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家의 매력 50

`꽃보다 남자'-현실적인, 너무나 현실적인 2009/04/01

‘현실성’이란 무엇일까? 는 그런 질문을 하는지 모른다.남들이 이 드라마를 본다는 것 자체가 이 드라마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이 드라마와 팬들을 못마땅하게 보는 것은 이 드라마가 너무나 비현실적이라고, 그러니까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해서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드라마의 현실성을 논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드라마가 현실이 아니란 것을 모르며 보는 시청자는 없기 때문이다. 공부해야 된다는 사실을 모르면서 놀러다니는 고등학교 3학년이 없듯이. “저런 말도 안되는 것을 왜 보냐”고 핏대를 올리는 것 자체가 남들을 바보로 아는 바보짓이 될지도 모른다. 은 분명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오히려 더욱 우리를 정확하게 비추는 드라마일 수도 있다. 지금..

雜家의 매력 2018.11.25

최초 한류 슈퍼스타 윤이상, 그가 제목 짓는 법 2009/03/28

윤이상이란 이름은 제겐 그저 뉴스에서 듣는 시사용어일뿐이었습니다.그랬던 제가 윤이상이란 거대한 인간을 처음으로 자각하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그가 자기 곡에 붙인 이름들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뒤늦게 알게 되었던 겁니다. 제가 처음 독일에 갔을 때였습니다. 최근 시사주간지 의 부탁으로 새 칼럼을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소속이 문화부 기자도 아니고, 기사도 쓰지않는 처지여서 좀 뭐했지만 2주에 한번이란 후배 기자의 꾐에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칼럼을 쓰는 것을 극구 사양해왔습니다. 어줍잖은 제 생각을 말하기보다는 정보를 정리 전달하는게 독자들께 덜 잘못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도와줘야 할 일도 생기는 법이어서 결국 칼럼을 맡았습니다. 왜 승락했나 후회하며 첫 회를 뭘 쓸까 고민..

雜家의 매력 2018.11.25

훔치고 싶은 정민 교수의 손글씨 2009/01/03

손으로 쓴 편지를 받아본 지 얼마만일까. 세밑 어느날, 회사로 돌아오니 책상 위에 연하장이 하나 와 있었다. 한양대 정민 교수의 연하장이었다. 문득 정교수의 연구실이 떠올랐다. 그가 생각의 씨앗들을 정리해놓은 파일 정리대, 관심 갖는 분야가 비슷해 탐났던 그 많은 책들, 그리고 전각들... 그 자료더미 속에서 주말에도 글을 쓰는 정교수도. 직접 손으로 그린 우편번호 네모칸이 얼마나 참한지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어린 시절부터 유독 맘먹은대로 안되는 것이 하나 있었다. 내 맘에 드는 나만의 글씨체를 갖는 것이다. 서예와 전각도 배우고 싶었지만 게을러 늘 못해왔다. 기자가 된 뒤로는 더욱 글씨를 못쓰게 됐다. 바쁘게 빨리 들은대로 메모하는 것이 중요하다보니 글씨가 점점 괴발개발이 됐다. 지금 내 글씨는 탭댄..

雜家의 매력 2018.09.14

이거 카메라 맞아?-군용 카메라의 세계 2008/08/25

어느새 가을입니다. 선선해진 날씨를 즐기러 서울 시민들이 들르기 좋은 곳이 과천대공원이죠. 동물원에 미술관, 그리고 놀이공원이 모여있는 이 대공원역 지하쳘역 입구에 한국카메라박물관이 있습니다. 이 카메라박물관이 개관 1주년을 맞아 독특한 카메라전시회를 한다고 하네요. 9월12일부터 10월12일까지 한달 동안 하는 ‘세계 군용 카메라 특별전’이랍니다.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각종 군용 카메라, 스파이 카메라, 그리고 미국 항공우주국의 달탐사용 카메라 등 다양한 특수 카메라들을 전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전시에 앞서 보도용 메일을 보내오셨는데, 이 군용 카메라들 생김새가 일반 카메라와는 무척 다른 것이 흥미로와 살짝 소개합니다. 이 카메라는 ‘Reporter Military’라고 하는데 독일산이라고 하네요...

雜家의 매력 2018.09.11

문화재가 꼭 아름다워야만 하는 건 아니다 2008/06/25

제목으로 감은 잡으셨겠지만 바로 이것이 문화재입니다. 문화재란 사실을 알고 봐도 ‘정말 문화재 맞어?’라고 물으실 법 합니다.문화재 맞습니다. 이번에 등록문화재로 지정되는 경북 김천의 부항지서 망루입니다. 슬픈 역사가 낳은 가슴 아픈 유적들 그러면, 이 허물어져 원래 무엇이었는지 짐작도 어려운 망루의 흔적은 왜 문화재가 된 것일까요? 힌트. 계절과 역사로 한번 짐작해 보시지요.정답은 6.25 관련 등록문화재입니다. 저 부항지서 망루는 1950년 한국전쟁이 터진 뒤 주민들이 콘크리트로 직접 만든 방어시설입니다. 주민들이 경찰을 도와 북한군 게릴라들의 침투를 막는데 기여한 유적이라고 합니다. 이제는 그 흔적조차 알기 어렵게 방치되어 있지만 한국 현대사의 한 장면을 담고 있는 귀중한 유적이라고 하겠습니다. 2..

雜家의 매력 2018.09.10

한국에서 가장 슬픈 나무, 가장 웃기는 나무가 함께 있는 곳 2008/05/20

“남쪽 나무에 이상한 열매가 달렸네.”재즈의 명곡 의 가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비운의 여가수 빌리 홀리데이의 대표곡이자 전세계적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는 노래다. 빌리 홀리데이의 목소리는 늘 슬프지만 이 노래를 부를 때는 정말 슬픔이 뚝뚝 묻어나는 것 같다. 가사는 계속 이어진다. “이파리에도 뿌리에도 피가 묻었네. 검은 시체들이 남풍속에 흔들리네. 포플러 나무에서 흔들리는 이상한 열매.” 은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끔찍한 노래라 할만하다. 인종 차별이 여전히 극심했던 1930년대말, 한 흑인 청년이 미국 남부에서 백인들이 흑인을 나무에 매달아 죽인 모습을 보았다. 루이스 알렌이란 그 흑인 청년은 이란 시를 썼고, 이 시가 노래가 되어 빌리 할리데이가 불렀다. 노래는 그 자체로 처절한 고발이 되어 역사를 증..

雜家의 매력 2018.09.03

내 생애 가장 웅장한 개집 2008/05/03

4월 마지막주, 대관령 양떼목장을 가다. 강원도는 강원도다. 아직도 나무에 새싹이 나지 않은 것을 보면. 초원에 양떼를 방목하는 것은 5월 중순이나 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이 것. 얼핏 보면 마치 맞배지붕 근사한 건물처럼 보와 도리까지 제대로인 나무 집. 그러나 사람 사는 집이 아니라 개가 사는 집. 그리고 귀여운 새집? 우체통?

雜家의 매력 2018.09.03

렌즈 같은 눈을 가진 21세기 풍속화가 최호철 2008/03/15

97년이었다. 지금은 없어진 여의도 서남미술관에서 처음으로 그림 을 봤다.온갖 군상들을 잔뜩 집어넣어놓고는 그 속에서 주인공 월리를 찾아야 하는 독특한 숨은 그림 찾기 책 `월리를 찾아라'를 1990년대 대한민국 도시 서민 버전으로 바꿔놓은 것 같았다. 그림 안에는 홍대옆 와우산에서 한강쪽으로 내려다보는 각도로 본 서울 서북쪽 전체가 한 폭 안에 기막히게 담겨 있었다. 하도 꼼꼼하게 그림을 그려 정말 대단한 인내심을 가진 작가거나 아니면 편집증적 기질이 있는 작가일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그러나 그 철저한 꼼꼼함이나 기술적 완성도가 중요한 것은 전혀 아니었다. 그림을 보면 너무나 친숙한 이웃들의 모습에 절로 따듯해지는 것 같았다. 그런 느낌을 전해받으며 이미 마음속에선 결론이 나 있었다. ..

雜家의 매력 2018.08.24

귀엽고도 얄미운 토토로의 집, 그리고 둘리마을 2008/03/10

일본은 세계적인 만화와 애니메이션 왕국으로 꼽힌다. 그러나 정작 도쿄에서 쉽게 가볼만한 만화나 애니메이션 관련 명소는 선뜻 찾기 힘들다. 만화전문서점 만다라케가 만화팬들에겐 명소로 꼽히지만 외국인들이 가볼만한 관광코스로 보긴 힘들다. 애니메이션의 경우도 관련 명소가 거의 없다.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 지브리미술관이 등장했다. 이후 이 곳은 단숨에 도쿄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명소가 됐다. 재미있어도 남는 아쉬움과 얄미움-지브리미술관 지브리미술관은 일본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대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사 지브리스튜디오가 운영하는 곳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팬들에겐 제법 매혹적인 곳일테고, 보통 관광객들에겐 1000엔이란 입장료가 그리 아깝지는 않은 무난하게 가볼만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지브리미술관은 ..

雜家의 매력 2018.08.24

허영만부터 홍대리까지 만화가 작업실 엿보기 2008/03/06

만화가들 작업실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팬들을 사로잡는 이미지들이 태어나는 ‘꿈의 공장’은 실은 색다르면서도 평범하며, 아기자기하면서도 지저분한 치열한 삶의 현장입니다. 직업 덕분에 여러 만화가들의 작업실을 가봤습니다. 그림 그리는 곳이니 다들 비슷하면서도 만화가 다르듯 모두 달랐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실은 최고 만화가 허영만 화백의 작업실이었습니다. 허 선생의 작업실은 세번 방문했습니다. 작업실은 이사를 가도 작업 공간인 책상의 모습은 바뀌지 않고 그대로 옮기는 것 같았습니다. 허선생 책상의 가장 큰 특징은 책상 주변에 이런 저런 메모를 무척이나 많이 붙여놓는 것입니다. 일단 먼저 사진부터. 정말 여러가지 것들이 나름의 법칙에 따라 빼곡하게 들어차 있지요? 맞은편에는 화실 문하생들과..

雜家의 매력 2018.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