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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게 수입원은 라면?-배보다 큰 배꼽상품들 2007/10/17

만화가게. 톱니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사에서 잠시 벗어나 자투리시간을 보내는 소시민의 공간이다. 푹신한 소파에 묻혀 만화책을 붙들고 킬킬거리는 재미야말로 만화팬들에겐 생활 속 작은 행복 가운데 하나다. 만화와 군것질을 함께 즐기는 것도 만화가게를 찾는 이들에겐 큰 즐거움이다. 만화의 재미에 빠져들어가는 순간, 코끝을 파고드는 친숙한 냄새. 우리나라 사람들의 영원한 간식, ‘라면’ 냄새다. 시장기가 없던 사람도 옆 좌석에서 라면을 시키면 갑자기 라면이 먹고 싶어진다. 어느 누가 라면을 시키면 순식간에 여기저기서 주문이 이어진다. “아저씨, 여기도 라면 하나 주세요.” 거대 산업에도 ‘효자상품’ 물론 만화가게는 만화로 먹고사는 상업공간이다. 그러나 만화가게의 진짜 수익은 만화가 아니다. 만화가게 주인들의 생계..

雜家의 매력 2018.06.19

책의 세계2-명예로 승부하는 책들 2007/10/15

출판사 학고재가 출판사 등록을 마친 지 얼마 안 된 신생출판사 시절이던 지난 91년 어느 날 밤, 우찬규 사장은 술자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동석했던 한 미술평론가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연신 술잔을 기울이던 그 미술평론가는 우리나라 문화재 연구계의 태두 혜곡 최순우 선생의 전집이 상업성 때문에 출판되지 못하고 있다고 한탄을 계속 토해냈다. 출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팔릴 책은 아니었고, 본전조차 건지기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미술과 우리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꼭 필요한 책이라는 점만은 분명했다. 밤새 고민한 끝에 우 사장은 일을 저질러보자고 결심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이듬해 다섯권짜리 은 세상에 선보였다. 창비의 자존심 책이..

미술관의 과거는 무죄-술 대신 미술을 빚는 양조장 2007/10/12

보통 사람들이 미술을 즐기는 전시공간은 크게 두가지 장소입니다. 다들 잘 아시듯 미술관과 화랑이지요. 20세기 들어 미술이 크게 활성화하면서 미술관과 화랑은 사회의 중요한 문화공간으로 더욱 대접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이 미술전시공간이라고 하면 어떤 건물이 떠오르십니까? 현대 이전 미술관이라면 돌기둥이 줄지어있는 고색창연한 유럽특유의 석조건물이 주종을 이룹니다. 그래서 저 에르미타주미술관같은 웅장한 건물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우리나라도 덕수궁 석조전이 있지요. 반면 현대 미술관이라면 아주 깔끔 담백한 모더니즘 건물들이거나 독특한 첨단 건물이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현대에 생긴 미술관들은 유명 재벌들이 만드는 경우가 많아 기존 건물을 쓰는 이전 미술관들과 달리 건물들을 새로 지었으니까요. 공공기..

건축과 사귀기 2018.06.19

카메라의 세계2-가수 비가 니콘 모델인 이유는? 2007/10/05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으로 불리는 것들이 있다. 자동차와 오디오, 그리고 카메라다. 그리고 카메라는 이 가운데에서도 가장 어른들을 매혹시키는 장난감으로 꼽힌다. 자동차는 매력적이지만 너무 비싸고 덩치가 커 여러 대를 가져보는 즐거움을 맛보기가 99.99% 사람들에겐 불가능하다. 오디오도 자동차보다는 덜하나 덩치와 비용이 장난이 아니다. 게다가 자동차처럼 타고 다닐수도 없고, 카메라처럼 들고 다닐 수도 없다! 반면 카메라는 크기가 작아 보관도 쉽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그래서 가장 손쉽게 마련하고 즐길 수 있는 어른용 장난감이 됐다. 어른들을 위한 최고의 장난감, 카메라 앞글에서 썼듯 카메라는 어떤 기계 제품보다도 주인과 교감한다. 얼굴에 비벼대는 휴대폰도 카메라처럼 사람과 감정적인 관계를 ..

雜家의 매력 2018.06.19

카메라의 세계1-카메라, 그 치열한 경쟁의 역사 2007/10/01

기자생활에서 두 축을 이루는 경력은 문화부와 경제부다. 경제부에선 전자업종을 맡았는데, 가장 적성에 맞았던 업무였다. 전자 담당기자 시절 관심을 가졌던 제품은 2가지였다. 하나는 면도기, 그리고 또 하나는 카메라였다. 면도기와 카메라에는 공통점이 있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기계란 점이다. 두가지 모두 사람과 가장 친밀한 관계를 맺는 전자제품이다. 카메라, 그게 궁금해졌다 면도기는, 사람 살갗에 직접 비벼대며 쓰는 유일한 전자제품이다. 사람과의 유대관계가 그 어떤 전자제품보다 강하다. 한번 특정 회사 것에 익숙해지면 바꾸기가 쉽지 않다. 일단 시장에서 성공하기만 하면 면도기는 왠만한 다른 전자제품보다 훨씬 장사가 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전세계 수억명짜리 거대 시장을 필립스와 브라운, 파나소닉이 나눠먹고..

雜家의 매력 2018.06.17

예술이 된 음반 재킷-줄리안 오피가 온다! 2007/09/20

영국 모던록 그룹 블러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2000년 나온 블러의 베스트음반에는 눈길이 꽂혔다. 음반 노래보다도 독특한 음반 재킷 디자인이 눈을 잡아끈 것이다. 네 명의 멤버 얼굴을 검은 선으로 단순화해 그렸는데 재미있는 것은 눈 모양새였다. 비교적 사실적인 나머지 얼굴 부분과 달리 얼굴속 눈은 모두 까만 점으로만 처리되어 있었다. 사람 얼굴에서 가장 특징이 두드러지는 눈을 일부러 몰개성화한 것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네 명의 얼굴이 모두 비슷해보이기도 하면서 달라보이기도 하는게 묘했다. 어라, 이거 되게 경쾌한데?란 생각이 들었다. 유럽만화를 대표하는 에르제의 시리즈 주인공 땡땡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 표지를 디자인한 사람이 줄리안 오피(Julian Opie)란 것은 훨씬 나중이었다. 그 이름..

이런 호텔 보셨나요?-한옥과 현대건축은 어떻게 만나왔나 2007/09/27

안녕하세요? ‘종합일간지 유일의 건축 담당 기자’ 구본준입니다.^^ 농담처럼 말씀드렸습니다만 건축만 따로 맡는 신문기자는 현재 저 뿐입니다. 다른 신문은 다들 미술과 함께 하는데, 는 미술 담당과 별도로 제가 건축 기사를 맡습니다. 아주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니 너무 의미를 두시진 마시길. 좌우지간 건축 기자로서 종종 건축 이야기를 올리겠다는 말로 이해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오늘 건축이야기 포스트 하나 올리고자 합니다. 최근 건축계의 ‘화두’를 굳이 꼽자면 아마도 아마도 한옥이 가장 먼저 꼽힐 겁니다. 최근 건축계의 한옥 이슈는 좀 의도적인 붐 측면도 있긴합니다만 어쨌든 한옥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습니다. 덕분에 최근 한옥이란 건축양식을 어떻게 현대적인 도시공간과 삶속에 살릴까 시도하는 건축 사..

건축과 사귀기 2018.06.17

초록빛이 묻어나는 정원-기요스미테이엔 2007/09/25

지난 여름, 도쿄를 방문하면서 개인적으로 세웠던(?) 목표가 있었다면 ‘가능하다면 하루 1시간 정도 짬을 내 도쿄 시내의 정원이나 공원을 가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찾아갔던 곳 가운데 하나가 ‘기요스미테이엔’(淸澄庭園), 그러니까 기요스미정원이었다. 도쿄 시내 동편인 기요스미시라가와에 있는 작지만 제법 유명한 정원 공원이다. 정원을 찾아간 날은 무척이나 햇빛이 강했다. 워낙 빛이 강하면 마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면 모두 하얗게 보이듯 사물들의 색깔이 날아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록빛은 오히려 그런 강한 빛 속에서도 제색을 낸다. 그런 초록빛을 담뿍 머금은 곳이 바로 기요스미 정원이었다. 화려한 색깔의 향연은 없지만, 오로지 농밀한 초록빛을 흠뻑 즐길 수 있는 곳, 그 초록빛을 눈에 새기고 올 ..

국가대표 벤치 어떤 것을 고르시겠습니까 2007/09/18

Quiz. 침대는 ( ? ) 입니다. 그러면 의자는 ( ? ) 일까요? 정답은 무엇 같으십니까? 광고에 따르면 침대는 `과학'입니다. 의자는? 바로 `디자인'입니다.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가 의자입니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창의적인 형태를 실험할 수 있는 소재가 의자입니다. 현대 디자인사의 주요 걸작들에는 그래서 의자들이 많습니다.의자를 보면 디자인사가 보인다고 할 정도입니다. 거리가구, 곧 `스트리트 퍼니처'에서 가장 중요한 것도 의자입니다. 거리는 알맞은 부대낌이 있어야 활기가 차고, 그런 부대낌 속에서 잠시 쉴 곳이 있어야 여유가 살아납니다. 그래서 거리는 의자가 제대로 있어야 사람 살만한 거리가 됩니다. 의자가 있어 앉아서 쉬고 싶어지는 거리라야 제대로 된 거리, 문화와 사람이 흐르는 거리입니..

도쿄 최고의 찻집-호수속 섬에서 즐기는 전통차 2007/09/07

왼쪽으로는 어시장과 항만 장비들이 보이는 부두, 다른쪽은 거대한 초현대식 빌딩들의 숲. 그리고 그 사이 바다위에 초록빛 섬이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도쿄에서 가장 큰 일본 전통 정원을 만날 수 있는 곳, `하마리큐온시테이엔'은 도쿄 앞바다에 떠있는 작은 섬이었다.1654년, 정권을 잡은 도쿠가와 가문의 후계자인 쇼군 도쿠가와 이에즈나는 스미다강 하류가 바다와 만나는 이곳을 매립해 섬을 만들었다. 작은 바닷물길이 둘러싸는 인공섬에 별장을 세우고 정원을 꾸몄다. 정원 안에는 너른 꽃밭과 잔디밭을 깔고, 야트막한 동산도 세웠다. 그리고 섬 가운데 커다란 연못을 만들어 그 안에 다시 작은 섬을 들였다. 다른 정원에선 볼 수 없는, 물때에 따라 바닷물이 들어오는 연못이 섬 안에 탄생했다. 어느새 300년 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