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家의 매력

한국과 다른 중국 빙수 2008/01/15

딸기21 2018. 7. 22. 20:02

지난해 내게 개인적으로 새로 생긴 기록이 하나 있다면, 역대 ‘최단기간 해외출장’이다.


오우삼 감독의 영화 <적벽대전> 기자회견을 하러 1박2일로 베이징에 다녀왔다. 1박2일만에 해외출장을 다녀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한 경험이었다. 기자회견이 만약 점심께였다면 당일치기도 가능했을텐데, 오후에 잡혀 다음날 돌아왔다. 언젠가는 당일치기 해외출장도 생길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사를 써서 송고하고, 그리고 다음날 비행기 타기 전까지 남은 귀중한 시간(-이라고 해봤자 2시간 정도였지만)에 경험한 또다른 새로운 것이 있었다.


난생 처음 먹어보는 ‘외국 팥빙수’.


무난히 먹을 음식이 없을까 찾아 들어간 식당은 만두전문 식당으로 유명한 ‘딘타이펑’ 베이징 점이었다. 만두 뒤에 후식으로 팥빙수가 있어 시켰다.


중국 팥빙수나 우리 팥빙수나 맛이며 내용물은 큰 차이는 없었다.


그러나, 그릇에 담아오는 그 모양새는 무척이나 달랐다!


 

처음 받는 순간에는 다소 난감할 정도였다. 마치 우뚝 솟은 탑이나 봉오리라고나 할까.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옆의 잔과 비교해보면 그 ‘높이’가 장난이 아니다. 물론 그 양 역시 장난이 아닌 수준이다.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돼 어떻게 숟가락을 대서 파먹을지 잠시 주저한 뒤 먹을 수 있었다.


나중에 돌아와서 자료를 검색해보니 중국 팥빙수는 우리처럼 넙적한 그릇에 알맞은 높이로 나오는 것도 있지만 저렇게 높이 탑을 쌓듯 내오는 경우도 상당했다. 그런데 이 식당 팥빙수가 특히 유난스럽게 치솟은 모양이긴 했다.


팥빙수라고 하면 왠지 상당히 토속적인 느낌이 들어 외국에도 팥빙수가 있을 거란 생각이 잘 안드는데, 중국사람들도 무척 즐기는 음식이었다.


백과사전 왈, “팥빙수의 유래는 기원전 3000년(!)경 중국에서 눈이나 얼음에 꿀과 과일즙을 섞어 먹은 것에 기인한다”고 한다. 중국의 특성상 모든 것이 중국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해대기 때문에 아주 정확한 역사적 사실일 것이란 확신은 들지 않지만 ‘팥빙수도 중국이 원조라니’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또한 지금 우리가 즐겨 먹는 단팥을 얹는 팥빙수는 일제 시대 때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앙꼬’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음식이 건너온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그럼 우리나라에선 팥빙수가 전혀 없었던 것일까?


백과사전에 따르면 우리도 즐겼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서빙고(西氷庫)의 얼음을 관원들에게 나누어 주자, 얼음을 받은 관원들은 이것을 잘게 부수어 화채 등을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이 전한다”고 적혀 있었다.


결국 얼음보숭이의 맛은 세계 누구나 자연발생적으로 즐겼던 것이 아닐까. 알프스에서 퍼온 눈에 음식을 얹어 먹은 것이 아이스크림의 시조가 되었듯 말이다.


참, 저 높디 높은 팥빙수는 먹어보니 예상보다 잘 허물어지지 않고 버텨주어 먹기가 아주 힘들지는 않았다.


맛은? 우리나라 팥빙수보다 재료가 적어 단순한 대신 담백했고 덜달았다. 아주 맛있지는 않아도 충분히 먹을만 했다.


중국 가시는 분들, 한번 드셔보시길.


# 뱀다리-딘타이펑, 난시앙, 취천루


딘타이펑은 한자로는 鼎泰豊. 대만을 대표하는 만두 식당으로 세계에 여러 지점이 있다. 


대만 시장통 길거리 노점에서 만두를 팔다 세계적 식당 체인이 된 것으로 유명한 업체다. 만두 중에서 샤오롱바오(소룡포)가 주특기인데, 주름이 18개 접히는 것을 특징으로 내세운다.


딘타이펑을 특히 좋아하는 나라는 일본. 점포 수를 보면 고향인 대만에 3곳, 중국에 9곳인데 일본에만 12개 점포가 들어서 있다.


서울에도 명동과 강남역 두 곳에 점포가 있고, 강북권에서는 파이낸스빌딩 지하 난시앙과 대표적인 만두 식당 자리를 겨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딘타이펑이 대만 만두 대표라면, 난시앙은 상해 출신 만두 대표랄까. 대나무 빨대로 만두속 국물을 마시는 만두가 대표 메뉴로 유명하다. 역시 샤오롱바오가 주종목.


딘타이펑의 샤오롱바오 사진이다.



샤오롱바오가 아니라 차오즈(교자)라면 명동 취천루 만두를 좋아하는 분들도 많으시리라.


개인적으로 평가를 하자면, 두 곳 다 가격 대비 아주 놀라운 맛은 아니라고 보며, 난시앙에 더 점수를 주고 싶다.


취천루는 예전에는 몰랐는데 담백한 음식이 많아진 요즘에는 좀 느끼하게 느껴지곤 한다. 그래도 요즘 같은 겨울에는 명동을 지날 때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이 가게의 돼지고기 교자를 떠올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