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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오의 성, 아그라 포트 2009/04/25
    건축과 사귀기 2018.12.31 14:49

    아그라 포트, 아버지와 아들이 원수가 된 성

     

    인도의 유명 관광도시 아그라는 영국이 인도를 삼키기 전까지 인도를 지배한 무굴제국의 수도였다. 아그라의 상징은 뭐니뭐니해도 타지마할이다. 그래서 정작 아그라란 이름이 붙은 아그라성은 타지마할의 화려함에 가려져 있다. 

     

    아그라성은 타지마할과 짝을 이루는 건물이다. 야무나강을 사이에 두고 타지마할과 마주 보고 있어 타지마할을 보는 또다른 포인트다. 이렇게 타지마할을 바라보는 이 성에는 무굴제국의 지독하고 기구한 옛이야기가 숨어있다.(*** 사진을 누르면 더 크게 볼 수 있음)

     


     

    다른 인도 건축물처럼 붉은 사엄 건물인 아그라성은 무굴제국의 3대 황제 악바르가 지었다. 성벽 높이가 20미터에 이르며 성 둘레를 크고 깊은 해자가 두르고 있다.



     

    동서양 모든 성들이 방어를 위해 성벽 주변에 해자를 판다. 그런데 인도 성들의 해자는 훨씬 크고 깊다. 그 이유는 코끼리 전투부대를 막기 위해서다. 

    해자를 건너 저 문으로 들어서면 이 성이 얼마나 방어 목적에 충실한지 절로 알게 된다. 

     


     

    문을 지나면 또 문이다. 성의 남쪽 문이다. 북문은 없다. 북쪽이 강가이기 때문이다.

    두번째 문 남문을 지나 성 안쪽으로 한 단계 더 들어간다.

     


     

    이번에는 원기둥 모양이 근사한 세번째 문이 나온다. 남문보다 오히려 더 크고 화려하다. 타일 장식들이 떨어져나갔지만 남아있는 것들을 통해 원래 무척 화려했음을 알 수 있다.


    아그라성은 방어를 위해 이렇게 겹겹이 성벽으로 이뤄져 있다. 문 하나를 뚫어도 다시 새 관문이 등장한다. 

     



    저 기둥 문을 지나면 경사로다. 본격적으로 성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아무런 장식조차 없어 길을 걸어 올라가다보면 과연 어떤 공간이 나타날지 기대감이 점점 고조된다.

     



    경사로를 다 올라가면 드디어 너른 공간이 나온다. 성을 만든 악바르 황제가 아들 자한기를 위해 지은 성이다. 우즈베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근처에서 살다가 인도로 건너온 무굴광조는 토착 힌두 디자인에 아프가니스탄 디자인을 더해 무굴 건축을 완성했다. 

     

    저 성 옆으로 드디어 네번째 문이 나온다.




    저 문을 지나면 비로소 성 안이다. 무려 4겹에 걸친 성문을 지난 것이다. 성 안은 인도 궁궐 특유의 정원과 건물들로 이뤄져 있다. 인도의 성 어디에나 있는 왕의 접견실 건물 ‘디와니암’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아그라성을 만든 이는 악바르 황제였지만 이 성을 궁전으로 리노베이션한 사람은 그의 손자 샤자한이었다. 건축에 미친 황제 샤자한은 지금 인도를 대표하는 건물들을 무지하게 많이 남겼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죽은 아내를 기리기 위해 온나라 재정을 쏟아부어 타지마할이다. 저 접견실 건물도 그가 지었다.




    디와니암을 지나 좀더 앞으로 가면 무굴궁전 특유의 정원과 역시 접견용 건물로 규모가 좀 더 작은 디와니카스가 나온다.

     



    두 접견용 건물 사이로 나오는 저 건물의 이름은 무삼만 버즈. ‘포로의 탑’이란 뜻이다. 죽을 때까지 저 탑에 갇혀 있어야 했던 한 인물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그 포로는 누구였을까? 황제 샤자한이었다. 그는 자기가 새로 짓다시피한 아그라성에 8년 동안 갇혀 살다가 죽었다.




    이 포로의 탑에서 야무나강 건너편을 보면 아무 것 없는 너른 평원 위로 타지마할만이 우뚝 솟아 있다. 샤자한은 죽은 아내를 기려 지은 타지마할을 강 건너편에서 죽을 때까지 바라만 봐야 했다.




    황제 샤자한을 가둔 것은 그의 친아들 아우랑제브였다. 아우랑제브는 권력을 빼앗은 뒤 아버지 샤자한을 이 곳에 가두고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정말 포로 수준으로 대했다. 

     

    아우랑제브는 죽은 아내, 그러니까 어머니를 위해 지나치게 많은 돈을 들여 타지마할을 지은 아버지 샤자한을 미워했다. 황제로서 자질이 없다고 생각한 아들은 큰형과 전쟁을 벌여 이긴 뒤 스스로 황제가 됐다. 

    무굴제국의 황제 계승은 맏아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싸워 이기는 아들이 쟁취하는 방식이었다. 왕조 내내 왕자들 사이는 물론 황제와 왕자 사이에도 전쟁이 이어졌다. 

     


     

    자신 역시 형과 아버지와 일전을 불사했던 샤자한은 아들에게 권력을 빼앗기고 비참하게 인생을 마친다. 아내를 너무나 사랑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을 남긴 대가는 너무나 가혹했다. 그가 타지마할을 짓기 위해 저질렀던 가혹한 행위의 대가일지도 모른다. 

     

    이 탑에 갇힌 샤자한은 타지마할에 한 번만 가보기를 얼마나 바랐을까. 그래서 포로의 탑에서 바라보는 타지마할은 왠지 더 아름답고 슬퍼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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