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구경용 한옥, 청원산방
집에 대한 어린이책을 작업하는 편집자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눈꼽째기창 사진이 없어요."
우리나라 전통 창문 중에서 가장 귀여운 창문이라면 역시 눈꼽째기창이죠.
당연히 사진을 넣어야하고, 그래서 서울에서 눈꼽째기창을 찾아 간 곳이 가회동 청원산방이었습니다. 한옥 창호를 모두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창호 전시장'인 집입니다.
눈꼽째기창은 뭘까요?
한옥에서 자라신 분들은 잘 알겠지만 요즘 세대들은 모를 수 밖에 없는 창문이기도 합니다. 눈꼽째기창은 `한옥의 인터폰'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청원산방은 창호 만들기 장인으로 꼽히는 심용식씨가 우리 전통 창호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만든 전시장입니다. 한옥 구경하고 싶은데 마땅히 갈 곳 없는 분들을 위한 곳입니다. 마음껏 들어가 구경이 가능해 외국인들도 즐겨 찾는다고 하네요.
모처럼 찾아뵈어 눈꼽째기창 사진 좀 찍자고 말씀드렸더니, 심선생 사모님께서 모델로 나서주셨습니다.
자, 눈꼽째기창으로 가서,

창문을 엽니다.

그러면 바깥이 보이고 손님이 오셨나, 누가 오셨나 내다볼 수 있지요.
바깥쪽에서 보면,

요렇게 됩니다.
그러니까 눈꼽째기창이 요즘 인터폰인 셈인 것입니다.
지금이야 한옥에 살아도 저 눈꼽째기창을 아주 기능적 용도로 쓸 일은 드물어졌습니다. 진짜 인터폰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옛날에는 추운 겨울에 문 전체를 열어 찬기운 들어오지 않게 하면서 살짝 저 눈꼽째기창만 열어 바깥을 볼 수 있었습니다.
청원산방에서는 눈꼽째기창이 위에서 아래로 여는데, 집 구조에 따라 당연히 옆으로도 열게 달 수 있습니다. 그 모양도 팔각형이 아니라 네모로도 할 수 있고요.
눈꼽째기창은 그래서 가장 귀엽고 아기자기한 창문인데, 만드는 데에는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목수들 중에는 저런 창이 있다는 것을 요즘 고객에게 잘 알려주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들 합니다. 손이 많이 가서 만들기가 수고로운데, 보여주면 너무 귀여워서 누구나 다 만들어달라고 하기 때문이라는 거죠.
어찌됐든 눈꼽째기창 덕분에 저도 모처럼 청원산방을 구경하고 왔습니다. 청원산방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기사로 썼는데, 1년쯤 만에 다시 가보니 여전히 구경하기에 가장 좋고, 또 조금씩 변화가 있었습니다.

제 사진보다 훨씬 뛰어난 사진으로 보시는 것이 좋을 듯해 마루와 내부 올립니다. 다양한 디자인의 창호들이 종류별로 있습니다.
저 모습은 1년 전인데, 다시 가보니 손님 맞는 방 바닥이 바뀌었더군요.
아래 사진 왼쪽 방입니다.

전에는 나무 마루바닥이었는데 뭘까, 하고 보았습니다.

두꺼운 칠을 한 독특한 바닥으로 바뀌었습니다.
마루 건너편 사랑방도 바닥이 똑같은 소재로 함께 바뀌었네요.

사랑방 바닥은 녹두색이네요.
방 오른쪽에 꽃살 문짝 디자인으로 만든 작은 탁자가 아주 예쁩니다. 역시 주인장 심용식씨의 작품입니다.
그러면 저 바닥은 뭐냐, 삼베에 생옻칠을 한 것입니다.
방수가 되는 것은 물론, 옻 특유의 냄새 덕분에 벌레들이 피하간다고 합니다. 화학재료를 안쓰는 천연 소재여서 당연히 웰빙 인테리어죠. 그러나 옻이란 것에서 눈치채셨겠지만 가격은 상당하다는 거.
그런데, 마루 창호도 약간 바뀐 부분이 있었습니다.

저 창호 문짝 가운데 검은 부분, 무엇일 것 같으세요?

도대체 뭔가 싶어 심선생께 물었더니 웃으시면서 "스피커예요"라고 알려주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디오 스피커였습니다. 아주 얇은 초박형 스피커를 전통 문짝에 붙여본 것입니다. 국내 오디어 업체 N사의 것이던데, 한지로 만드는 스피커로 오디오계에서 화제가 되었던 그 스피커입니다.
원래 모양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심선생이 한번 창호에 연결시켜 볼 수 있겠다 싶어 문짝에 달아 변형 시도해본 `스피커 문짝'인데 한옥에 알맞아보이는 스피커로군요.

종이로 만든 스피커를 직접 보니 놀라웠습니다. 정전기형 스피커라는데, 요즘 국내 두 업체에서 이런 한지 스피커를 개발한 모양입니다.
물론 가격은, 물론 좀 셉니다. 좋은 스피커들, 당연히 1000만원대에서 시작하지요.
심선생님도 직접 구입하신 것이 아니라 저렇게 창호에 맞게 디자인을 공동 작업하게 되면서 빌려다가 놔둔 것이었습니다.
눈꼽째기창 찍으러 갔다가 이야기가 잠깐 빠졌습니다만, 이곳 청원산방은 한옥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한번 가보실만 합니다. 평생 창호를 만들어온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목수 중 한 분인 주인이 일반인들에게 한옥 창호의 아름다움을 알리고자 지은 구경용 집이니까요.
가시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약도를 첨부합니다.
참, 주말에는 토요일은 열지만 일요일, 그리고 월요일은 쉽니다. 공휴일과 명절연휴도 쉽니다. (02)715-3342. 홈페이지 http://www.sungsimart.com/ 입니다.

청원산방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고 싶으신 분은 먼저 쓴 글 `한옥의 얼굴 창호의 매력'을 눌러보세요.
마지막으로 청원산방에서 가장 인기좋은 달문 사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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