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친해지기

축구 못잖은 브라질의 히트상품, 캄파나 형제 2010/02/16

딸기21 2025. 2. 17. 21:04

디자인과 건축에 대한 파격적인 투자로 성공한 회사가 스위스 가구회사 비트라입니다.
세계적 건축가들에게 공장 건물을 의뢰해 거장들의 걸작을 백화점처럼 모아놓은 것으로 유명하지요. 가구 공장이 현대 건축 최고의 명소가 되었습니다.

이 스타 공장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물이 이 디자인박물관입니다.
 


 
그 모양이 실로 독특한 이 건물은 미국에서 뒤늦게 빛을 본 프랭크 게리가 처음으로 유럽에 설계한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저 건물로 글로벌 스타로 떠오른 게리는 몇년 뒤 그 유명한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으로 말 그대로 슈퍼스타가 됩니다.
 
게리의 대표작 중 하나인 저 건물은 독특한 건물 많기로 유명한 비트라 공장에서 가장 입구에 자리잡아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비트라가 소장한 수많은 디자인 명품들을 전시하는 미술관으로, 디자인쪽에서는 가장 유명한 미술관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저 건물 입구에 `CAMPANA'라고 써붙여 놓은 것이 보이실겁니다. 캄파나는 브라질의 디자이너 형제 캄파나 브러더스의 이름입니다. 제가 찾아간 지난달, 저 미술관에선 바로 `캄파나 형제'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국내에선 이들 형제의 전시가 없었기에 더욱 반가웠습니다.


 
캄파나 형제는 요즘 디자인판에선 가장 잘나가는 스타 디자이너입니다. 늘 새로운 스타에 목말라하는 디자인계에서 요즘 가장 언론을 많이 타는 이들이 바로 이 두 브라질 형제입니다.
형 움베르투 캄파나(57)는 원래 변호사였고, 동생 페르난두 캄파나(49)는 건축가였습니다. 이 재주많은 형제는 1983년 디자인 작업을 시작하며 제대로 사고를 쳤습니다.
 
캄파나 형제의 작업 특징은 `재활용'으로 `새로운 재료로 만드는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버리는 생활 소품 등을 활용해 가장 브라질적인 디자인이 무엇인지 추구한 두 사람은 경쾌하고 신선한 가구 디자인으로 라틴아메리카 최고의 디자이너로 떠오릅니다. 그리고 90년대 초반 이탈리아 가구업체 에드라와 함께 작업을 시작합니다.
비트라가 스타 디자이너들이 이름을 내걸로 디자인한 명품 가구로 유명하듯, 이탈리아의 가구 업체 에드라는 개성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이너의 가구를 내세워 유명해진 업체입니다.



이들의 주특기는 의자입니다. 여러 재료들을 조합해 기존 의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의자들을 선보였습니다.

의자는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료, 모양, 그리고 컨셉 모든 면에서 가장 많은 실험이 일어났던 분야고, 유명 디자이너들이 저마다의 의자로 세계적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캄파나 형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이 선보인 의자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바로 이것일겁니다.



버리는 인형들을 모아 의자로 만들었습니다. 하나씩 보면 그저 생활 폐품인 인형들을 의자로 만든 것, 이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아이디어가 디자인계에서 주목받았습니다. 이 인형 짜깁기 의자는 다른 여러가지 시리즈로 변주되었습니다.



미키마우스를 모으면 미키마우스 의자가 되었고,
 



팬더로 만들먼 팬더 의자가 됩니다.
 


설명할 필요도 없는 곰의자 되겠습니다.
그리고 갖가지 인형을 모으면 인형종합선물세트 의자가 탄생합니다.



저 여러가지 인형 중에서 악어들만 따로 뽑아서 만든 것도 있습니다.



악어라고 하면 어떤 브랜드가 떠오르시나요? 악어를 마크로 삼은 의류업체 라코스테가 가장 먼저 생각나실겁니다.
악어 인형 의자를 만든 캄파나 형제는 실제로 라코스테와 공동 작업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라코스테의 악어 심볼을 이들 형제가 디자인 모티브로 삼아 옷을 만든 것입니다. 라코스테는 2006년 이후 해마다 유명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해왔는데, 바로 지난해 2009년의 파트너가 캄파나 형제였습니다.
캄파나판 라코스테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악어 로고가 자유롭게 춤을 추며 변형되었습니다. 또다른 라코스테 티셔츠 하나 더 보시죠.
 



어째 좀 정신없으시다구요?

그런데 캄파나 형제가 저렇게 온통 악어 마크로 옷을 만든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저 디자인은 앞서 소개한 이들의 주요작 악어 의자가 모티브였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악어 마크를 일일이 꼬매서 만든 저 티셔츠는 한정판이었던 저 작업에서도 가장 적게 12벌만 만든 한정판이었습니다.
 
악어는 사람들에겐 좀 흉측한 동물이지만 깨끗하고 오염되지 않은 자연을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합니다. 저렇게 악어를 촘촘하게 모은 것은 캄파나 형제의 나라 브라질의 울창한 자연을 연상하게도 하지요.
그리고, 저 악어 마크를 일일이 엮는 작업은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에 있는 빈민촌에서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지원하는 단체에서 맡았습니다. 여성 재봉사와 공예인들이 수작업해 만든 악어 티셔츠였습니다.
 
저 라코스테 티셔츠의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다시 한번 이름을 알렸지만 역시 캄파나 형제의 장기는 앞서 말씀드렸듯 버리는 재료로 만들어내는 신개념 의자들입니다. 그 주요작들을 소개합니다.



왼쪽이 버리는 조각천으로 만든 의자입니다. 이름은 `스시 의자'입니다. 초밥의자란 거죠.
왜 초밥이냐구요? 재료를 그대로 드러냈기 때문이랍니다. 가공하지 않고 자른 생선회 한조각만으로 음식이 되는 스시와 같다는 겁니다.
 
오른쪽 철사로 만드는 의자는 앞서 다른 디자이너들도 했던 것인데 캄파나 형제도 아주 좋아하는 주제입니다. 저런 의자들 숲속이나 사막 같은 특별한 곳에 놓고 사진을 찍어 묘한 이미지의 충돌을 보여주곤 합니다.



맨 왼쪽 백합꽃 모양 모자는 보기만 해도 경쾌합니다. 캄파나 형제의 대표작인 `겟수엔 의자'입니다. 아래로 향한 꽃잎 두 장이 의자 다리가 되고, 꽃술 부분에 튀어나온 쿠션이 앉는 자리가 됩니다.
사람 손가락 모양 쿠션이 올리면 등받침이 되고 내리면 깔고 앉을 수 있는 두번째 `플랩 의자'도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맨 오른쪽이 저 형제의 장기인 재활용 컨셉을 보여주는 가죽조각 패치 의자입니다.
 
천들을 강렬한 색으로 염색해 묶어서 의자로 만드는 시리즈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참 별 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기발하지 않습니까? 이 것의 다른 버전도 있습니다.



재료는 다르지만 비슷한 디자인으로는 이런 소파도 있습니다.



보드라운 털의 느낌을 강조하는 소파도 연작을 선보였습니다.



다양한 소재들로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인 또다른 작품으로는 공예 방식으로 유기적인 모양새를 내는 이런 의자들이 유명합니다.



에이리언 같기도 한 의자로군요. 아니면 아메바? 또다른 연작, 그리고 조각보 의자입니다.


 
또다른 유명 의자로 빼놓을수 없는 것이 요녀석입니다. 저는 빗자루 의자라고 부릅니다.
 



이들 형제의 디자인이 사람들을 사로잡았던 것은 일단 친숙한 소재로 유쾌하고 웃음이 나오는 재미를 보여줬기 때문이었습니다. 손이 많이 가는 수공예적 작품들 특유의 느낌도 사람들에겐 매력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저렇게 천조각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저들 형제의 의자가 쌀 리는 없겠죠. 수천만원은 합니다. 역설적이긴 하지요?
 
좌우지간 요즘 가장 인기 높은 저 디자이너들의 전시가 때마침 제가 비트라뮤지엄에 갔을 때 열렸으니 반가웠습니다. 전시장에선 사진으로만 봤던 저 다양한 가구들의 오리지널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저 묘한 모양의 미술관 내부는 어떻게 생겼는지도 보실겸 전시를  소개합니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소재들이 모여서 나름 재미를 주는 것, 캄파냐 형제의 특징을 보여주는 다양한 작품들이 모였습니다.



빗자루 의자들도 역시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앞서 소개했던 대표작들이 줄줄이 나옵니다.


 
저 인형 의자는 보니까 더욱 갖고 싶어지더군요.


 
자세히 보시면 거울 속에 사진을 찍는 제가 나옵니다.
물론 일부러 저렇게 해봤는데 별 재미는 없네요. -_-


 
프랭크 게리의 골판지 의자를 연상시키는 종의 의자들입니다. 값싼 재생지들도 얼마든지 가구 소재가 된다는 것을 보여줬든 프랭크 게리의 대표작들이었죠. 비슷한 컨셉입니다.


 
독특한 철판 의자와 책꽂이입니다.



앞서 보여드렸던 철사 의자의 다양한 연작들입니다.



이제 2층으로 올라갑니다. 페트병을 활용한 조형물이 아무 것도 없는 새하얀 벽에서 나름 존재감을 강력하게 발휘하고 있습니다.



독특한 외관 덕에 천장이 조형물처럼 묘해진 2층입니다. 2층에선 주로 공예품 분위기로 재활용품을 활용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역시 앞에서 소개했던 에이리언풍의 유기적 모양의 의자, 그리고 전등 세트입니다.
 
저 전시회 덕분에 비트라뮤지엄 내부를 돌아보는 것은 무척 즐거웠습니다. 전시장 내부는 오로지 하얀색으로 꾸몄지만 비정형의 공간 구성이 전시장 특유의 단조로움 대신 재미를 더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나오는 길에 작은 미술관 안에 있는 작은 카페에 들렀습니다.



1층 입구 카운터 아래로 내려가는 곳에 있는데, 아주 작고 아담한 카페였습니다. 그런데, 여기 의자도 캄파나 형제의 작품으로 해놨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저 경쾌한 빗자루 의자, 어째 좀 비실용적으로 보이시죠?
하지만 앉아보면 예상 외로 편안합니다. 가는 가지들이 등 모양에 맞춰 자연스럽게 눌리면서 지탱해줘서 느낌이 좋습니다.

캄파나 보고 캄파나에 앉아 커피 한잔, 모처럼 즐거운 구경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