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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물이 마법을 부릴 때-이화여대는 저녁에 가야 한다 2009/04/22
    건축과 사귀기 2018.12.31 14:45

    건물이, 아니 도시가 가장 아름다워지는 ‘마법의 순간’이 있다. 

    빛이 마술을 부리는 시간, 바로 해질녘이다. 지저분한 것들이 어느 정도 어둠에 가리고, 하늘은 온갖 색깔로 황홀하게 물든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도시에는 조명이 켜지기 시작한다.

     

    건축가 황두진의 집운헌. 사진=박영채 건축전문사진가



    하늘을 온갖 빛깔로 물들인 저녁 햇빛과 반짝거리는 인공 조명이 공존하는 이 순간에 특히 아름다운 것이 바로 현대 건축물들이다. 건축물만 전문으로 찍는 프로 사진가들의 건축 사진을 보면 이 해질녘 사진이 반드시 들어간다. 유리로 표면을 처리하는 현대 건물, 이른바 ‘커튼 월’ 건물들은 이 순간만은 정말 보석이 된다. 한국의 대표적 건축 사진가 박영채씨는 “참아야지, 하다가도 이 시간이 되면 나도 모르게 미친듯이 셔터를 누르게 된다”고 말한다.

     

    건국대 법정대. 사진=박영채 건축전문사진가


     

    이 아름다운 순간, 아름다운 건물들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장소가 있다. 바로 대학이다. 요즘 대학들은 좋은 건축 작품들의 경연장이다. 최신 조류를 보여주는 멋진 건물들을 보면서 해질 무렵의 정취를 한껏 즐길 수 있다. 나무가 많은 자연 조경속에 있는 대학 건물들은 도심속 건물과는 또 다른 공간의 매력,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모처럼 한가하게 산책을 하고 싶다면, 그저 거닐고 싶다면 가까운 대학 캠퍼스를 찾아가보면 어떨까.

     

    최근 국내 대학들이 왕성하게 도입하는 새로운 건축 조류가 ‘랜드스케이프 건축’이란 것이다. 그저 높게 치솟던 건물들이 땅의 흐름으로 순응하는 듯한 그런 건축이다. 대지의 풍경으로 조화를 이루려는 저층형 건축이다. 대학 건물들 뿐만 아니라 중요한 공공건물에서 더욱 각광받는 흐름인데,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지어지는 동대문 디자인파크가 바로 이 개념을 따른다. 이런 계통의 건물로는 지난해 들어선 서원대 예술대가 있다. 

     

    서원대 예술관. 사진=박영채 건축전문사진가


     

    이 건물이 해질 무렵이 되면 이런 느낌으로 변한다. 건축이 빛의 예술이란 걸 보여준다.



     

    이 서원대 예술관처럼 해질녘에 그 내부가 밝아지면서 아름다워지는 건물, 그리고 낮은 구릉처럼 꾸민 랜드스케이프 건물로 서울 도심에서 쉽게 가볼 수 있는 건물이 있다. 이화여대의 새 캠퍼스 ‘ECC’ 건물이다. 

     

    이화여대가 야심차게 추진한 이 지중 캠퍼스는 지난해 선보인 국내 건축물 중에서도 가장 많은 관심을 모았던 건물이다. 도미니크 페로라는 세계적 유명 건축가의 작품이며, 대학 캠퍼스 건축의 패러다임 변화를 보여주는 파격적인 시도란 점도 주목거리였다. 그래서 앞서 ‘이화여대 변신작전 성공이냐 실패냐’란 글로 이 블로그에서 소개하기도 했다.

     

    이 건물에 대한 미학적 평가는 분명 찬반이 크게 엇갈린다. 그 평가가 어떻든, 이 건물은 분명 한번 가볼 만하다. 그리고 기왕 가본다면 바로 해질녘에 가보기를 권한다. 이 건물이 가장 아름다워지는 순간이니까.




    이화여대 정문으로 들어서 약간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바로 이 지중 캠퍼스 건물을 만날 수 있다. 가운데 거대한 길이 뚫려있고 그 양쪽이 건물이다. 건물의 윗부분은 완만한 언덕이고, 그 위에는 이렇게 조경이 되어 잇다.



     

    저 이대 새 캠퍼스는 처음엔 그 크기가 그렇게 거대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씩 가까워지면 그 규모에 서서히 압도되기 시작한다.




    건물의 특성상 내부에 불이 켜지기 시작하면 매력이 한껏 살아난다. 내부는 강의실과 운동 시설 등이 들어가 있는데, 각종 상업공간들도 상당하다. 대학공간의 상업화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학생들에겐 편리하겠지만 말이다.

     

    모세가 가른 홍해바다처럼 시원하게 뚫린 가운데를 쭈욱 걸어가면 본관으로 올라가는 거대한 계단이다.




    계단에서 바라본 정문 쪽 모습.



     

    이화여대 부근의 스카이라인은 이제 너무나 현란해졌다. 80년대 모습으로 이 공간을 기억하는 내겐 영원히 낯선 모습이다. 

    좀더 해가 져 하늘빛이 달라진 순간. 느낌이 또 달라진다. 빛의 마법이다.



     

    이화여대는 서울 시내 다른 대학들보다도 교정이 아름답고, 좋다. 건물들이 품위 있고 다양하면서도 통일성이 있다. 이 새 건물은 그런 통일성을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지만. 이대가 무엇보다도 좋은 까닭은 건물 이상으로 숲을 이룬 좋은 나무들에 있다. 총장 공관 한옥 부근에 있는 크고 우람한 멋진 나무가 특히 인상적이다.

     



    문득 어딘가 거닐고 싶다면, 당신이 신촌 부근에 있다면 이화여대에 가보기를 권한다. 주말에 가족들과 산책하고 싶다면 더욱. 

    저 새로운 캠퍼스 건물을 완만하게 오르내리면서 아름다운 빛,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교정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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