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家의 매력

거대 로봇 같은 캐나다의 초대형 제재소 2009/09/24

딸기21 2021. 8. 5. 15:05

나무의 나라. 
누구나 캐나다를 먼저 떠올릴 듯합니다.
맞습니다. 가보니까 정말 나무 밖에 안보이더군요.
캐나다에선 한 30년 먹은 나무는 이쑤시개 같았습니다. 어른 몇명이서 껴안을 정도는 되야 나무다운 나무라고 할 듯했습니다.
 
이 나무의 나라를 돌아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세계 최대의 임산업 국가, 목재 수출국가인 캐나다에서도 서부연안 브리티시 콜럼비아주는 가장 나무를 많이 생산하는 지역입니다.
이 브리티시 콜럼비아 주 정부와 캐나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캐나다 임산업을 알리는 재단인 `캐나다 우드'의 초청으로 캐나다 목재와 목조주택 관련 현장을 최근 다녀왔습니다.  
 
그 중에서 먼저 캐나다 굴지의 제재소를 소개합니다. 나무를 집어삼켜 규격재로 토해내는 모습이 포항제철 공장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었습니다.
 


저희가 찾아간 곳은 목재회사 인터포(INTERFOR)사의 밴쿠버 에이콘 제재소였습니다.
인터포사는 나무의 고장 북미권에서도 6위 규모의 큰 회사라고 합니다. 캐나다와 미국에 모두 9곳의 제재소를 가동중인데, 이곳 밴쿠버의 에이콘 제재소는 주로 더글러스 전나무와 헴퍼 등의 나무로 만든 구조재와 조경재 등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태평양 연안이란 입지 덕에 거대 고객인 일본, 그리고 한국과 중국 등의 극동 아시아 나라들로 수출하는 목재를 주로 만드는 곳입니다.
 
에이콘 제재소의 첫 모습은 거대한 나무 야적장이었습니다. 바로 부두에서 배에 싣기 좋게 물가에 지었는데 각종 나무들이 쌓여있었습니다. 
안전모와 안전안경, 안전조끼를 입고 귀에는 통신기를 꼽고 견학을 시작했습니다. 내부가 시끄러워 말소리가 잘 안들리기 때문입니다.
 


제재소 역시 공장이어서 그 내부는 다른 제조업 공장들고 비슷합니다. 높은 천장, 긴 컨베이어 벨트, 그리고 각종 파이프들... 그 속에서 나무들이 잘리고 다듬어지고 쌓이고 있었습니다. 퉁탕거리는 굉음들과 후끈한 열기가 방문객들을 먼저 맞이합니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주조정실, 목재 생산과정을 감독, 처리하는 곳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목재에도 `수율'이란 표현을 쓰는 점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인데 처음 접할 때는 뭐든지 신기하고 신선해보이는 법이지요.
 
저 화면은 무엇 같으십니까?
원목 나무가 들어오면 컴퓨터가 그 크기와 모양을 파악합니다. 그리고 그 나무에서 규격재를 가장 효율적으로 많이 잘라낼 모양을 미리 그립니다. 바로 그 수율을 파악한 화면입니다.
나무 절삭 가공 전 과정을 저런 컴퓨터 화면으로 파악, 제어하고 있었습니다.
 


공정 첫번째 과정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오른쪽 아래로 통나무가 들어오면서 규졍 두께로 잘리는 순간입니다.
 


바로 이렇게 잘려서 다음 단계로.
 


한번 더 잘게 잘렸군요.
 


규격재로 쓰기 어려운 가장자리들은 조각이나 톱밥으로 만드는 기계로 향합니다.
 


이제 2X4, 2X8 인치 등의 국제 규격 크기로 다시 잘립니다.
 


직원들이 검사를 거친 규격재들에 종류, 번호 등을 알리는 스탬프를 찍고 있습니다.
 


각 잡히고 모양 잡힌 목재들, 착착 쌓이러 갑니다.
 


저 기계가 규격대로 나눠서 쌓는군요.
 


한 편에선 톱밥과 부스러기를 쉴 새 없이 토해냅니다.
저 톱밥들도 모아 놓으니 엄청납니다. 야적장에 톱밥 더미를 쌓는 곳이 따로 있네요.
 


자연스럽게 야적장으로 나와 구경할 차례입니다.
짙은 나무 냄새가 가득합니다. 그래도 나무 냄새여서 기분은 좋습니다.
 


물길과 바로 연결되는 야적장은 경치도 좋습니다. 밴쿠버를 감싸고 있는 봉오리들이 코 앞처럼 보입니다.
 
작업을 기다리는 원목 더미들.
 

나무들이 흘러내리지 않게 커다란 시멘트 덩어리로 지지대를 만들어놓았습니다.
 


원목들은 왜 보기만해도 푸근하고 기분이 좋을까요? 인간은 나무와 생물학적으로 연결되어 있나봅니다.

다른 쪽에는 선적을 기다리는 제품들이 쌓여있습니다.
 


네모 반듯한 나무 모양이 주는 느낌이 원목과는 많이 다르면서도 비슷합니다.
 

함께 견학을 한 분이 옆에서 한숨을 섞어 말씀합니다.
"이렇게 큰 공장에서 저리도 많이 나무를 만들어내니 도대체 캐나다 목재산업에 대항할 나라가 있을까 싶어요. 우리나라 나무들이 상대를 할 수 있겠어요?"
제재소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제가 "이 정도면 정말 큰 제재소냐" 여쭤보니 "그럼요"라는 대답이 바로 돌아옵니다.
 
이 제재소는 그럼 나무를 얼마나 만들어내는걸까요?
이곳 한 곳에서만 연간 38만입방미터 어치의 목재를 생산한다고 합니다. 그 규모가 쉽게 감이 오지는 않습니다.
 


견학에 동행한 한 분이 이곳 홍보담당자에게 "캐나다의 이런 거대 제재소들의 경쟁력에 밀려 한국 제재소들이 많이 문을 닫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제재소가 밀집해있는 이곳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서부 연안에서만 최근 10년새 10여곳의 대형 제재소들이 문들 받았다"고 설명을 합니다. 세계적 경기 침체에 최대 고객인 미국 시장의 불안으로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거대한 캐나다 목재업계도 상황은 편치 않은 모양입니다.
그래도 저런 거대 임산업 기업들과 상대해야할 우리나라 목재산업계를 생각하니 제가 다 걱정스러워졌습니다.
포근하고 정다운 나무들도 언제나 살벌한 경쟁을 벌이는 제품들일 수밖에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