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사귀기

캐나다 최고의 친환경 도서관 2009/10/01

딸기21 2022. 4. 14. 22:27

  

호수와 산, 계곡의 도시 휘슬러는 세계적인 스키 메카이자 산악자전거 등 레저의 천국으로 꼽힌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키장 중 한 곳이 휘슬러입니다.
밴쿠버에서 120킬로미터 떨어진 이 작은 시골 도시는 휘슬러산과 블랙콤 산 두 2000미터급 산 아래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지금도 아담한 휘슬러는 1960년대까지만해도 정말 작은 산골마을일 뿐이었다고 합니다. 

 

캐나다 최고의 스키 도시 휘슬러에 새로운 명물이 등장하다

그러나 어느날 이 마을은 커다란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올림픽을 유치하자는, 당시로선 꿈꾸기도 힘들었던 도전에 나선 이들이 등장했습니다. 
 

휘슬러산에서 내려다본 휘슬러 시와 주변 호수들 모습.


올림픽을 유치하자는 그 꿈은 처음엔 불가능해보였습니다. 그러나 무엇이든 절실하게 꿈 꾸면 꿈은 이루어지고, 꿈의 크기에 따라 운명이 정해지는 법은 분명한가봅니다. 휘슬러는 그 꿈을 40여년만에 이뤄냅니다. 개최지 투표 1차에선 2위였지만 2차 결선 투표에서 대역전을 거두며 밴쿠버 올림픽을 캐나다가 유치했고, 한국의 평창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내년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선 스키 노르딕과 알파인 경기가 휘슬러에서 열립니다. 캐나다가 자랑하는 세계적 겨울스포츠의 메카이자 사계절 레저 명소로 꼽히는 휘슬러로선 최고의 순간을 맞았습니다.
 

호텔과 콘도가 몰려있는 리조트타운 휘슬러 빌리지 풍경.


올림픽이란 거사를 앞둔 이 휘슬러에 새로운 자랑거리가 생겼습니다. 올림픽용 시설은 아니지만 깨끗한 자연과 나무를 자랑으로 하는 휘슬러에 꼭 걸맞은 멋진 건축물입니다.
오랫동안 가건물에서 비좁게 운영해왔던 휘슬러 공립 도서관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얻어 지난해 문을 연 것입니다.

 

사진제공=캐나다우드코리아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이 도서관은 아주 크지 않은, 실은 아담한 건물입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나무 기둥 구조입니다. 목재들을 최대한 많이 써서 나무 느낌이 물씬 납니다. 특히 헴록 나무로 꾸민 천장 전체가 눈길을 끕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캐나다 원주민들의 오랜 전통 문화인 `이눅슉'이 있군요. 앞서 휘슬러산 정상에 있던 돌 인형도 이눅슉이었습니다. 이눅슉은 우리나라의 장승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경계석이면서 종교적 의미도 있는 조형물이지요. 이 도서관을 방문한 원주민들이 선물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눅슉 옆편에는 아주 캐나다스러운 것들이 보입니다. 곰 모양의 자료 거치대와 캐나다의 높은 산 모양 안내판이네요. 그리고 그 뒤 벽에는 도서관이 휴무이거나 근무시간 끝났을 때 빌려간 책과 비디오 등을 반납하는 구멍이 보입니다.
 


도서관 구조는 아주 간단합니다. 들어가자마자 나오는 이 안내데스크를 가운데 놓고 양쪽으로 V자 모양으로 길게 건물이 이어집니다. 
북쪽으로 창을 크게 내 강하지 않은 자연광이 실내를 밝혀줍니다. 일부러 건물 지붕 경사가 남쪽은 낮고 북쪽은 높게 해 여름 직사광선은 최대한 피하고 겨울 햇빛은 많이 받아들이도록 한 것입니다.
 

  
먼저 왼편 복도쪽입니다. 나무 천장이 역시 보기 좋군요.
 


어린이책들이 있는 서가 부근입니다.


컴퓨터 작업용 공간들은 조금 안으로 들어가게 배치했습니다.


다른쪽 복도입니다. 울창한 숲이 내다보이는 벤치 공간이 시원합니다.


나무는 참 그 자체의 느낌만으로도 사람을 아늑하게 만드는 힘을 지녔습니다. 나무 천장이 포근하게 건물을 감싸줍니다.
 
이 도서관은 사실 건물 자체의 아름다움보다도 건물에 적용한 친환경 철학 때문에 주목받았습니다. 우선 나무를 많이 활용한 점입니다. 그래서 캐나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목조건축 진흥기관인 우드워크의 2008년 우수 건물상을 받았습니다.


나무 진흥 기관이어서 상패도 나무로 만들어서 주는군요.
 
그리고 에너지 활용 등에서도 최대한 자연을 활용하고 친환경 프로그램을 추구했습니다. 아래의 이 구멍을 보시지요.


복도 바닥에 줄지어 있는 저 구멍은 지하의 공기가 올라오는 통로입니다. 자연스럽게 여름에는 기온보다 차가운 기운이, 겨울에는 기온보다 따듯한 기운이 올라옵니다. 지하 구멍을 뚫어 냉난방을 보조합니다.


그리고, 사진에서는 잘 안보이는데 지붕 위에는 흙을 덮고 식물을 기릅니다. 녹화 지붕입니다. 이 지붕은 눈이 많이 내리는 이 휘슬러 기후에 적합한 형태입니다. 그 자체로 눈을 흡수해 쌓인 눈이 아래로 떨어져 사람 다치게 할 우려도 없습니다. 그리고 흙지붕 자체가 단열 효과를 내줍니다.
 
그리고 저 건물 입구 콘크리트 바닥 안에는 열선이 들어 있어 겨울에 눈을 녹여줍니다.
 
이런 여러가지 개념을 정리한 그림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시도 덕분에 이 도서관은 비슷한 면적의 건물들보다 에너지를 40% 정도 덜 쓰면서도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휘슬러 도서관에서 또한 인상적이었던 것은 새 건물 뒤에 예전 쓰던 허름한 철제 가건물을그대로 보존해서 쓰고 있는 점이었습니다.
또한 이 컴퓨터도 눈길이 갔습니다.


장애인 전용 컴퓨터인데, 몸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 자판이 훨씬 크고 알아보기 쉬운 키보드를 달았습니다.
 
휘슬러 도서관은 디자인 측면에선 이제 많이 예뻐진 기적의 도서관 등 우리나라 도서관들보다 더 뛰어날 정도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에 대한 존중, 그리고 나무 같은 친환경 소재에 대한 애정면에서는 우리에게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는 도서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