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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만건축 6회] 디자인 하나로 승부하는 현대의 종교건축물들 2009/02/09
    건축과 사귀기 2018.10.05 15:17

    누구나 한번쯤 해볼만한 생각이 있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종교들이 믿는 서로 다른 신들이 사실은 모두 한 신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다. 

    이와 비슷한 생각을 실제로 가진 종교가 있다.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이 믿는 유일신을 그대로 믿는 바하이교란 종교다.


    연꽃사원-종교의 나라 인도에 들어선 종교건축의 간판스타

     

    바하이교의 본부는 지금 이스라엘에 있다. 그러나 가장 유명한 바하이교의 성전은 인도에 있다. 독특한 모양으로 유명한 ‘연꽃 사원’이다. 현대 건축의 주요작으로 꼽히는 이 성전은 인도 뉴델리의 대표적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처음 자료에서 사진으로 이 사원을 봤을 때 첫인상은 무척 셌다. 작정하고 디자인 하나로 승부한 건물이니 모양새가 실로 조각작품처럼 조형성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마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꽃모양으로 변신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얀 색깔이며 디자인 구조가 비슷해보였기 때문이었다. 

     

    어찌됐든 한번 보면 잊지못할 건물을 만들어낸 점은 분명 대단하다. 가장 자리에 저렇게 수영장처럼 보이는 물 공간을 배치해 물 위에 연꽃이 떠 있는 것처럼 한 컨셉도 인상적이었다. 묘한 건물이어서 언젠가 한번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연꽃사원은 너른 정원에 홀로 우뚝 솟아있다. 입구에서 일직선으로 난 진입로로 건물을 바라보며 들어간다. 토요일 오전이어서 엄청나게 사람이 많았다. 

    사원 안으로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데, 대신 신발을 벗어야 한다.(인도의 대부분 종교 공간들이 신발을 벗고 입장해야 한다) 그러나 그 줄이 너무 길어 기다리다 결국 내부는 보지 못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어 아쉬웠다. 

     


     

    종교건축은 그 특성상 관념과 이상, 조형에 과감하게 승부한다. 그래서 기능을 중시하는 일반 건물들에선 볼 수 없는 파격적이고 조형적인 디자인을 선보이곤 한다.

     

    저 연꽃사원은 종교 건축의 그런 특성을 잘 보여주는 현대 건축물이다. 파리보즈 사바라는 건축가의 작품으로, 1986년 지어졌다. 저 거대한 스물일곱개의 꽃잎은 콘트리트로 지었고 그 위에 그리스 대리석을 입혔다고 한다. 

     


     

    저 건물을 짧게 잠깐 들러 보는 바람에 가장 아쉬웠던 것은 내부를 못본 것만은 아니었다. 해질 무렵 저 건물을 만나보지 못한 것도 무척 아쉬웠다. 

     

    하얀색 건물은 하얗기 때문에 여러가지 색깔이 된다. 무슨 소리냐면, 날씨와 햇빛에 따라 색깔이 다양하게 변하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해질 무렵에는 색깔이 수시로 바뀌고, 조명을 더하면 새로운 느낌의 건물이 된다. 하얀색 건물만이 갖는 매력이다. 

    그 아쉬움을 자료 사진들로 달래본다.




     저 사원을 지은 바하이교의 역사는 모든 종교들의 초창기가 그렇듯 박해와 고난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바하이’는 ‘바하 알라’를 따르는 사람이란 뜻의 페르시아어라고 한다. 페르시아어란 데서 바하이교가 페르시아, 그러니까 이란에서 생겼음을 추측할 수 있다.

    바하이교를 창시한 바하 알라는 1817년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태어났다. 그는 자신이 하나님의 예언자라고 선언했다. 당연히 이슬람으로부터 많은 박해를 받았다. 그는 일생 동안 40여년을 감옥과 유배로 보냈다. 

     

    바하 알라가 펼친 바하이교 교리의 핵심은 모든 인류가 하나님이 창조했으니 다들 평등하므로 남녀와 인종차별을 없애 세계 평화를 이뤄야 한다는 너무나 지극당연한 주장이었다. 그러나 모든 종교들이 그랬듯 바하이교의 신학적 이론은 다른 종교들과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바하이교는 그리스도, 석가모니, 무함마드, 조로아스터 등 세계 주요 종교의 최고 예언자들이 바하이교는 그리스도, 석가모니, 조로아스터, 무함마드 등이 모두 유일신 하나님이 인간 사회에 보낸 예언자들이라고 본다. 그리고 하나님이 보낸 마지막 예언자가 바로 바하 알라라고 말한다. 이 모든 예언자들이 하나님으로부터 예언을 받아왔으니 모든 종교는 실은 하나아며, 그러니 종교들이 조화를 이루게 노력하자는 것이다. 

     

    저 사원을 보면서 든 생각은 건축의 커뮤니케이션 효과였다. 

    모든 종교 건축물은 종교를 알리는 것이 목적이다. 곧 건축물이 미디어인 것이다. 성당은 그 자체로 성경이며, 절은 그 자체로 불교의 법이고, 모스크는 꾸란이 된다. 

    연꽃사원의 디자인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강한 것은 바하이교란 작은 종교를 널리 알리기 위한 방편이었을 것이다. 

    바하이교는 신자가 600만 정도의 마이너 종교다. 바하이교를 몰랐던 사람들이 저 건물을 통해 바하이교의 존재를 알게 되는 효과는 적지 않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저 연꽃사원의 디자인은 그리 맘에 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힘에는 공감한다. 유명한 재즈 거장 디지 길레스피는 저 건물을 보곤 “믿을 수 없는 신의 작품”이라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연꽃사원은 현대의 종교 건축물로서 바하이교란 작은 종교의 존재를 알리는 자기 임무를 120% 수행해내고 있다. 건축물이 중요한 미디어임을 저 건물은 잘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분명 성공한 종교건축물일 것이다.

     

    인도에 들어선 또다른 화제의 현대건축물

     

    종교의 나라 인도는 건축 디자인이 화려한 것이 특징이다. 그 영향일텐데, 현대 건축물 역시 과감하고 튀는 강한 건물들이 많다. 

    저 연꽃사원과 함께 인도에 잇는 현대건축의 주요작으로 꼽히는 건물이 있다. 한 신앙공동체의 건물인데, 역시 절대 잊어버릴 수 없는 독특한 모양으로 유명하다. 

     



    이 실로 독특하기 짝이 없는 건물은 인도 폰디체리 지방 오로빌에 있는 마티르 만디르 명상센터다. 건축가는 로제르 앙제르. 

    황금빛으로 코팅한 스테인레스 금속판들이 화려한 꽃송이처럼 원을 이룬다.  

     



    저 건물 사진을 처음 보는 순간 문득 이 건물이 떠올랐다. 

    오스트리아 빈을 대표하는 건물로 꼽히는 현대 건축의 걸작, 빈 분리파를 상징하는 건물 제체시온관이다.  

     


     

    모양은 좀 다르지만 금색 공 모양이 건물 위에 올라앉아있다는 점은 비슷하다. 공 부분을 확대한 컷.

     



    그러면 저 묘한 명상센터는 누가 지은 것일까? 

    오로빌은 스리 오로빈도란 사람의 가르침을 따르는 자치공동체라고 한다. 이 오로빈도의 영적 동반자는 프랑스 태생인 미라 알파사라는 여성인데, 이 사람이 오로빌이란 공동체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이 오로빌 명상센터는 2007년 완공됐다. 그야말로 따끈따끈한 신예 건물이다. 그 파격적인 모양대로 등장하자마자 세계 건축계에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연꽃사원과 마티르 만디르 명상센터는 비록 디자인 컨셉과 건축의 목적은 서로 다르지만 그 어떤 건물들보다도 강한 디자인의 힘으로 단숨에 현대 건축의 주요작으로 떠올랐다. 

    주목받는 것이 종교건축의 목적은 아니겠지만, 우리나라 종교 건축물 중에서도 세계 건축계의 주목을 받는 건물들이 좀 나와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쯤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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