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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항할 힘을 빼앗아버리는 천하무적 건물 2009/03/10
    건축과 사귀기 2018.10.10 14:35

    세상에 이렇게 유명한 건물이 몇이나 될까? 한 나라의 상징이자, 건축의 상징이 된 건물이 될 확률은 그야말로 수십억분의 일일 것. 그 건물 타지마할을 언제쯤 볼 지 늘 아쉬웠다. 그런 갈망속에 직접 본 그 순간을 아마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타지마할의 입구는 붉은 사암 전통건물의 끄트머리에 있었다. 매표소도 참 타지마할스럽지 않은가.

     


     

    제법 엄격한 검문검색을 지나 경내로 들어선다. 

    인도에선 검문검색이 일상적이다. 폭탄 테러 등 뒤숭숭한 일들이 많은 탓이다. 타지마할의 검문검색은 또다른 이유가 있다. 칼이나 뾰족한 것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는데, 흉기로 쓰일까봐가 아니다. 건물 벽에 장식한 보석들을 떼어간 일들이 많아서다.

     

    입구로 들어서면 양쪽으로 병사처럼 도열한 건물이 나오고 그 가운데를 지난다. 



     

    인도의 전통 건축물들은 대부분 저 붉은 돌로 짓는다. 기단 아래 피어있는 작고 귀여운 꽃들이 붉은 돌색깔과 대비되어 더욱 앙증맞다.



     

    타지마할의 정문. 그 자체로 화려한 건축물이다. 무굴 건축물들은 붉은 사암과 하얀 대리석을 대비시키는 디자인을 선호했다. 타지마할은 그런 경향에서 벗어나 오로지 하얀 대리석만으로 지은 알비노 건축물인 셈이다. 그래서 더욱 두드러진다. 



     

    이 문앞까지 오도록 타지마할은 그 모습을 볼 수없다. 일부러 꽁꼼 숨겨놓아 첫 대면의 감동을 극대화하는 건축적 전략이다. 저 거대한 문 속으로 드디어 타지마할의 하얀 벽이 보이기 시작한다. 저 문을 지나면 이제 타지마할이다. 




    드디어 타지마할이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어두운 문 안 공간에서 아이맥스 화면처럼 시야 가득히 들어오는 희디 힌 건물의 위용은 실로 감동적이다. 정녕 저 건물을 내 눈으로 보는구나 비로소 실감한다. 상상을 뛰어넘는 건물을 대면하는 시각적 충격에 잠시 주춤했다가 조금이라도 빨리 봐야겠다 싶어 절로 발걸음이 빨라진다. 안으로 걸어들어갈수록 타지마할의 전체가 나타난다. 




    감동의 밀도가 다르다. 감동시키는 방법도 다르다. 보는 순간 생각 자체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건축이란 것의 극한을 보여주는 건물이다. 광기가 만들어낸 초월성이 보는 이를 압도해온다.

     

    주변에 비교할 건물이 없어 크기가 실감나지 않지만 하얀 본당의 크기는 실로 거대하다. 높이는 65미터다. 


    타지마할의 높이를 실감하면서 문득 피라미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가장 큰 피라미드인 쿠푸왕의 묘는 높이가 무려 137미터다. 저 타지마할 위에 또 타지마할을 하나 더 얹어놓은 높이다. 그러니 피라미드란 얼마나 황당한 구조물인가. 과연 피라미드도 처음 대면할 때 타지마할처럼 사람의 넋을 빼놓을까 몹시나 궁금해졌다.



     

    잠깐 유치한 짓도 좀 해준 뒤, 건물을 향해 걸어간다. 가까이 갈수록 건물의 매스가 묵직하게 압박해온다. 아래 기단을 올라가 하얀 경내로 진입한다.




    건물을 직접 대면하면 그냥 하얘보였던 벽면은 거대한 태피스트리처럼 온갖 무늬로 한껏 치장했다. 서양미술 용어로 말하면 피에트라 두라, 돌을 파내고 그 속에 색깔다른 돌 등의 소재를 집어넣는 상감 장식법이다.




    타지마할 본당은 양 옆에 좌청룡 우백호처럼 부속 성문 건물을 거느리고 있다. 두 건물은 쌍둥이다. 타지마할의 옆이 아니라 다른 곳에 단독으로 있었다면 대단한 대접을 받았을만큼 아름다운 건물들이다. 그러나 타지마할 옆에 있기에 존재감이 주연배우는커녕 조연에도 못미친다. 그게 타지마할의 힘이다.

     



    타지마할의 내부는 아쉽게도 사진을 찍을 수 없다. 내부 역시 영묘의 오묘한 기운이 가득했다. 그러나 역시 타지마할은 안보다는 외부의 포스로 모든 것이 끝나는 건물이다.


    내부 구경을 마치고 나와 건물의 뒤쪽으로 간다. 델리의 젖줄이기도 한 야무나 강이 흐른다. 



     

    건물 옆에서 아들 녀석과 한 컷. 이녀석 자세가 좀 그렇군.


    참, 저 신발 몰골은 이상한 신발을 신은 것이 아니라 신발 위에 덧버선 같은 천 주머니를 씌운 것이다. 건물 보호를 위해 맨발로 다니거나 저렇게 보호 천을 덧댄다.



     

    건물을 한바퀴 돌아 앞면에서 정문쪽을 바라본다. 기하학적 무늬의 정원이 인상적이다. 인도는 물이 귀해 수경 조경을 거의 하지 않는데, 타지마할과 후아윤묘에서는 수경을 꾸몄다. 그만큼 이 곳이 중요하고 특별한 곳이라는 조성자의 정성과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세 시간 가까이 둘러봤지만 도무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적어도 하루는 꼬박 봐야 할 건물을 이리 수박 겉핥듯 봐서는 안된다는 아쉬움이 가슴을 친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겠지만 그 때는 반드시 이곳 아그라에서 하루 자며 이 건물을 종일 바라만 보고 있으리라.

     



    뒷편으로 점점 작아지는 타지마할을 자꾸만 뒤돌아본다. 



     

    타지마할 정원 외벽 기둥 복도. 아득하게 소실점이 보이는 모습이 장관이다.

     

    그리고,


    타지마할스러운 화장실이 저 복도 끝에 있다.

    여성들은 절대 못볼 남자 화장실의 타지마할스러운 자태를 공개한다. 



     

    이 아름다운 건물에 얽힌 이야기는 앞서 쓴 글, ‘미친 아버지, 아버지를 응징한 아들’을 참조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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