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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만건축 3회] 건축 포스짱, 세계의 길쭉이 건물 2009/01/17
    건축과 사귀기 2018.09.16 16:58

    어린이는 나라의 기둥입니다. 그럼 건축의 기둥은? 

    썰렁한 농담으로 시작해서 죄송합니다. 건축에서 가중 중요한 것도 기둥입니다.

     

    동서양과 고금을 막론하고 건축에서 기둥은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건물이 서 있게 하는 주인공이 기둥인 것은 당연하지만, 건물의 인상도 이 기둥이 좌지우지합니다. 기둥이 길게 변하면 벽이 될 수도 있고, 기둥이 저혼자 서있으면 탑이 되기도 하지요.

     

    그래서 이 건축을 잘 알게 되면 건축과 친해집니다. 

    셍각해보시죠. 우리가 서양 건축사에 대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무엇이었을까요?




    고대 그리스 기둥이 도리아식, 이오니아식 코린트식(위 그림)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우리나라 건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겁니다. 부석사 무량수전 기둥이 배흘림 기둥이라니, 그걸 엔타시스라고 한다느니 그런 것(그림 아래)을 먼저 배울 정도죠. 그러고 보면 우리는 기둥으로 건축을 배우는 셈입니다.

     

    사실 인간이 신성한 의미를 강조하고 시각적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가장 처음 한 건축행위가 바로 기둥을 세우는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큰 돌을 세우는 고대 문명들 생각해보세요. 스톤 헨지가 어찌보면 기둥 모음 아니겠습니까.

     

    이런 기둥의 효과를 사람들은 일찌감치 간파했습니다. 뭐냐하면, 기둥을 줄지어 세우면, 이게 아주 강한 포스를 내뿜는다는 겁니다. 줄지어선 기둥을 ‘열주’라고 하는데, 이 열주가 폼잡는데는 최강이란 것이죠. 그래서 전세계 옛 왕조들은 줄기둥 건축으로 위엄을 세웠습니다.




    저 건물은 기원전 1458년산입니다. 지금부터 3500년전 건물입니다. 이집트 하트셉수트 여왕의 사원입니다. 그리스의 파르테논신전이 기원전 432년에 만들어졌으니 그보다도 1천년 먼저부터 저렇게 기둥을 줄세워 웅장함과 신성함을 강조하는 건물을 만든 것입니다.

     

    건물을 신성하게 보이려면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겁니다. 

    가장 쉬운 것이 크게 만드는 것이죠. 또는 높게 만드는 것입니다. 까마득히 위로 치솟은 건물을 보면 누구나 자기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이 건물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하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크게, 높게 짓는 것이 옛날에는 쉽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굳이 어렵게 높이 올리지 않아도 더 확실하게 웅장함을 만들어내는 방법이 바로 길게 짓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물, 신성한 건물, 웅장해야 할 건물은 대부분 깁니다. 그리고 이 길이를 더 강조하면서 힘을 주는 기법이 기둥을 늘어놓는 것입니다. 저 하트셉수트 사원은 이런 효과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가장 오래된 건물이라고 하겠습니다. 

     

    이처럼 기둥이 줄지어 서있고, 그 길이가 엄청나게 긴 건물, 신성함을 강조하는 건물은 전세계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나 등장합니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그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들이 대부분입니다. 


    길게 늘어선 줄기둥의 엄청난 길이가 주는 효과를 가장 잘 보여주는 건물로는 아마 이 건물을 따라올 건물이 없을 듯합니다. 바티칸의 산 피에트로 대성당의 열주입니다.



     

    긴 진입로를 따라 들어와 갑차기 거대한 광장이 눈앞에 나타나고, 둥그런 기둥 건물이 사람을 압도합니다.



     

    비슷하게 기둥들이 길게 늘어선 모양이 강조되는 건물로는 르네상스의 도시 피렌체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우피치도 있습니다.



     

    우피치는 이름이 아주 멋대가리가 없는 편입니다. 이탈리아어 ‘uffizi’는 영어로 ‘office’ 니까 그냥 ‘사무실’이란 뜻이거든요. 지금은 미술관으로 쓰입니다. 이른바 ‘매너리즘’ 건축의 대표작입니다.  


    이렇게 권위를 강조하는 건물에 줄기둥을 세우는 것은 서양 건축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고전주의, 그리고 이를 다시 리바이벌하는 신고전주의 등에서 주요한 기법으로 끊임없이 변주되었습니다. 19세기 신고전주의의 대표건물인 베를린 구미술관, 알테스무제움이 대표적입니다. 이 건물은 특히나 기둥을 강조했습니다.




    저렇게 웅장함 하나로 승부하려는 빌딩은 사실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사당, 국립극장까지 생각안하셔도 됩니다. 복사한 것처럼 비슷비슷한 주요 대학 본관 건물들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대학이 스스로 가장 강조하려는 가치가 권위라는 것은 그 건물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건축이 반영하는 건축주의 속내는 정말 극명합니다. 서양식 열주 건물들은 모두 권위주의라는 하나의 목표에 지나치게 집착하다보니 시민들에게는 거리감을 주기도 합니다. 정을 붙이기엔 너무 크고, 너무 길고, 너무 압도적인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동양의 줄기둥 건물들은 어땠을까요? 


    먼저 소개할 건물은, 중국 간쑤성에 있지만 중국인들의 건축이 아니라 티벳의 문화유산인 라부랑스, 또는 라브랑사원입니다. 해발 3000미터가 넘는 고지대에 있는 이 사원은 한꺼번에 3000명을 수요할 수 있는 대형 건물로 사원 안에 불상이 1만개가 넘고 불교 서적을 수만권 소장한 도서관이기도 하답니다. 저도 아직 못가봐 언젠가는 꼭 가봐야지, 하면서 꿈만 꾸는 곳입니다.




    이 사원은 티벳의 수도 라싸 이외의 지역에 있는 것 중에서는 가장 크다고 하는군요. 티벳인들의 성지여서 지난 올림픽을 앞두고 티벳 독립운동가들이 이곳에서 중국에 항거해 외신으로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나라를 잃은 티벳의 아픔이 가득한 곳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사원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140개나 되는 기둥이 줄지어선 긴 복도입니다.




    오른쪽에 있는 법륜을 돌리며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것이겠지요. 법륜은 무려 1000여개나 된다고 합니다. 저 수레를 돌리며 끝까지 걸어가면 저절로 인생과 종교, 인간사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라고 만든 것이겠지만 말입니다. 

     

    그러면 일본의 길쭉이 건물은 보시겠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전통건축물로 빠지지 않는 교토의 명물 산주산겐도(三十三間堂)입니다. 




    이 건물은 이름 한자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서른세칸짜리 집입니다. 


    동양 건축의 기본은 ‘칸’입니다. 건물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입니다. 칸은 기둥과 기둥 사이입니다. 가장 작은 집은 보통 세칸이죠. 초가삼간의 삼간입니다. 세칸집이려면 기둥은 4개가 되겠죠. 그런데 서른세칸이니, 세칸집을 11개를 늘어놓은 길이가 되겠습니다. 120미터에 육박하는 대단한 길이입니다. 

     

    그러면 도대체 왜 이렇게 길게 지은 것일까요?

    산주산겐도는 절입니다. 일본 천태종 사원으로 13세기에 지어졌다고 합니다. 저렇게 긴 이유는 그 안에 부처님을 모셨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을 1001분이나 모셨으니 길고 길 수밖에 없었겠네요.

     



    저렇게 부처님을 많이 만들기도 엄청나헤 힘들었을텐데, 자세히 보면 부처님 생김새가 복잡도 합니다. 더욱 힘들었겠군요. 그런데 더 고생했을 법한 부분이 또 있습니다. 

    산주산겐도의 부처님들은 저마다 표정이 다 다르다고 합니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꼭 보고 싶은 얼굴이 저 속에 하나는 반드시 있다고 합니다. 

     

    자, 그럼 이제 우리나라 최고의 길쭉이 건물을 보실 차례겠죠. 



    한국에서 가장 긴 목조 건물, 한국에서 가장 그윽한 건물, 한국에서 가장 소중한 건물로 불리는 한국 건축의 자랑, 종묘입니다. 종묘는 조선 왕조의 사당이었으니 왕궁인 경복궁보다도 신성했던 공간이었습니다. 




    종묘는 성스러운 건축, 기리는 건축, 현세를 초월하는 건축의 극한을 추구한 건축입니다. 종묘의 핵심인 저 정전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긴 형태로 보는 사람을 현실에서 벗어나 뭔가 다른 공간에 왔구나 느끼게 만듭니다. 저 정전의 길이는 110미터 정도로, 끝에서 기둥 사이로 반대편을 바라보면 다른 한옥 건물에선 도저히 경험할 수 없는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이용재 건축평론가. 붉은 단색 기둥의 줄지어선 모습이 장관이다. 종묘에 가면 누구나 사진을 찍게 되는 각도.


     


    사진=이용재 건축평론가


    종묘는 종로 길에서 지나가면서는 제대로 보이지조차 않습니다. 종묘의 진면목은 길고 그윽한 저 건물만이 아닙니다. 거대한 숲과 건물이 어우러지는 저 모습을 보게 되면 종묘에 절로 반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서울의 흉물 세운상가 위에 올라가면 저 장관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회색 콘크리트 더미 서울의 한복판에서 저 시원한 푸른 숲, 그 속으로 보이는 종묘의 지붕을 보는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종로를 지나갈 때면 가끔 세운상가 옥상에 올라가 종묘를 바라보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젠 세운상가가 철거를 시작해 올해는 그 즐거움을 누릴 수가 없게 되었군요. 


    물론 세운상가가 헐리는 것은 반가운 노릇입니다. 그런데 세운상가는 허는 대신 주변에 더 높은 빌딩들을 짓는다고 하니 참 걱정스럽습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이자 한국 최고의 건물인 저 종묘앞에 100미터가 넘는 건물들이 들어선다니, 건축문화와 도시계획에 있어서는 참으로 한심한 나라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서양의 주요한 길쭉이 건물들과 동양의 건물을 비교해보시니 어떻습니까? 


    아시아 건물들은 서양 건물들과는 추구하는 권위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티벳 문화의 상징인 라브랑 사원은 권위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티벳 사람들의 삶 그 자체인 종교를 가장 아름답게 구현하고자 한 공간이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겁니다. 사람을 압도하고, 원하는대로 종교에 귀의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서양의 권위주의적 건물들과는 다른 형이상학적 차원을 추구한 건물이라 하겠습니다.


    일본의 산주산겐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산주산겐도의 사람을 압도하는 길이는 우리가 마치 팔만대장경을 정성껏 만들었듯 천불을 만들었던 정성의 산물이었습니다.


    우리의 종묘도 왕실의 권위를 과시하기 이전에 제사를 드리는 신성한 공간으로 연출하려는 의도가 더 컸을 것입니다. 


    그리고 종묘는 다른 길쭉이 건물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습니다. 무조건 길이만을 추구했던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길쭉해진 건물입니다. 처음 건물을 지은 뒤 모셔야 할 왕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건물도 함께 옆으로 길어진 것입니다. 



     

    물론 이런 차이를 떠나 긴 건물은 모두 거대 권력들의 작품입니다. 막대한 비용과 인력을 동원해야 가능하니까요. 지금처럼 건물을 상업적 목적으로 짓던 시대가 아니었던 시절 오로지 한가지목적을 위해 수십, 수백년씩 집요하게 지었던 건물들입니다. 그런 과정속에서 건물들에 담기게 된 의미와 분위기는 실로 대단하다고 하겠습니다. 길쭉이 건물들이 각 나라를 대표하는 건축물이 되어 지금도 사랑받는 이유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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