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사귀기

김연아가 출전하는 밴쿠버 올림픽 선수촌, 그 특징은? 2010/01/09

딸기21 2023. 3. 15. 13:55

조금 있으면 동계 올림픽이 열리는 캐나다 위슬러에 새로 지은 선수촌입니다. 여러 가지 디자인들로 지은 이 선수촌은 올림픽이 끝나면 지역 주민들이 입주합니다. 선수촌이란 특별한 의미에다 고급 주택이어서 분양 인기가 높았다고 합니다.
 
집 구조는 거의 대부분 비슷하고, 겉모습 디자인은 조금씩 다릅니다.
 

 

제가 다녀온 것이 지난 9월말이어서 아직 공사가 마무리 안된 곳들도 있습니다. 지금은 모두 완성되었을 겁니다.
 


보는 김에 선수촌 빌라 내부도 좀 보겠습니다.
 



상당히 넓고 좋습니다. 인기가 좋을만 합니다. 이 선수촌 주택들은 타운홈 형식인데 부동산 매매 가격이 80만 달러에 이릅니다.
 
참, 단지에는 이런 표지판이 있었습니다. `절대로 음식 쓰레기를 집 밖에 버리지 마세요!'
동네가 더러워지니까? 선수촌 이니까?


아닙니다.

산에서 곰이 내려와 집어먹으니까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캐나다는 캐나답니다.
 
다시 본론으로.
여기서 질문입니다.
위에 보신 여러 디자인의 선수촌 타운홈들의 공통점은 과연 무엇일까요?
 
정답은 `목조주택'이란 점입니다.

목조주택 강국 캐나다는 이번 올림픽 선수촌에서 자기네 목조주택 문화를 보여줍니다. 저곳 위슬러 선수촌은 98%가 목조주택입니다. 빌라형 말고 콘도형 숙소도 모두 목조주택입니다.
 
캐나다는 콘도들이 대부분 목조입니다. 이 콘도 겸 골프장 클럽하우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골프장은 밴쿠버와 위슬러 사이에 있는 가리발디 리조트입니다. 베란다 난간만 나무 같은데 모두 목구조로 지었습니다.
 
이런 집들은 어떻습니까?
 



짐작 하셨겠지만 역시 목조주택입니다. 밴쿠버 에드먼드 지역에서 열심히 분양중인 신축 건물입니다.



밴쿠버 집들을 돌아본 것은 캐나다 목조주택을 시찰할 기회가 있어서였습니다.
나무의 나라 캐나다는 단독주택은 물론 공동주택도 거의 대부분 목조주택입니다.
우리는 목조주택이라고 하면 통나무집부터 떠올리는데, 북미 지역의 요즘 목조주택들은 겉모양으로 봐선 전혀 목조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겉 모습을 다양한 재료들을 활용해 꾸미기 때문입니다. 
 



밴쿠버의 명문 대학 브리티시컬럼비아주립대 안에 조성된 주택단지 집들입니다. 

 


 
브리티시콜럼비아대는 요즘 열심히 집을 지어 부동산을 팔고 있습니다. 원래 학교가 설립될 때 정부로부터 엄청나게 넓은 땅을 불하받았습니다. 캠퍼스가 지방자치단체만큼 넓은데, 나무들도 아주 울창합니다. 
 


 
학교 안에 이런 숲이 널려 있더군요. 이런 환경이니 단지를 고급 주택으로 개발해 팔고 있었습니다. 그 중 한 곳.
 



4층 정도의 높이는 모두 나무로 처리합니다. 목조주택 최고층 기록은 영국에 시공한 9층짜리 건물인데, 캐나다는 목조주택은 6층까지 허가를 내줍니다. 참고로 우리는 4층입니다.
 



그러면 잠시 목조주택 시공 현장도 보시겠습니다. 이 대학 안 다른 공사중인 현장입니다.
 



저렇게 내부는 몽땅 나무 자재로 만듭니다. 집을 지탱하는 구조재는 덩어리 나무를 주로 쓰고, 벽면 등은 나무 조각이나 톱밥으로 만든 합성재들을 많이 씁니다.
 
좀 더 집짓기가 진행된 다른 공사현장입니다.
 



나무 외벽에는 검은 천을 댑니다. 그리고 그 위에 다시 세로로 나무를 박습니다. 저 세로 나무 위에 건물 껍데기가 되는 판을 붙입니다. 그러면 맨 껍데기 나무판과 저 비닐천 씌운 판 사이에 틈이 생겨 공기가 저장됩니다. 2중벽인데, 비가 많이 오는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 주 날씨에 맞게 의무화한 규정이라고 합니다. 중간 공기가 수분을 흡수해 나무가 썩는 것을 막는 효과를 낸다는 것입니다.

한국 통나무집 들은 저런 처리 없이 지어 수분 흡수도 잘 안되고 단열재도 적게 넣어 난방비를 잡아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히 저렇게 하는 것이 기본인데, 시공업자들이 생략해버리고 집주인들만 불편하게 사는 일이 벌어집니다.
 
조금 있으면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키 경기가 벌어지는 위슬러산 스키 코스를 마주보는 한 주택단지입니다. 한창 빌라들을 짓고 있습니다. 전망이 정말 좋군요. 



콘크리트로 바닥을 만들고 그 위에 나무집을 올립니다.
 
이 단지의 또다른 공사중인 집 내부입니다.
 


 
지붕을 트러스로 해 지탱합니다. 나무들은 그냥 통으로 쓰지 않고 조립한 것들을 많이 씁니다. 손가락이 겹치는 모양의 핑거 조인트로 이어붙인 나무입니다.
 



나무들은 저마다 용도와 규정에 따라 규격 표시 마크들이 찍혀서 공장에서 나옵니다.
 



그러면 좀더 목조주택 티가 나는 고급 빌라고 가보겠습니다. 역시 위슬러에 있는 피치몬스 위크라는 단지입니다.  
 



그럼 이 단지에서 가장 비싼 집 구경을 좀 해보겠습니다. 25억원짜리라고 합니다. 좋긴 좋더군요. 저 값 받고 좋지 않게 지으면 안되겠지만 말입니다.
3층짜리인데, 2층 마루와 1층 마루 사진만 올립니다.
 


 
우리는 한옥 때문에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목조주택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옥처럼 아름다우면서 온갖 다양한 지혜가 담긴 훌륭한 건축은 없다고 믿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믿음일뿐입니다.
목조주택에는 어느 나라 것이 더 뛰어나고 다른 나라 것은 못하고 하는 것은 없습니다. 각자 자기의 나라에 맞게 최선을 다해 지은 것들입니다. 한국 땅에 맞는 한옥이 일본 땅에 맞는 일본 목조주택보다 좋다고 하는 말 자체가 성립이 안됩니다.
물론 우리는 분명 뛰어난 목조주택 문화를 갖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오히려 처진 편이라고 해야 정확합니다. 주택 건축문화가 너무 획일화된 탓입니다. 현재의 목조주택 면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앞선 나라들이 많습니다. 저 캐나다처럼 말이지요.

우리의 또다른 오해 하나는 한옥이 워낙 훌륭하다고 믿기 때문에 서양의 목조주택은 그보다 훨씬 싸구려일 것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져 말해보자면 경제성으로나 실용성으로 볼 때 목조주택에 있어서는 지금 현재 동양은 서양에 한참 처져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건축 문화는 무조건 크게 지어야 한다, 새로 지어야한다고 노래를 부르는 건설회사들의 농간 속에서 비틀리고 황폐해져 있습니다. 콘크리트 건물 외의 다른 건축은 경제적으로나 편리성면에서나 모두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도록 길들여져 있습니다.
 
정말 그런걸까요?
나무라는 가장 흔한 재료에 대해서도 우리는 많은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그건 우리가 집을 지어 팔아먹는 이들의 세뇌로 우리가 집에 대해 판단할 능력을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집을 크게 지어 금세 때려부수고 다시 지어야 돈을 버는 사람들의 말에 따라 집을 사는 것, 그게 부동산으로 재테크하는 것과 맞아떨어졌을 뿐입니다.
 
모든 집을 콘크리트 아파트로만 지을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콘크리트가 아닌 다른 집 재료도 생각해보아야 할 때입니다. 캐나다의 다양한 목조주택들처럼 우리도 우리에게 맞은 새롭고 다양한 집, 환경적으로도 올바르고 보기도 좋은 경제적인 집들이 선보이길 기대해봅니다. 목조주택은 분명 그 유력한 대안입니다.
 
나무라는 소재에 우리가 더 주목해야 되는 이유에는 환경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집 짓는데 나무를 많이 쓸수록 지구에 좋기 때문입니다.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환경문제의 주범 탄소를 저장합니다. 그래서 나무는 그 자체로 탄소를 저장하고 있는 보관창고가 됩니다. 63평짜리 목조주택을 지으면 5년 동안 자동차가 내뿜는 탄소를 공기중에 배출시키지 않고 저장하는 효과를 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쇠나 시멘트같은 건축재료들은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탄소를 배출합니다. 나무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숲을 잘 가꿔 베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쇠 못잖게 재활용도 가능합니다. 한옥 같은 경우 오래된 목재가 새로 사온 목재보다 오히려 더 비쌉니다.
 
한국에 맞는 한국형 목조주택은 그렇기 때문에 더욱 필요합니다. 빨리 싸고 좋은 목조주택들이 시도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