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사귀기

이런 전철역 어떠세요? 밴쿠버 Brentwood 역 2009/09/29

딸기21 2021. 8. 5. 15:24

밴쿠버.
요트가 있어야만 할 것 같은 항구 도시입니다.

캐나다 제3의 도시인 이 곳에는 `스카이 트레인'이란 독특한 대중교통이 있습니다.
우리 전철이나 지하철인데, 땅 속보다는 땅 위로 더 많이 다닙니다. 

 


이 스카이트레인의 가장 큰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처음 이 스카이트레인을 기다릴 때는 이런 장면에 황당해질 수 있습니다. 열차 맨 앞 유리창 속 운전석 자리에 앉은 이가 글쎄 신문을 보고 있다든지 하는 상황말입니다. 
 
그러나 스카이트레인에선 그래도 됩니다. 운전자가 없는 무인 조종 시스템이니까요.
다른 열차라면 기관사가 앉을 자리는 승객용 좌석입니다.
그러니까 내부는 이렇게 생긴 것입니다.
 


새로운 전차를 본 우리, 이러고 놀았습니다.
 


운전하는 척 하시는 저 분, 나름 유명하지 않다고 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 건축가신데, 동심을 좀 많이 유지하시고 계시다고 하겠습니다.
 
좌우지간 이 스카이트레인 역 중에서 유명한 곳이 하나 있습니다. `브렌트우드'역 입니다. 건축 전공자들이 무척 좋아하는 역입니다.
 


투명한 유리로 처리한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뭐 그리 달라보이는 것은 없지요. 저 역의 진면목은 플랫폼에 가봐야 알 수 있습니다.
 


천장 부분을 모두 목재로 마감했습니다. 둥그런 곡선 지붕 전체가 나무여서 분위기가 아주 좋더군요. 재료 하나가 참 큰 차이를 만듭니다.
 


유리의 투명함과 나무의 따듯함이 잘 어울립니다.
 
또 다른 역 하나 더 소개합니다.
 


브렌트우드역처럼 나무를 많이 쓰진 않았지만 또다른 역 브레이드역도 역 건물에 나무가 중요하게 쓰인 곳입니다. 지붕 구조를 나무와 철재로 혼합해 새로운 느낌이죠?
 


캐나다는 나무의 나라 답게 건축에서는 목조주택의 강국입니다.
캐나다에서 집은 나무집을 말합니다. 거의 모든 단독주택이 나무집입니다. 그리고 공동주택, 우리로 치면 빌라나 다세대주택도 거의 예외없이 목조주택입니다. 4층 짜리 건물들도 1층은 콘크리트로 하지만 그 위 2~4층은 나무로 짓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건물 표면 마감은 돌이나 벽돌 등을 써서 나무집처럼 안보여도 모두 나무집들이죠.
 
그리고 요즘에는 대형 건물, 공공건물, 상업 건물에도 나무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구조 자체를 나무로 하지 못해도 내부 마감 등이나 낮은 건물 구조를 나무로 해서 최대한 나무의 비중을 높인 건물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습니다. 소개한 브렌트우드 역이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가 되겠습니다.
 
이렇게 나무를 많이 쓰는 것은 여러 점에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선택일 수 있습니다. 나무는 저탄소 소재로, 재료 그 자체가 탄소 저장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재생 가능합니다. 또한 나무 재료를 만드는 데에도 철제 부재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에너지를 덜 소모합니다.
그리고 디자인 면에서도 새로운 미감, 친숙한 느낌을 만들어내기 좋습니다.
 
나무란 예상 이상으로 활용 측면이 다양한 소재입니다. 다른 재료들이 줄 수 없는 포근함을 주면서 지속가능성과 친환경적 측면에서 훌륭한 재료입니다. 지하철처럼 공중 이용시설들에도 저렇게 잘 적용될 수 있다는 것, 그 것도 나무의 장점입니다.

우리나라 공공 건축물들도 나무 같은 친환경 소재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