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 우뚝 솟은 SK 서린빌딩입니다.
SK그룹의 에너지 계열사들이 입주해있는 이 빌딩은 강북에서 몇째 가는 높은 건물입니다. 위쪽 전망이 가히 일품이어서, 청와대와 북악산 일대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입니다.
그런데, 이 빌딩은 가보면 귀퉁이에 이상한 무늬가 있습니다.
바로 이 모양입니다.
얼핏 보면 물결같기도 한 저 모양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자세히 보면 저 무늬는 한 귀퉁이만이 아니라 네 귀퉁이에 모두 그려져 있습니다.
SK 서린빌딩은 1999년 완공되었습니다. 저는 완공 직후인 2000년대 초반에 에스케이그룹을 담당해 자주 이 빌딩을 드나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저 무늬가 있는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SK그룹 관계자 한분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구기자, 저 모양이 무엇같습니까?”
”글쎄요? 무슨 장식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네요.”
그러자 관계자는 빌딩 정문쪽으로 함께 가보자고 권했습니다.
서린빌딩은 청계천과 종로 사이에 있습니다. 이 주변 건물들은 종로쪽이 훨씬 번화하고 사람 통행도 많아 정문을 당연히 종로쪽으로 냅니다. 그런데 SK빌딩은 다른 빌딩과 반대로 청계천 쪽으로 정문이 나 있습니다. 그 정문에서 관계자는 제게 또다른 ‘이상한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바로 이 검정돌입니다.
정확하게 정문 입구에 튀어나와 있는 이 돌에는 하얀 점이 8개 찍혀 있습니다.
가까이 가서 본 모습입니다.
“그럼 이건 뭐 같습니까?”
”무슨 부적 같은 것인가요?
“하하, 비슷합니다. 이게 무어냐면 말이죠, 바로 ‘거북이 머리’에요.”
”거북이요?(왠 거북이?)”
“사실 저희 SK빌딩은 큰 거북이에요. 아까 본 네 귀퉁이에 달린 모양은 바로 이 거북이의 발입니다..”
그리고 머리 반대쪽 종로입구쪽에는 꼬리 모양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듣고 보니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참 재미있네요. 그런데 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에 도대체 왜 거북이가???”
설명을 들어보니 이랬습니다.
이 서린동 빌딩 부지는 풍수로 보면 불기운이 강한 곳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불기운을 누르기 위해서 ‘물기운’으로 비보를 해야 했고, ‘물’을 상징하는 거북이를 집어넣었다는 것입니다. 사옥 정문을 번화한 종로통이 아니라 청계천 쪽으로 낸 것도 물기운을 확실하게 받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최첨단 빌딩에 전통 풍수가 숨겨져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새로 사옥을 지으면서 ’거북이 등으로 빌딩을 받쳐야 사업이 번창할 것‘이란 믿음을 담아 풍수적 장치를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이 빌딩을 볼 때마다 거북이를 떠올리곤 했습니다. 지난 9월인가요, <조선일보> 섹션에서 대기업 빌딩에 얽힌 풍수 이야기를 다룬 기사를 보았습니다. 이 거북이 이야기와 함께 다른 재벌 빌딩들에 얽힌 풍수들도 소개해 재미있었습니다.
오늘 종로통을 지나다가 문득 이 이야기가 떠올라 ’빌딩 거북이’를 찍어왔습니다. 한번 보시라고 소개했습니다.
참, 그러면 저 거북이 머리에 8개 점은 뭘까요?
소림사 스님들 머리에 찍는 점같기도 하고... 궁금해서 기업문화실에 전화해 그 의미를 물었습니다. 하지만 에스케이쪽에서도 당시 정확한 상황을 아시는 분이 안계셔서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다고 하시더군요. 무슨 뜻이 담겨 있을텐데 말입니다.
아시는 분이 좀 가르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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