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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만건축 4회]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건축 2009/01/20
    건축과 사귀기 2018.09.16 17:03

    여기, 겉모습만 봐서는 도저히 그 종류를 짐작하기 어려운 건축물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바닷가와 연결되어 물위에 둥실 떠있기는 동그란 나무 건물입니다. 사전 정보가 없으면 도대체 무엇에 쓰는 건물인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자, 그럼 건물로 들어가보시죠.

     



    바닷가로부터 100미터쯤 떨어진 곳에 지은 나무 건물입니다. 동그란 모습인데, 구조물이란 것만 알 수 있을뿐입니다. 배가 정박한 것 같기도 하고, 기념조형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럼 이제 건물 내부입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이렇게 쓰자고 만든 건물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기발한 수영장


    저 나무 건물은 바다 위에 지은 수영장입니다. 이름은 ‘시배스(Seabath)’. 덴마크 코펜하겐 부근의 바닷가 카스트룹에 들어선 명물입니다. 



     

    영국의 유명한 건축잡지로 <아키텍쳐럴 리뷰>가 있는데, 이 잡지가 해마다 젊은 건축가들의 발랄한 생각을 담은 건물을 뽑아 ‘AR 어워즈’란 상을 줍니다. 시배스는 2006년 수상작이었습니다. 기발하기론 단연 상을 받을만하지 않나요? 최근 몇년새 이 상을 받은 작품중에서도 가장 주목받은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저 시배스는 기발한 건축 아이디어가 얼마나 사람을 유쾌하게 만들어주는지 잘 보여주는 건물입니다. 스웨덴에 있는 화이트 건축사무소가 설계한 작품인데, 이 설계사무소는 북유럽 여러나라의 젊은 건축가들, 그러니까 주로 70년대생들 이하들이 모인 혈기왕성하고 재기발랄한 디자이너 집단입니다. 이 시배스를 만들 때 이들의 목표는 명쾌했다고 합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수영장을 만들자는 것이었답니다.

     

    그 의도대로 시배스는 보기만해도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습니다. 모양이 세련되고 멋지고 따지기 전에, ‘야, 이거 재미있네’라고 절로 무릎을 차게 만듭니다. 저 통로를 따라 바다위를 걸어가 건물로 들어가면, 짠 하고 귀여운 수영장이 펼쳐질 것을 상상해보세요. 

     

    더욱 인상적인 점은, 인공 구조물인데도 바다와 묘하게 조화를 이뤄서 인공스런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당장 가보고 싶어진다는 것, 그것 이상으로 이 건물의 매력을 보여주는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저도 저 사진을 보는 순간 해운대나 경포대에도 이런 것 하나 생기면 정말 신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이 건물을 처음 국내에 소개한 이성민씨는 건축전문잡지 <와이드>에 쓴 글에서 이 작고 단순한 건축물이 지역주민들에게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해가 지고 불을 켜면 조형물로 변신한 저 모습을 보니 정말 사랑을 받을만한 건물같군요. 

     

    그래도 저렇게 바다에서 직접 수영하면 좀 위험해 보이기는 한데, 어린이용 얕은 풀과 어른용 깊은 풀로 구성해서 안전에도 신경을 썼다고 하네요. 탈으실도 저 건물 안에 있답니다.

     

    시배스는 참 여러가지를 보여주는 건축물입니다. 우선, 건물은 크기가 아니라 생각이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작은 건물도 얼마든지 지역의 대표선수가 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걸 입증합니다.


    또한 건물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합니다. 건물이란 본질적으로 자연의 원상태와 대립하기 마련입니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공격이나 방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저 시배스는 자연과 인간의 욕망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자연 속에 인공물이 들어서지만 자연을 더욱 신나게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용한 것은 역시 건축가의 아이디어 하나가 얼마나 힘이 센가라는 점입니다. 누구나 생각해보지만 고정관념 때문에 직접 시행하지 않는 즐거운 상상력을 실제 건물에 옮길 때 얼마나 많은 호응을 얻을 수 있는지 증명하는 건물입니다. 자연과 사람을 새로운 방법으로 이어주는 아이디어 건물, 그런 건물이야말로 즐거운 건물들일 겁니다.




    그러면, 저 시배스처럼 자연을 즐기는 재미를 더해주는 그런 건물들, 좀 더 없을까요?

     

    있습니다. 주거용 건물은 아니지만 아이디어 하나로 야외 나들이를 즐겁게 만들어주는 건물들이 우리나라에도 있습니다. 그것도 한꺼번에 말이죠. 서울 바로 옆 안양, 삼성산 기슭에 자리잡은 안양예술공원에 있습니다.

     

    안양예술공원은 예전 안양유원지였던 곳입니다. 산과 계곡이 어우러지는 곳이어서 일찌감치 유원지가 되었는데, 잡상인들이 판치고 아저씨 아줌마들이 춤추며 노래를 일삼으면서 낙후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안양시가 한번 제대로 이 곳을 바꿔보자고 도전했습니다. 그게 바로 2005년 안양공공미술프로젝트였습니다. 이 유원지를 예술가들의 상상력으로 새롭게 꾸미기로 한 것입니다. 그래서 숲길 곳곳에 다양한 조형물들을 집어넣었습니다. 조형물같은 것도 있고, 건물 수준인 것들도 있습니다.

     



    저 꽈배기같기도 하고 소라처럼 보이기도 하는 건물은 전망대입니다.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 자연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점에서 일종의 정자라고 하겠지요. 


    저 건물을 디자인한 예술가는 네덜란드의 유명한 건축가그룹 MVRDV입니다. 이 그룹은 아주 재미있는 사람들입니다. 건물을 경쾌하게 설계할뿐만 아니라 톡톡 튀는, 때론 좀 웃기다 싶은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이들입니다. 이들의 대표적인 이론 작업으로  ‘돼지도시’란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돼지들을 키우는 인공 빌딩을 만들자는 것이었는데 기발한 뉴스에 목말하하는 언론들이 열심히 보도를 해주어 유명해졌습니다.


    좌우지간 저 전망대는 재미난 모양으로 지어지자마자 카메라족들에게 인기 높은 피사체가 되었습니다. 건물 아래에서 위를 쳐다보면 점점 좁아지는 복도가 만드는 모양이 특히 아름다워 DSLR 애호가들이 이 각도로 많이 찍습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또다른 건물입니다. 건물 이름을 한번 맞춰보시죠.




    건물의 뒷모습은 이렇습니다.




    앞뒤 모습을 한꺼번에 보면 저 건물은 마치 권총을 옆으로 뉘어놓은 것처럼 생겼습니다. 노란 파이프모양 부분이 총신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이름이 ‘리볼버’입니다. 


    저 건물은 독일의 아이디어맨 허먼 마이어 노이슈타트의 작품입니다. 한국식 정자를 서양 작가가 재해석한 작품으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저 건물은 우리가 평소 보아왔던 숲을 권총처럼 생긴 구조 속에서 바라 보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합니다. 묘한 채광 속에서 시야를 제한하는 액자같은 창을 통해 자연을 보면 자연의 느낌이 달라지겠죠. 


    저 자리는 원래 한국전쟁의 아픔이 배인 곳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작가는 폭력의 상징이었던 권총을 자연을 바라보는 평화의 상징으로 바꿨습니다. 그럼 권총 속에 들어간 관객들은 총알이 되는 건가요?




    저 안에서 숲을 바라보며 술 한잔 하면 좋겠다는 분들이 많으시더군요.


    안양예술공원은 이렇게 다양한 예술작품들들을 자연속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예술작품들은 자연의 일부가 되기도 하고, 자연을 읽는 새로운 통로가 되기도 합니다. 


    안양시가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작가들에게 내건 조건은 작품 설치를 위해 나무를 베어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시민들이 즐겨찾는 숲속에 어떤 아이디어를 펼쳐보이시겠습니까? 예술가들은 이런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만들었습니다.




    독일의 작가 콤비인 볼프강 빈처와 베르홀트 헤르벨트의 작품 <빛의 집>입니다.


    그런데 어째 재료가 좀 낯이 익지요? 그렇습니다. 우리가 자주 보는 플라스틱 음료 박스입니다. 그 음료박스로 저 집을 만들었습니다. 무엇이든 활용하기 나름입니다.


    그런데 왜 빛의 집이냐, 그건 들어가보면 알 수 있습니다.




    박스 틈새로 들어오는 빛이 이런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숲길을 쉬엄쉬엄 거닐다가 이 희한한 집에 들어가 잠깐 새로운 경험을 한다면 산책에 재미가 더해지는 것이죠. 자연 속에 있다가 저 집에 들어가는 순간 새로운 공간을 만나고, 다시 밖으로 나오면 방금 전 봤던 자연이 또 다르게 보이게 될겁니다.


    국내 작가들의 작품들도 여럿입니다.




    아주 인상적인 작품인데, 제목은 <용의 꼬리>입니다. 한옥 용마루가 용이 되어 땅속에서 당장 솟아날 듯한 모양입니다. 원로작가 이승택씨 작품으로, 산 전체를 용으로 보고 끝어진 능선을 저 용꼬리로 이어주자는 생각을 담았다고 합니다.


    이런 다양한 작품을 과감하게 설치한 안양예술공원은 미술계와 건축계에서 일단 그 의도와 실행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와 작가들이 참여했다는 점입니다. 프로젝트가 신선하고 재미만 있으면 거장들도 얼마든지 개런티에 신경쓰지 않고 동참하는 것을 잘 보여준 사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관리가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아쉽습니다.


    어찌됐든 안양시의 실험은 소중한 문화적 경험이라고 하겠습니다. 예술가들의 재미난 아이디어가 자연과 잘 만날 때 자연과 예술은 서로를 빛내줍니다. 건축물 자체로 재미를 주면서 자연의 소중함도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그런 명물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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