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도 없고 대문도 없는 캄보디아 집들은 신을 모시는 작은 나무 모형집을 마당에 마련해 놓는다. 간단하게 나무를 쓱쓱 잘라 만들었지만 인도차이나 건축 특유의 지붕 디자인이 그대로 들어있다. 집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지붕의 힘.
저 작은 미니 사당을 달아놓은 캄보디아 전형적인 서민 주택에 들렀다. 나무로 만든 집은 우리로 치면 누각처럼 땅 위에 떠있다. 더운 낮에 시원한 집 아래 그늘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다.
마당에는 개와 닭과 고양이가 사람들 사이로 오가며 산다. 아이들은 강아지 장난감 인형 대신 진짜 강아지를 가지고 논다.
마침 이집 개가 강아지를 낳은 모양이었다. 강아지가 많다보니 아이들이 서로 다툴 일 없이 저마다 자기 강아지를 주물러대며 논다.
동남아시아나 서남아시아에선 날씨가 더워 누워서 자고 있는 개들이 많다. 캄보디아 개들 역시 어슬렁 거리거나 옆으로 누워 자는 녀석들이 대부분.
저녀석 저러다 밟히면 어쩌려고... 주인 아저씨 앞에서 자빠져 자는 하룻강아지.
지붕 아래 1층은 자연스럽게 부엌과 창고와 벤치가 조합된 곳이 된다.
저 빨간 아이스박스가 이 집의 냉장고다. 가전제품이 적다고 하기 이전에 전기 보급이 많이 안되어 캄보디아에선 아이스박스가 필수품이다.
마당을 활보하는 닭들. 이런 모습 본 것이 얼마만인가. 한국의 닭은 이제 동물이 아니라 브로일러란 공장에서 찍어나오는 공산품이다.
그리고 화장실.
우리 시골 집들과 크게 다를게 없다.
저 오른쪽 작은 오두막 같은 곳이 바로 부엌이다. 동물들이 못들어가게 위로 띄워 짓는다.
내부 모습은 이렇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 집의 메인 공간을 구경할 차례. 2층 살림집 안으로 들어가보자.
저 계단으로 올라가면 이집 마루와 안방이다.
장마루로 짠 마루 위에 파티션 치듯 방을 나눴다. 더운 나라 답다.
오른쪽 아래를 보면 마루 사이에 틈이 많이 나있다. 맞추기가 어려워 못맞췄을 리는 없을테고, 아래 내다보기 좋게 하기 위해서 일부러 저리 한게 아닐까 싶었다.
가족 사진, 국왕 사진, 스타 사진 등이 콜라주를 이루는 벽.
마루 창문에 낸 책상,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나무들.
가지런히 놓인 아이들 책과 공책. 녀석들 숙제는 했을까.
이제 여기가 방이다. 큰 방 하나인데 가운데 빨래줄로 칸막이를 해놨다.
들어가서 왼쪽 방. 구석에 역시 신을 모신다. 우리는 대청 마루에 성주신을 모시는데.
빨래줄벽(?) 건넌방. 살림살이가 정말 적다. 정말 필요한 것들만 있는 모습.
뒤쪽에서 본 모습. 나무가 아니라 콘크리트와 유리로 지어도 기본 구조는 이 방식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3대가 함께 사는 이집 식구들. 정확히 몇 식구인지 모르겠다.
새끼를 많이 낳아 젖먹이느라 홀쭉한 어미개 모습이 안쓰럽다. 맨 왼쪽 아주머니(라고 해봤자 20대 초반이나 되었을까)가 안고 있는 갓난쟁이는 더운데도 씩씩하다. 더운 나라 아기답다. 강아지들도.
캄보디아는, 수치상으로만 보면 인도보다도 저소득 국가다. 그러나 인도와는 정말 달랐다.
우선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 그리고 다소곳하다. 적극적이고 노골적인 인도와는 스타일이 정반대다. 구걸하는 아이들의 표정도 세상 다 산듯한 인도 아이들과 달리 해맑다. 안줘도 빙긋 웃는다.
그리고 캄보디아는 인도에 견주면 정말 깨끗하다. 건물만 깨끗하고 골목은 쓰레기가 곳곳인 서울이 저 씨엠립보다 그리 나을 것이 없었다.
캄보디아 사람들이 어떤 집에서 어떻게 사나 궁금했는데 저 집을 볼 수 있었다. 관광객들에게 집을 열어 부업을 하지만 표정들은 느긋하고 여유롭다. 인류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비극을 겪어야 했던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이제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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