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사귀기

스위스가 알프스에 새로 선보인 두 보석 2010/01/07

딸기21 2023. 10. 18. 21:27

빙하 위에 올라선 크리스탈
 
몬테로사. 스위스의 대표적 명소입니다. 마테호른과 뒤푸르봉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경치가 일품이어서 수많은 관광객과 등산애호가들이 몰려오는 곳입니다.
 


 
바로 이런 곳이랍니다.
거대한 빙하 사이로 바위 봉오리들이 솟아난 모습이 우리가 알프스라고 하면 떠올리는 바로 그런 풍경이군요. 저는 아직 못가봤는데 사진을 찾아보니 바로 가보고 싶어집니다.
 
이 유명한 몬테로사에 최근 새로운 명물이 들어섰다고 합니다. 이름하여 `산속의 크리스탈'이라는 별명으로 불립니다.
 



딱 보기에도 수정처럼 보입니다. 물론 집이지요. 산 속의 집, 산 위의 집, 몬테로사 산장입니다. 지난해 9월25일 개장했고, 올해 3월부터 숙박을 받기 시작합니다. 하얀 눈 밭 위로 반짝거리는 저 산장이 보이는 모습이 무척 매력적입니다.
 
저 산장이 있는 곳의 높이는 해발 2883미터. 백두산보다도 높은 고지대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집을 덮어쓴 알루미늄 판 위로 태양열 집열판을 달았습니다. 고립된 산꼭대기에 들어서는 집이니만큼 에너지를 자족해야 합니다. 태양열이니 자연히 친환경 건물이죠. 그러나 이 건물은 그 이상의 온갖 첨단 기술을 총동원한 집입니다. 사용하는 에너지의 90%를 직접 생산하는 에너지 독립 건물입니다.
 
이 수정같은 산장은 사실 짓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산 위로 옮기기 좋게 가벼운 자재들을 골라 미리 조립해서 헬기와 기차로 운송해 지었는데, 집 자체를 완성하는 데에는 다섯달이 걸렸습니다. 대신 기초 공사가 어렵다보니 8개월이 걸렸답니다. 춥고 높은 산속이어서 여름에만 공사를 할 수 있어 햇수로는 2년이 됩니다.
 
그런데 이 건물을 기획하는데에는 그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인 6년이 갈렸습니다. 그 이유는 이 안에 온갖 다양한 시도와 기법이 들어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스위스를 대표하는 친환경 첨단 주택으로 기획한 건물로, 그만큼 공을 들인 겁니다.
 
이 몬테로사 산장을 지은 주체는 스위스 알파인 클럽입니다. 회원이 12만명에 이르는 스위스 최대 규모의 스포츠 단체입니다. 이 스위스 알파인 클럽은 낡은 몬테로사 산장을 새로 단장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ETH 취리히, 그러니까 취리히연방공과대학에 건물 설계를 맡겼습니다. 취리히연방공대는 마침 창립 150주년을 맞이하고 있었는데, 이 프로젝트를 그 기념 아이템으로 잡아 새로운 산장을 구상했습니다.
 


취리연방공대팀은 오랫 동안 기획해 이 집을 스위스의 자랑인 친환경 주택의 최신 대표사례로 완성했습니다. 표면의 판이 햇빛을 받으면 지하의 집열기가 열을 만들어내 온수와 공기를 순환 시킵니다. 해가 좋을 때 에너지를 초과 생산해 저장했다가 날이 흐릴 때 쓰는 것은 기본입니다.

환경 오염에 대한 대비도 철저합니다. 자연이 곧 자원인 스위스는 이 자연을 지키는데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엄격합니다. 저 산장도 얼음이 녹아 나오는 물을 지하에 저장해 용수로 쓰고, 박테리아로 정화하는 미세 필터 시스템으로 물을 깨끗하게 유지합니다. 쓰고 난 물은 호장실과 청소에 쓰는 것, 당연히 기본입니다.



하드웨어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이 집에서 나오는 모든 데이터를 바로 컴퓨터에 전송하고, 컴퓨터는 그 데이터로 에너지 자급 정도를 최대화하도록 합니다. 햇빛이 부족하면 전력을 알아서 동시키는 식입니다.

우리가 보기에 역시 저 몬테로사 산장은 아름다운 외관이 더 관심을 끌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저 건물은 친환경적인 건물이란 점에서 진정 아름답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가지 더 재미있는 것은 첨단 건물이지만 지은 방법은 정말 전통적인 방식이 결합했다는 점입니다. 바로 목조 건축물인겁니다.


몬테로사는 사실 건물 전체의 절반 이상이 나무입니다. 

스위스는 가혹한 자연환경 때문에 친환경 에너지 절약형 건축이 발달했습니다. 이른바 `미너기 하우스'란 것인데 `최소한'을 뜻하는 미니멈에 에너지를 붙인 말입니다. 최소한의 에너지로도 냉난방을 하는 이 미너기 하우스는 대부분 목조주택입니다. 그 이유는 목재가 단열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인데, 우리가 워낙 목조주택이 드물다보니 나무의 이런 속성 자체를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스위스 대표 건축가의 산장 레스토랑

몬테로사 산장보다 좀 더 먼저 지어진 또다른 새로운 명소가 있습니다. 3000미터 고지의 겨울 스포츠 리조트 `글래시어3000'입니다.



사진으로 보니 정말 알프스스러운 모습이군요. 저 케이블카의 종착역인 건물이 주인공입니다. 저 건물 식당에서 알프스의 간판 스타들인 융프라우, 마테호른, 몽블랑을 볼 수 있다는군요.

이 글래시어 3000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봅슬레이 트랙이 있답니다. 개 썰매도 있다는데 그보다는 역시 이 설원의 롤러코스터가 더 당깁니다.


그래도 주제는 건물 이야기니까 다시 저 앞에서 보면 사람 같기도 하고 영문자 같기도 한 건물로 돌아갑니다. 이 건물은 보는 시각에 따라 아름다울 수도 있고, 별로 일수도 있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브랜드죠. 누가 설계했느냐가 중요한데, 스위스를 대표하는 세계적 건축가 마리오 보타의 작품입니다.


마리오 보타, 참 유명한 건축가입니다. 이 사람은 벽돌을 참 좋아해서 건물 외관을 벽돌로 한 것들이 유독 많습니다. 그리고 건물을 꼭 좌우 대칭으로 짓지요. 완벽한 대칭이 가장 아름다운 자연의 디자인이라고 믿고 대칭 작품만 만들었던 조각가 문신이 떠오릅니다.

건물이라기 보다는 조형물처럼 디자인이 강한 작품을 많이 발표했는데 이런 것들이죠.


요런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요런 것도.


제가 비교적 최근 작품만 올린 탓에 대표작들인 좀 빠졌습니다. 그러나 역시 이런 건물들보다는 이런 것들을 소개하는 것이 훨씬 더 빨리 와닿으실 겁니다.


완벽한 좌우대칭, 벽돌 장식... 보타의 특성이 다 들어가있습니다.

어째 낯이 익으시지요?

그렇습니다. 강남 교보빌딩입니다.


요 것도 낯이 익지 않으신가요? 한남동에 있는 삼성미술관 리움입니다.

마리오 보타는 한국과 인연이 많은 건축가입니다. 교보가 전국 도시에 들어가는 교보빌딩 설계를 모두 저 양반에게 맡겼습니다. 좌우대칭, 벽돌로 만든 조형성 강한 교보빌딩이라면 보타 것으로 보시면 될겁니다.

저 글래시어3000 건물은 그런데 보타 자신은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편은 아닌 듯했습니다. 보타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최근 작품 소개에 빠져있더군요. 스위스에서는 보타 작품이라며 관광 이미지 제고용으로 아주 열심히 밀고 있던데 말입니다.


앞서 보신 몬테로사 산장과 저 글래시어3000은 모두 스위스 특유의 산장 건축, 산악 건축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들입니다.

산장 건축은 입지 환경이 극한지대여서 다른 어떤 건축물보다도 친환경 고효율 공법이 필요한 건축 분야입니다. 평지에 짓는 건물과 달리 외관도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단순히 외관만이 아름답느냐는 오히려 부수적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능과 외관 모두 조화를 이루는 효과적인 건축이냐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스위스의 대표적 관광지에 들어서는 건물이니 당연히 스위스를 대표할만한 건물이 되도록 미학과 친환경 가치를 담아 건축적 의미도 큰 건물을 시도한다는 점, 그게 가장 인상적입니다. 작지만 디자인이 강한 나라, 스위스다운 선택이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