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인생, 호모 헌드레드…멋진 실버 인생을 꿈꾸라는 담론과 기사가 넘쳐나지만, 나이 듦은 두려운 일이다. 죽음이 동반할 육체적 고통의 공포 탓은 아니다. 끝내 스스로 세상을 뜬 홀로코스트의 증언 작가 장 아메리가 에서 말했듯, 점점 세계와 공간에서 제거되어가는 자신이 ‘살아낸 시간’을 어떤 표정으로 마주할지 두렵기 때문일 게다.이 가을, 세 번의 이별을 했다. 지식인과 언론, 그리고 글쟁이란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해준, 세상과 늘 연결되어 있던 세 사람. 그들의 ‘살아낸 시간’을 여기 기억하고 싶다.지난달 일본의 국제정치학자이자 평화학자인 사카모토 요시카즈 선생이 숨졌다. 직접 딱 한 번 만났고 이메일과 편지를 주고받은 게 고작이다. 하지만 대학원에서 우연히 접한 그의 책과 논문들은 일본의 진보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