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사귀기

종이로 만든 한옥용 스피커 보셨습니까 2009/10/02

딸기21 2022. 4. 15. 08:59

최고의 구경용 한옥, 청원산방
 
집에 대한 어린이책을 작업하는 편집자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눈꼽째기창 사진이 없어요."
 
우리나라 전통 창문 중에서 가장 귀여운 창문이라면 역시 눈꼽째기창이죠.
당연히 사진을 넣어야하고, 그래서 서울에서 눈꼽째기창을 찾아 간 곳이 가회동 청원산방이었습니다. 한옥 창호를 모두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창호 전시장'인 집입니다.
 
눈꼽째기창은 뭘까요?
한옥에서 자라신 분들은 잘 알겠지만 요즘 세대들은 모를 수 밖에 없는 창문이기도 합니다. 눈꼽째기창은 `한옥의 인터폰'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청원산방 마당. 우리나라 전통 창호들을 전시하기 위해 지어서 일반 가정집보다 훨씬 다양하고 화려하게 갖가지 창호들을 모두 적용했다.


청원산방은 창호 만들기 장인으로 꼽히는 심용식씨가 우리 전통 창호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만든 전시장입니다. 한옥 구경하고 싶은데 마땅히 갈 곳 없는 분들을 위한 곳입니다. 마음껏 들어가 구경이 가능해 외국인들도 즐겨 찾는다고 하네요.
 
모처럼 찾아뵈어 눈꼽째기창 사진 좀 찍자고 말씀드렸더니, 심선생 사모님께서 모델로 나서주셨습니다.
 
자, 눈꼽째기창으로 가서,
 


창문을 엽니다.
 


그러면 바깥이 보이고 손님이 오셨나, 누가 오셨나 내다볼 수 있지요.
 
바깥쪽에서 보면,
 

  
요렇게 됩니다.
그러니까 눈꼽째기창이 요즘 인터폰인 셈인 것입니다.
 
지금이야 한옥에 살아도 저 눈꼽째기창을 아주 기능적 용도로 쓸 일은 드물어졌습니다. 진짜 인터폰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옛날에는 추운 겨울에 문 전체를 열어 찬기운 들어오지 않게 하면서 살짝 저 눈꼽째기창만 열어 바깥을 볼 수 있었습니다.
 
청원산방에서는 눈꼽째기창이 위에서 아래로 여는데, 집 구조에 따라 당연히 옆으로도 열게 달 수 있습니다. 그 모양도 팔각형이 아니라 네모로도 할 수 있고요.
 
눈꼽째기창은 그래서 가장 귀엽고 아기자기한 창문인데, 만드는 데에는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목수들 중에는 저런 창이 있다는 것을 요즘 고객에게 잘 알려주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들 합니다. 손이 많이 가서 만들기가 수고로운데, 보여주면 너무 귀여워서 누구나 다 만들어달라고 하기 때문이라는 거죠.
 
어찌됐든 눈꼽째기창 덕분에 저도 모처럼 청원산방을 구경하고 왔습니다. 청원산방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기사로 썼는데, 1년쯤 만에 다시 가보니 여전히 구경하기에 가장 좋고, 또 조금씩 변화가 있었습니다.
 

청원산방 마루 모습. 사진=청원산방 제공


제 사진보다 훨씬 뛰어난 사진으로 보시는 것이 좋을 듯해 마루와 내부 올립니다. 다양한 디자인의 창호들이 종류별로 있습니다.
저 모습은 1년 전인데, 다시 가보니 손님 맞는 방 바닥이 바뀌었더군요.
아래 사진 왼쪽 방입니다.
 


전에는 나무 마루바닥이었는데 뭘까, 하고 보았습니다.
 

  
두꺼운 칠을 한 독특한 바닥으로 바뀌었습니다.
마루 건너편 사랑방도 바닥이 똑같은 소재로 함께 바뀌었네요.
 

  
사랑방 바닥은 녹두색이네요.
방 오른쪽에 꽃살 문짝 디자인으로 만든 작은 탁자가 아주 예쁩니다. 역시 주인장 심용식씨의 작품입니다.
 
그러면 저 바닥은 뭐냐, 삼베에 생옻칠을 한 것입니다.
방수가 되는 것은 물론, 옻 특유의 냄새 덕분에 벌레들이 피하간다고 합니다. 화학재료를 안쓰는 천연 소재여서 당연히 웰빙 인테리어죠. 그러나 옻이란 것에서 눈치채셨겠지만 가격은 상당하다는 거.
 
그런데, 마루 창호도 약간 바뀐 부분이 있었습니다.
 


저 창호 문짝 가운데 검은 부분, 무엇일 것 같으세요?
 

  
도대체 뭔가 싶어 심선생께 물었더니 웃으시면서 "스피커예요"라고 알려주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디오 스피커였습니다. 아주 얇은 초박형 스피커를 전통 문짝에 붙여본 것입니다. 국내 오디어 업체 N사의 것이던데, 한지로 만드는 스피커로 오디오계에서 화제가 되었던 그 스피커입니다.
 
원래 모양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심선생이 한번 창호에 연결시켜 볼 수 있겠다 싶어 문짝에 달아 변형 시도해본 `스피커 문짝'인데 한옥에 알맞아보이는 스피커로군요.

 

종이로 만든 스피커를 직접 보니 놀라웠습니다. 정전기형 스피커라는데, 요즘 국내 두 업체에서 이런 한지 스피커를 개발한 모양입니다.

물론 가격은, 물론 좀 셉니다. 좋은 스피커들, 당연히 1000만원대에서 시작하지요.
심선생님도 직접 구입하신 것이 아니라 저렇게 창호에 맞게 디자인을 공동 작업하게 되면서 빌려다가 놔둔 것이었습니다.
 
눈꼽째기창 찍으러 갔다가 이야기가 잠깐 빠졌습니다만, 이곳 청원산방은 한옥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한번 가보실만 합니다. 평생 창호를 만들어온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목수 중 한 분인 주인이 일반인들에게 한옥 창호의 아름다움을 알리고자 지은 구경용 집이니까요.
 
가시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약도를 첨부합니다.
 
참, 주말에는 토요일은 열지만 일요일, 그리고 월요일은 쉽니다. 공휴일과 명절연휴도 쉽니다. (02)715-3342. 홈페이지 http://www.sungsimart.com/ 입니다.


청원산방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고 싶으신 분은 먼저 쓴 글 `한옥의 얼굴 창호의 매력'을 눌러보세요.
 
마지막으로 청원산방에서 가장 인기좋은 달문 사진 올립니다.
 

청원산방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