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사귀기

새로 지을 서울시청 디자인입니다 2008/02/18

딸기21 2018. 8. 16. 16:03

정말 난산 끝에 나왔습니다. 한번 지으면 최소 100년은 갈 건물이니, 그것도 세계적 대도시 서울의 얼굴이 될 시청이니 쉽게쉽게 지을 수는 없겠죠. 내놓는 디자인마다 촌스럽다고 퇴짜를 맞기를 여러 차례, 이번에 서울시가 고른 디자인이 18일 공개됐습니다.


일단 디자인부터 보시지요.

언론들은 이 사진을 많이 썼던데, 그 모양새를 정확히 알기는 좀 힘든 각도입니다.




이 건물의 정확한 모양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는 이 그림을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요즘 건물들은 철골조에 겉은 유리 구조여서 야간에 조명을 한 모양새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야간 모습도 따로 이미지를 미리 만들어놓았습니다.




이번 당선작은 건축가 유걸씨의 디자인입니다. 유걸씨는 앞서 제가 기사로도 쓴 적이 있는데, 개방공간을 중시해 내부에 큰 공간을 만들고 다양한 동선과 구조로 다채롭게 꾸미는 건축이 특징인 분입니다. 또한 내부와 외부의 연결과 소통을 중시하는 건축갑니다.


일단 당선안의 디자인적인 특징은 전통 건축물의 처마와 곡선미를 디자인 모티브로 삼은 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음영이 생기는 곡선이 두드러지네요.


또한 유걸 건축가의 작품답게 건물 전체 면적의 30% 이상을 다목적홀이나 스카이라운지 등 시민문화공간으로 배치한 점이 눈길을 끕니다.


디자인 열쇳말은, ‘시민, 전통, 미래’라고 합니다.


그럼 좀더 들여다 보겠습니다.



서울시가 낸 자료에 있는 기본 모티브가 된 건물 처마입니다. 종묘로 보입니다만, 별다른 설명은 따로 없습니다. 이런 전통 건물의 선의 미학을 현대식으로 해석했다는 이야기죠.




그 단면을 보면 디자인의 착안점을 확실하게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내부 공간 모습입니다.




아직 모양을 잡아가는 단계로 보이는 그림인데, 다목적 홀의 모습입니다.




스카이 라운지 입니다. 역시 아직 세밀하게 디자인이 마무리 된 것이 아니라 기본 구상이 이렇다고 보여주는 것이어서 조금씩 바뀔 것 같습니다.



새 시청건물의 특징적인 내부 공간인 ‘에코 플라자’라고 합니다.


이번 디자인에서 가장 내세우는 공간인데, 수평적인 서울광장의 흐름이 신청사 건물 안으로 이어지는 구조라고 합니다. 요즘 건축의 특징이자 유걸 건축가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내부와 외부의 길, 그러니까 흐름을 이어주고 겹치는 효과를 중시하는 것입니다. 시청앞 광장에서 들어오는 수평적 공간이 수직적인 건물과 만나서 이어지게 되는 모양입니다. 


이처럼 개방공간을 외부 공간과 연결시키는 것은 건물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개방감을 강조하기 위한 방법으로 애용됩니다.


이번 디자인은 진통을 여러번 거친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끕니다. 오늘 나온 이 최종 디자인은 지난해 연말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 디자인입니다. 그동안 서울시는 디자인 콘셉트로는 4차례, 총 디자인 회수로는 5차례 신청사 디자인을 바꿨습니다. 


새 디자인에 대해 서울시는 “높게만 뻗어나간 수직적 건물보단 우리 전통건축 양식의 저층의 수평적 비례요소와 처마지붕의 깊은 음영 및 곡선미를 현대적 신청사에 재해석해 내는 지혜를 발휘, 옛것에 대한 친근감이 돋보이게 했다”고 선정 이유로 밝혔습니다.


또한 건물 앞 광장에서 본관, 그러니까 현 석조 시청건물을 지나서 신청사로 진입로가 이어지는 ‘순차적 진입방식’은 전통적인 이동기법을 현대화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건물은 보시면 알겠지만 유리로 외관을 뒤집어 씌워 투명성이 두드러집니다. 이런 구조는 겨울에 햇빛이 많이 들어오므로 동절기 난방에 유리합니다. 건물을 덥혀 공기를 대류시켜 자연환기에도 좋아 요즘 최신식 건물들이 선호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유리집 형태는 반면 여름 난방에는 여러가지 약점이 있습니다. 다만 유걸 선생이 전 작품 배재대 건물도 지하 냉기를 끌어들여 여름철 건물을 서늘하게 하는 방식을 시험했던 분이니만큼 이 부분에 대한 공학적 배려는 틀림없이 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서울시는 새 청사가 태양광·태양열, 지열등 자연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에너지 절약방안을 제시하는 모델하우스의 역할도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는데, 역시 투명 유리 구조인 영국 런던 시청이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을 것 같기도 하군요. 영국 시청의 경우 유리 건물인 관계로 여름철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해 햇빛을 가장 적게 받는 각도로 디자인한 바 있습니다.


2005년 처음 시청 본관 뒤에 짓기로 결정한 뒤, 서울시가 고른 디자인은 문화재심의에서 부결되어 반려되었습니다. 이후 여러 차례 디자인을 바꾸고 문화재 심의를 거쳐서 지난해 10월 최종 문화재 심의를 통과했지만, 이번에는 여론에 두들겨 맞았습니다. 서울을 상징할만한 건물로서 상징성과 전통성,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대한민국 대표급 건축가들을 상대로 다시 설계를 받았습니다. 서울시가 찍어서 지명한  4명의 국내 대표급 건축가는 유걸(아이아크 대표), 박승홍(디자인켐프 문박 디엠피 대표), 류춘수(건축사 사무소 이공대표), 조민석(매스 스타디 대표) 등 4명이었고, 이 가운데 유걸씨의 작품으로 결정된 것입니다. 면면으로 볼 때 네 분 모두 가장 훌륭한 작품을 내놓는 작가들임에 분명합니다.


평가는 이제부터입니다. 건축물이란 처음 볼 때 이미지로만 확실하게 눈에 자극을 주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서울시청같은 중요한 건축물은 미학적 가치는 물론이고 여러가지 사회적 개념과 시대 가치를 잘 담아내야 하는 중요한 기호가 됩니다. 동시에 그 안에서 서울시민들을 도울 일꾼들이 쾌적하게 잘 일할 수 있고, 시청을 찾는 시민들이 즐겁게 머물 수 있는 편리한 공간으로서 기능도 중요합니다.


어려움 끝에 나온 이번 디자인이 과연 어떤 평가를 받으며 어떻게 지어질지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