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사귀기

이 초등학교 뒷골목을 찾아가는 이유 2009/10/04

딸기21 2023. 1. 3. 15:19

자주는 아니지만 이른바 북촌, 그러니까 가회동 근처에 이래저래 갈 일이 생기곤 합니다. 갈 때마다 일부러 여유를 두고 조금이라도 더 어슬렁거려보는데, 그래도 자주 가는 곳만 가게 되곤 합니다. 제가 괜히 가보는 가회동 골목은 재동초등학교 뒷골목입니다. 이 골목에는 제 나름 볼 때마다 즐거워지는 작은 풍경들이 숨어 있습니다.
 
# 풍경 하나-기왓장으로 빚어낸 귀여운 얼굴들
 
재동초등학교는 우리나라 초등학교들 중에서도 유서가 깊은 학교지요. 제가 나온 학교는 아니지만 외조부가 나오신 학교이기도 해서 왠지 남의 학교 같지는 않습니다.
이 학교 뒷길을 좋아하는 이유는 학교 담이 예뻐서입니다.
학교 뒷문, 그리고 그 옆 병설유치원 문과 담장이 귀여워서 종종 이 길을 들르게 됩니다.

 

 

우리 전통 담장 중에서 기왓장 조각을 벽에 콕콕 박아 모양을 낸 것을 와편 담장이라고 합니다. 둥글게 휜 기왓장으로 모양을 만들고 무늬를 넣어 멋과 재미를 준 담이지요.
이 재동초등학교와 유치원 담장과 문은 그런 와편의 맛을 현대적으로 살렸습니다.

 

예전 담백했던 페인트칠보다 더 현란해져서 개인적으로는 좀 아쉽긴합니다.

 

 

그래도 저 기왓장으로 만든 나비 무늬를 보면 기분이 즐거워집니다. 단순해서 더 예쁜 것들이 있는데 기와 무늬들이 꼭 그렇습니다.
 
더욱 귀여운 것은 학교와 유치원 문 기둥들입니다. 역시 기왓장으로 얼굴을 그렸습니다.
 

 

저 유치원 벽은 작품으로 꾸민 공공미술 작품이기도 합니다. 전통문양으로 보기좋게 만들었는습니다. 그리고 그 기둥에 기왓장으로 만든 저 얼굴이 재미납니다.
 
바로 옆 초등학교 뒷문 기둥에도 얼굴이 달렸습니다. 유치원 문기둥 얼굴이 좀 강한데 견줘 이 얼굴은 아주 포근하고 착해뵙니다.
 

 

그런데 이 얼굴이 뒷쪽에 또 다른 표정으로 있습니다. 앞뒤 낯을 모두 보면 이렇습니다.

 

 

참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또한 무척 아쉽습니다.
저렇게 예쁘게 얼굴을 만들어놓고 페인트 칠은 왜 저리 성의 없이 했는지.., 뭐든지 마무리가 인상을 결정짓는데 참 안타깝군요.
 
저 귀여운 기왓장 얼굴들과 이어지는 병설유치원 담장 한 컷 더.

 

 

# 풍경 둘-흙빛이 그윽한 예쁜 전통 담
 
저 유치원 바로 다음 건물은 한옥게스트하우스 락고재입니다. 이 락고재의 담이 이 골목을 즐겨 찾는 두번째 즐거움입니다. 바로 이 담입니다.

 

 

저 담을 보면 한옥은 오래되지 않아도 참 나이를 뛰어넘는 멋을 부린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문짝을 달아놓아 포인트를 줬고, 돌확과 풀들이 분위기를 더해줍니다.
 
락고재는 드라마 <내이름은 김삼순>에서 다니엘 헤니가 묵은 게스트하우스로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한옥집에서 자면서 전통 풍류를 즐길 수 있는 고급 숙박시설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숙박비는 특급호텔 수준이지요.
전에 한옥에서 국악을 연주하는 연주회가 열려 안에 들어가봤더니 비교적 깔끔하게 꾸며놓았더군요. 내부 사진 하나. 락고재 홈페이지에서 퍼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집은 내부보다도 저 바깥 담이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 시내에 이렇게 보기 좋은 담들이 좀 많이 늘어나면 얼마나 좋을까요?

 

 

# 풍경 셋-마음껏 구경하라고 지어놓은 착한 한옥
 
이 락고재 담을 보고 난 뒤에는 바로 오른쪽 꼬부라지는 첫번째 집, 청원산방이 있습니다.
골목 속에 있어 많은 분들이 지나치지만 북촌 가회동 구경하기에 가장 좋은 집입니다. 그 이유는 집구경하라고 일부러 지어놓은 집이기 때문입니다.

 

 

이 집이 바로 청원산방입니다. 전통 창호 장인인 소목 심용식씨가 지은 한옥으로, 우리 전통 창호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여러가지 창호들을 이 집안에 모두 설치했습니다.
 

 

그래서 저 문짝 하나하나가 모두 다른 종류들입니다. 전시용으로 꾸미다보니 좀 지나치게 화려할 정도로 다양합니다. 한껏 멋낸 창호들을 보면 왜 창호를 한옥의 얼굴이라 하는지 깨닫게 됩니다.

 

 

벽에는 문화재로 지정된 경복궁 자경전 굴뚝의 꽃담을 재현해서 멋을 냈습니다.
쥔장 심용식 선생이 열심히 집을 청소하고 계신데, 자세히보면 수돗물 나오는 꼭지를 전통 가옥 기둥구조물처럼 나무를 깎아 디자인했습니다.
 
이 세가지 풍경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어 재동초등학교 뒷골목은 즐겁습니다. 북촌에 가실 일 있는 분들, 한번쯤 가보시길 권합니다.
 
*** 청원산방은 이미 이 블로그에서 소개한 바 있으므로, 그 글들을 링크해놓습니다.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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