는 백조다 2009/04/08

첼리스트는 소형차를 못탄다? 클래식 연주자들을 보면 악기 크기 따라 참 고생도 많이 한다는 생각도 든다. 첼로 주자들을 보라. 그 무거운 하드 케이스 가방을 낑낑 메고 가는 여학생을 보면 안쓰러울 정도다. 다행히 악기 하드케이스 소재는 첨단 기술 덕에 날로 발전한다. 그래서 전보다는 훨씬 강하면서 가벼워지고는 있다. 영화 에서는 제임스 본드 티모시 달튼이 첼리스트 본드걸 미리암 다보의 첼로 케이스를 썰매 대용으로 써서 눈위를 미끄러져 적들의 추격을 피하는 장면도 나온다. 첼로는 승용차도 쏘나타 이상을 사야만 한다. 작은 차엔 안들어가는 탓이다. 비행기를 탈 때도 첼리스트들은 티켓을 두 장 사야 한다. 현악기는 프로용이면 최소 수천, 보통 억대다. 그런 악기를 짐칸에 실을 수 없는 법. 옆자리에 고이 모시..

雜家의 매력 2018.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