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사귀기

리처드 로저스, 회사를 이렇게 독특하게 운영하는 이유가 뭡니까? 2008/02/01

딸기21 2018. 8. 12. 14:16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었다. 

그가 왜 세계적 건축가가 됐는지, 어떻게 75살에도 계속 세계적으로 잘나가고 있는지도 궁금했지만 그보다 더 궁금한게 있었기 때문이다.

리처드 로저스, 그의 미스터리?

영국을 대표하는 건축가이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가 가운데 한 사람인 리처드 로저스(1933년생)에게 궁금했던 것은 바로 그의 설계법인 운영방식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건축가 가운데 한 명인데도 사무실 운영 방침을 보면 거의 사회주의자가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였기 때문이다.

렌초 피아노와 리처드 로저스의 대표작이자 출세작 파리 퐁피두센터. 건물의 구조적 특징이나 내부 설비를 모두 겉으로 드러낸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세계 건축계에 큰 화제가 됐다. 1977년작으로 이미 30년 넘게 지난 작품이지만 여전히 혁신적으로 보인다.

리처드 로저스는 파리 퐁피두 센터의 설계자로 유명한 건축가다. 런던의 명물 밀레니엄돔도 그의 작품이다. 노먼 포스터와 함께 영국을 대표하는 양대 스타 건축가로 보면 된다. 

이 리처드 로저스의 사무실 이름은 `RSHP'다. 리처드 로저스와 그의 파트너인 그레이엄 스터크, 그리고 아이반 하버의 이름 머릿글자를 딴 것이다. 원래는 `리처드 로저스 앤 파트너스'였는데, 파트너들의 이름까지 함께 집어넣어 최근 회사 이름을 바꿨다. 물론 회장은 리처드 로저스. 

그런데 이 회사는 독특한 회사 정관이 있다. 그게 바로 궁굼해 물어보고 싶은 점이었다.
  
우선, 대표 건축가들은 지분을 소유하지 않는다. 그렇게 정해져있다. 그 지분은 자선단체가 소유한다. 이 법인을 운영하는 자선단체와 소위원회에는 외부인이 포함되어야만 한다. 그것도 규정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연봉 규정이다. 최고 디렉터는 가장 적은 급여를 받는 건축가의 6배를 받고, 회장(리처드 로저스)은 9배를 받는다. 건축 설계 수주에도 원칙이 있다. 이 회사는 맡으면 안되는 일감을 정해놓았다. 군대의 일을 안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리처드 로저스(가운데)와 그의 파트너들. 리처드 로저스는 건축가들이 대부분 협업 체제이자 파트너십을 중시하지만 특히나 공동작품이 많고 파트너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편이다. 이 세사람이 모두 이번 여의도 파크원 설계에 참여했다.

물론 로저스의 그동안 성향을 보면 짐작은 할 수 있다. 그는 하이테크, 고밀도 건축과 도시를 지향해온 건축가이자 도시계획가다. 

그럼 개발론자라고? 아니다. 에너지 효율과 친환경성, 지속가능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열효율 높고 낭비 적은 대안으로 촘촘하고 경제적인 고밀도 건축, 이동거리가 짧아 대중교통과 자전거가 탈것이 되는 시스템을 중시한다. 그러니 자연히 공동체성과 계층간의 어울림, 사회적 관계를 중시하는 것이 철학이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회사도 그런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그런 규정을 정했으리라. 

그래도 궁금했다. 저렇게 정관까지 정하다니. 저런 식으로 사무실을 운영한다는 건축가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그가 한국에 왔다. 세계적 건축가를 만날 기회가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한국에 비로소 그의 첫 작품(혹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지만)이 들어선다니 당연히 만나야 할 일이었다. 

사실 로저스는 그 이전에 여러 차례 한국과 인연이 있었다. 특히 주방기구 업체인 한샘과 했던 주거 빌딩 프로젝트 같은 경우는 건축계에서 대단한 화제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실현된 건물이 없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그가 한국에 빌딩을 남기게 됐다. 그것도 72층짜리, 서울 최도심인 여의도 한복판에. 당연히 완공되면 한국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다.

로저스팀이 설계한 여의도 통일주차장 자리에 들어설 복합단지 파크원 조감도. 72층과 54층 빌딩, 호텔과 위락시설, 쇼핑몰로 구성된다.

로저스는 30일 한국에 도착해 31일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1일 오전에 바로 떠났다. 일정은 2박3일이지만 사실상 31일 하루에 집중된 번갯불에 콩볶는 듯한 일정이었다. 한국에 온 이유는 홍익대에서 건축전공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 때문이었다. 인터뷰는 <한겨레>와 <조선일보>만 했다. 건축에 신경을 써서 다뤄온 매체들로 골랐다고 뒤에 들었다. 

나는 이 강연일인 31일 오전에 로저스를 만나 인터뷰했다. 이 세계적 건축가는 서울에 짓는 빌딩을 어떤 아이디어로 구상했는지, 도시계획가로서 서울이란 도시를 어떻게 보는지, 그리고 앞서 말했듯 사무실은 왜 저런 독특한 철학으로 운영하는지 묻고 싶었다. 그러나 묻고 싶은 것은 많은데 인터뷰 시간은 불과 1시간여. 시간이 촉박한 탓에 미리 질문지를 보내 질문시간을 줄여가며 인터뷰했다. 세계적 노 건축가와의 인터뷰는 무척이나 즐거웠다.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를 홀로 독대하며 들을 수 있는 것, 그들의 사유를 대면해서 접할 수 있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 기자의 특권이자 행복이다.

로저스의 대표작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런던 로이드 빌딩. 역시 건물 외장이 하이테크 느낌이 물씬 풍긴다. 리처드의 작품은 강한 기계미학으로 초기에는 부담스럽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

인터뷰를 마치자마마자 부랴부랴 회사로 돌아와 기사를 쓰고 신문을 기다리던 도중 <한겨레> 경제부에서 일하는 김규원 기자에게 전화가 왔다. 도시계획에 관심이 많은 김기자는 로저스가 언제 왔냐며 혹시 강연 같은 행사가 없느냐고 물었다. 저런, 이미 시작해 끝날 즈음이라고 전하니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다음에 로저스가 또 찾아와 김기자를 비롯한 여러 한국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있기를 바랄 수 밖에. 

다음은 로저스와의 인터뷰다. 신문에 큼직하게 났다고 해도 기사에 담을 수 있는 것은 역시 너무나 적을 수 밖에 없다. 길진 않아도 그의 인터뷰 전문을 소개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여기 블로그에 소개한다. 

직접 만나본 로저스는 일흔다섯이란 나이가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혈색은 발그레했고, 몸놀림도 그리 둔하지 않았다. 큰 키에 배가 조금 나왔을뿐 화사한 연두색 스웨터에 청바지를 입은 모습이 자기 나이보다 훨씬 젊은 멋쟁이 중년처럼 보였다. 감기가 들어 컨디션이 좋지 않아 최대한 인터뷰를 압축해달라고 주문했지만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자 성심성의껏 자세히 설명하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설명을 자세히 했으니 기사도 길게 써달라”며 “꼭 신문을 보여달라”고 웃었다.

일흔다섯에도 정정한 리처드 로저스. 실제로 보면 사진보다 젊어보인다. 사진=신소영 기자


인터뷰는 로저스가 설계한 한국 최고층 빌딩이 될 72층짜리 복합건물 ‘파크원’ 현장 회의실에서 1시간20분 동안 진행됐다. 인터뷰를 한 파크원 현장사무실 4층에서 내려다 본 넓은 부지에선 막 터파기 공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 파크원 프로젝트는? 

여의도 엘지 트윈타워 옆 통일주차장 부지에 들어서는 복합단지로, 영국계 부동산개발회사(디벨로퍼) 스카이랜이 통일재단으로부터 99년 동안 토지 임대계약을 맺어 복합단지로 개발한다. 통일주차장 부지는 서울 한복판 여의도에서도 가장 중심지에 자리잡은 마지막 금싸라기 땅이자 통일교가 소유하는 땅으로 유명했다. 오랫 동안 개발 논의가 끊이지 않았으나 오랫동안 진척없이 주차장으로 쓰여오다가 파크원이란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게 됐다. 로저스가 설계한 파크원 단지는 서울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될 72층짜리와 54층짜리 초고층 사우용 건물과 호텔, 그리고 가운데 쇼핑공간으로 구성된다. 2조2천억원이 투입돼 2011년 완공될 예정이다. 

# 리처드 로저스는?

리처드 로저스는 렌초 피아노와 함께 파리 퐁피두 센터를 설계한 세계적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대표작으로는 런던 로이드 빌딩과 밀레니엄돔이 있으며, 유럽 인권법원, 웨일즈 의회 건물 등도 유명하다. ‘건축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지난해 받았고, 프랑스 레종 도뇌르 훈장과 영국왕립건축가협회 금메달 등 많은 상을 받았다. 건축과 도시개발에 공헌한 공로로 1991년 영국 왕실로부터 ‘경’(Lord) 작위를 받기도 했다. 로저스는 흔히 오랜 친구이자 함께 회사를 차리기도 했던 노먼 포스터, 그리고 두 사람의 스승격인 선배 제임스 스털링과 함께 영국을 대표하는 3대 건축가로 불린다. 

그의 건축적 특징은 하이테크 건축이다. 본인은 자신이 하이테크 건축이라고 규정짓지 않지만 흔히 하이테크 건축의 대표자로 일컬어진다. 그는 퐁피두 센터를 설계할 때 이런 철학을 담아 다른 건물들에선 건물 내부로 감추던 건물의 설비와 구조를 외부로 그대로 드러내 디자인 요소로 쓰는 건축을 시도해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다. 이런 경향은 이후 작품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며, 최신 기술과 새로운 재료를 활용해 건물의 효율성을 높여 에너지와 환경적 낭비를 줄이는 것을 건축철학으로 삼고 있다. 

리처드 로저스는 도시계획의 전문가로도 유명하다. 1997년 토니 블레어 총리의 요청으로 영국의 도시재생전략 자문위원회(태스크 포스)를 이끌며 런던의 도시계획을 주도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구: 사회가 더욱 발전하고 기술이 고도화되어가면서 하이테크 건축에 대한 관심과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듯합니다. 로저스 경은 이 하이테크 건축분야의 대표적 건축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선생님의 책 <Cities for Small Planet>을 보면 저밀도 보다는 고밀도 도시(dense city)가 오히려 더 환경적으로 낭비가 적고, 이런 맥락에서 초고층 빌딩이 보다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고 역설하셨습니다. 2000년대 중반 에너지 위기시대인 지금 상황에서 하이테크 건축가로서 건축이 어떻게 현재 에너지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RR: 하이테크는 언어가 아니라 솔루션입니다. 저는 제 건축 스타일을 하이테크로 지칭하지 않습니다. 비평가들은 그렇게 평하더군요. 에너지 같은 문제는 사회가 문제에 해결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그 때 문법이 하이테크가 되겠지요. 질문은 결국 지속가능성의 문제에 대한 것으로 봅니다. 우리 건축이 지속가능한 건축이 될 것이냐는 것이겠죠. 

지속가능성은 기술보다 사람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 출발은 ‘콤팩트 시티’로부터 시작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콤팩트 시티라는 개념, 곧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지속가능한 건축은 고밀도의 환경에. 가난하거나 부자거나 모든 계층 사람들이 가까이 모여서 살아가는 형태를 갖춘 도시이며, 훌륭한 공공 교통 시스템을 갖춘 도시를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디자인입니다. 여기서는 공공공간을 말하죠. 환경친화적 디자인이 중요합니다. 

이런 환경친화적인 도시가 되려면 자동차가 아니라 걷기나 자전거타기 등으로 다닐 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시라는 곳은 살고. 일하고, 즐기는 기능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이런 환경적인 문제에 책임을 지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자동차를 가지고 다니는 것은 환경에 책임을 지는 태도는 아닙니다. 

이 콤팩트 시티에서 중요한 것은 사회 각 계층 모여 사는 것, 도시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커뮤니티가 존재하는 것, 그리고 대중교통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요건입니다. (도시와 건축)은 사람들이 가고 싶어할만한 장소여야 합니다.

여의도 공원쪽에서 바라본 파크원 건물 예상도. 여의도에는 이 파크원과 함께 국제금융센터 등 초고층 마천루들이 계속 들어설 예정이다.

구: 파크원 건물은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 고층 건물은 많았지만 제대로 된 구조 공학이나 미학적 측면의 성취를 보여준 사례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로저스 경에 거는 서울 시민들의 기대는 더욱 큽니다. 파크원 빌딩에서 구조적 측면, 그리고 미학적 측면에서 어떤 특징적인 시도를 하시고자 하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RR: 파크원은 입지가 아주 좋습니다. 이미 활성화 되어 있는 지역이고, 도심이며, 주거하는 사람들도 많고, 여려 빌딩과 공공건물들이 많이 혼합되어 있습니다. 이런 입지는 지속가능성면에서도 좋은 조건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파크원 건물에서는 우선 전력생산 방식을 친환경 발전방식인 CHP 방식을 쓰기로 했습니다. 또한 주변 지역의 열섬 효과를 줄이기 위해 지붕에 ‘초록 지붕’이 되는 식물정원을 설치합니다. 또한 주변에도 식물을 심어 열섬효과 억제에 주안점을 뒀습니다. 이름이 파크이듯 전체적으로 공원의 이미지와 편안한 환경 디자인을 추구했습니다. 

건축이란 것은 언어입니다. 제가 사용하는 건축 언어는 구조의 표현, 가벼움, 투명함, 유연성, 녹색, 장소 소속감 같은 것들입니다. 장소 자체가 돈을 버는 기계같은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소속감을 느끼고 오고싶어하는 곳이 되도록 하고 싶습니다. 유연성도 중요한 개념입니다. 지금은 쇼핑공간이라고 해도 나중에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합니다. 이런 점을 감안해 호텔, 사무실, 쇼핑몰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디자인을 했습니다. 

파크원에 들어서는 이런 여러 기능과 형태의 건물들은 사용빈도가 시간대별로 다릅니다. 이런 점은 에너지효율성을 높이는 데 좋습니다. 디자인 면에서 보면 수직성을 표현했습니다. (로저스는 갑자기 일어서서 조감도 패널을 들고 직접 몸짓을 섞어가며 설명을 시작했다.)

거대한 덩어리 느낌 보다는 수직적으로 치솟는 건물로 표현하려고 했고, 건물 뿐만 아니라 두 건물 사이에 존재하는 틈새 공간도 중요한 디자인 요소로 인식했습니다. 건물 모서리를 투명 유리로 처리하는 것이 포인트이고, 스케일과 리듬을 통해 가독성(legibility)을 강조하고자 했습니다. 건축의 구조적 느낌은 언어와 비슷합니다. 건축의 디테일한 부분이 단어라면 단어가 모여 문장이 되고, 문장이 모여 챕터가 되고, 그래서 책으로 이뤄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디자인 자체가 언어라고 이해를 하면 좋겠습니다. 

(갑자기 손목에 찬 시계를 들어 보이며) 시계란 것을 볼 때 우리가 바늘만 보지도 않고 둥그런 틀만 보지도 않습니다. 그런 부분들이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시계를 완성하고, 그 전체로 봅니다. (건축 디자인은) 부분의 역할을 볼 수 있어야 하면서 동시에 전체적인 것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것들이 모여서 하나의 특징을 표현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 한국과 인연이 적지 않으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90년대 한국의 기업 한샘과 함께 씨도했던 주거 빌딩은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개별 캡슐 구조물을 기둥에 하나씩 붙여나가며 건물이 이뤄지는 아이디어가 인상적었습니다. 이밖에 목동 SBS 사옥이나 부산 고속철 역사, 세운상가 재개발 등의 현상경기에 참여하셔서 인상적인 작품들을 선보이셨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란 공간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셨을 텐데요, 국제도시 런던의 도시계획을 짜신 도시계획의 전문가로도서 한국, 특히 서울이란 도시의 특성을 어떻게 보시며 서울을 위해 제안하고픈 아이디어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부탁드립니다. 

RR: 한샘과 작업했던 디자인은 제가 한 수많은 디자인들 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업이었습니다. 한샘 프로젝트는 (주거공간을 공장에서 먼저 생산한 선조립기술을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는 시도였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아직 미련이 많이 남아 있어 지금이라도 누가 이를 사회적 프로젝트로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런던 도시계획에 수석 자문역을 맡고 있습니다. 런던이 직면한 문제와 서울이 직면한 문제는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도시 팽창을 막아야 하고, 땅이 귀하다보니 고밀도 건축의 필요성 대두하지요. 도시가 성장하면 자동차가 증가하게 되는데 도시 주변에 벨트 지대를 설치해서 팽창을 막고, 차보다는 자전거를 장려해야합니다. 이런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도시가 되는 것을 런던에 자문하고 있습니다. 이는 서울에서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서울이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청계천은 성공적이고 아름다운 프로젝트였습니다. 도심 재생 사업으로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울이 세계적인 도시로 나아가려면 앞으로 확장식 개발이나 불균형 개발보다 도시 디자인에 신중을 기하며 도시계획을 하길 바랍니다. 

로저스가 설계한 웨일즈 의사당.

구: 서울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으로 보시는지요. 

RR: 서울은 미국식 스타일인 듯 합니다. 미국식 건축 스타일은 전체적으로 구조적인 아름다움이 결여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 같이 어우려져서 줄 수 있는 느낌이 적습니다. 

대부분 대도시들이 비슷한 문제를 지니는데 서울도 마찬가지 문제를 겪고 있다고 봅니다. 서울은 자동차가 점령해버린 도시같습니다. 인간과 상업활동과 자동차 사이의 균형을 다시 찾는게 중요합니다. 이런 균형 회복을 통해 인간중심적 도시로 설계해야 합니다. 도시의 목적은 차와 차가 만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끼리 만나는 겁니다. 서울을 위한 제안은, 좀더 인간 중심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해 청계천 같은 아름답게 디자인한 공공공간을 100개 정도 더 설치하면 좋겠습니다. 단 꼭 디자인이 잘된 공간이어야 합니다. 도심뿐만 아니라 외곽에도 많이 설치해야 합니다. 

로저스가 설계한 스페인 마드리드 바라하스 공항 제4터미널.

구: 설계 사무실 운영 방식이 독특합니다. 대표 건축가들은 사무소 지분을 소유하지 않고, 그 지분은 자선단체가 소유하며, 사무소를 운영하는 자선단체와 위원회에는 외부인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규정을 정했다고 압니다. 또한 최고 디렉터는 가장 적은 연봉을 받는 건축가의 6배를 받고, 회장(로저스)은 9배를 받는 다는 것, 그리고 군대의 일은 하지 않는다는 규칙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과연 맞는지, 그리고 이런 규정을 정한 것은 어떤 철학에서 나온 것인지 궁금합니다.

RR: 다 맞는 내용입니다. 우리 회사에는 ‘헌법’이 있습니다. 건축가들은 소유권이 없습니다. 회사 정관에 그렇게 정했습니다. 모든 직원이 이익을 나누어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이유는 우리 모두가 각자 시민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지녀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우리만의 독창적인 규정입니다. 우리는 운이 좋아서 성공했기 때문에 그만큼 사회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건축가는 시민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하며, 또한 자신이 건축하는 환경에 대해서도 책임을 가져야합니다. 공동체와의 관계가 중요하고, 부를 분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 구본준 기자
사진 신소영 기자
건축사진 리처드 로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