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家의 매력

이 배우의 놀라운 생명력에 경배를 2007/11/21

딸기21 2018. 7. 2. 16:10


저 부풀린 머리, 저 푸짐한 몸매. 누가 봐도 60년대 미국 아줌맙니다. 올 연말 영화와 뮤지컬로 동시에 찾아오는 <헤어 스프레이>의 영화속 주인공 엄마 모습입니다.
그런데, 어딘가 좀 이상해보인다구요? 그리고 왠지 본 듯하다구요?

맞습니다. 자주 봤던 배우입니다. 바로 존 트라볼타입니다. 이 영화에서 그는 아빠가 아니라 엄마로 나옵니다.



12월6일 개봉하는 영화 <헤어 스프레이>는 20년전인 1988년 나왔던 영화를 다시 만든 것입니다. 영화가 히트하면서 2002년에는 뮤지컬로도 만들어졌습니다. 이 뮤지컬도 영화에 앞서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16일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올 연말은 가히 <헤어 스프레이> 판입니다.


아직 영화를 못봤지만 저 사진을 보며 잠시 존 트라볼타란 배우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황당한 변신도 놀라웠고, 변신의 주인공이 존 트라볼타란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존 트라볼타란 배우는 정말 대단한 배우, 놀라운 배우라고 답하겠습니다. 그는 다른 배우들과는 비교가 안되는 차원에 올라선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그가 놀라운 생명력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배우 인생에서 여러 번 위기를 맞았지만 트라볼타는 그 때마다 멋지게 재기했습니다. 이번에 <헤어 스프레이>에서 다시 한번 사람을 놀라게 만드는 변신을 해내는 것을 보면서 트라볼타의 능력과 열정, 그리고 생명력에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70년대 미국을 대표하는 청춘영화이자 존 트라볼타의 출세작인 <토요일 밤의 열기>


올해 쉰네살인 존 트라볼타가 스타가 된 것은 1977년작 <토요일 밤의 열기>였습니다.

그러면 한번 따져봅시다. 그와 함께 1970년대 후반을 주름잡았던 배우들 가운데 지금도 영화판에서 만날 수 있는, 그것도 주조연급인 배우가 몇명이나 될까요? 실베스터 스탤론 정도가 떠오를뿐, 70년대의 생존자는 트라볼타말고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는 부침 심한 영화판에서 30년 세월을 버티며 장수 스타로 생명력을 이어왔습니다. 그처럼 욕을 많이, 그리고 오래 먹고 있는 배우도 없습니다. 오랫 동안 욕먹는 것은 그가 오랫 동안 주목받는 자리를 지켜왔다는 말입니다. 혹평과 저평가 속에서 꿋꿋히 살아남은 탁월한 배우가 바로 트라볼타입니다.
 

트라볼타의 출연작 중에는 예상 이상으로 영화사의 주요작들이 많습니다. <토요일 밤의 열기>만 해도 그렇습니다. 평론가들은 미국 영화사에서 젊은 청춘들의 고뇌와 갈등, 문화를 반영한 시대별 대표영화로 50년대는 <이유 없는 반항>, 60년대는 <이지 라이더>, 70년대는 <토요일 밤의 열기>를 꼽습니다.

 

사실 앞서 유명 영화 <캐리>에도 출연했지만 영 존재감이 없었던 존 트라볼타는 <토요일 밤의 열기>로 순식간에 70년대 청춘스타로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다시 <그리스>로 연타석 만루홈런을 칩니다. 이 영화에서 트라볼타는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모두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면서 뮤지컬 스타의 대명사가 됩니다.


영화 <그리스>의 두 주연 존 트라볼타와 올리비아 뉴튼 존.

그러나 단숨에 수퍼스타가 된 것만큼 위기도 빨리 찾아왔습니다. 뮤지컬 스타 이미지가 강한 그를 할리우드가 아직 ‘연기자’로 여기지 않았던 탓이었을 겁니다. 이후 이후 출연작이 시원찮았던 트라볼타는 1983년 자신의 출세작 <토요일 밤의 열기>의 속편격인 <스테잉 얼라이브>로 재기를 노립니다.

이 영화를 혹시 기억하시는지요? 일단 영화에 참여한 인물들만 보면 초호화판입니다. 전작 <토요일 밤의 열기>의 후광을 기본으로 깔았고, 존 트라볼타가 장기인 무용수로 나오며, <록키>로 최고의 연출력을 보여준 실베스터 스탤론이 연출했습니다. 음악은 <토요일>과 <그리스>로 최고의 작곡가로 인정받은 비지스가 맡았습니다.

여기에 유명하진 않지만 괜히 힘을 보탠 사람이 더 있었습니다. 이 영화로 가수 데뷔한 프랭크 스탤론입니다. 성에서 눈치채셨겠지만 실베스터 스탤론의 동생입니다.
 
공식대로라면 록키의 박진감에 토요일 밤의 열기의 신나는 춤, 비지스의 감미로운 음악이 어우러질테니 최강의 조합입니다. 그러나 스탤론 동생 대목에서 좀 걸리셨겠듯 프로들의 프로젝트에 아마추어인 집안 식구들 집어넣는 사업치고 잘 되는 것 보셨습니까? <스테잉 얼라이브>는 별다른 성과를 못냈습니다. 이후 트라볼타는 계속 영화에 출연했지만 주목은 받지 못하고 기억속에서 사라져갑니다. 
 
그렇게 10년 슬럼프를 보낸 트라볼타는 1989년 화려하게 돌아옵니다. 아기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이야기, 따듯한 멜로 코미디 <마이키 이야기>로 꿈에 그리던 재기에 성공합니다. 아기 목소리를 브루스 윌리스가 맡아 히트친 이 영화에서 트라볼타는 가슴 따듯한 남자로 나와 흘러간 스타였던 그를 과감하게 주연으로 캐스팅한 영화사에 보답합니다.


새로운 유형의 코미디로 히트친 <마이키 이야기> 덕분에 존 트라볼타는 10년 공백을 딛고 주연급으로 다시 일어선다.

<마이키 이야기>는 깔끔하고 독특한 가족코미디 영화로 손꼽히는 수작입니다. 무려 3편까지 나왔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영화에서 3편까지 가는 영화는 별로 없습니다. 존 트라볼타가 출연한 그 많은 영화들 가운데에서도 유일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 <마이키 이야기>는 3편까지 가지 말았어야할 대표적인 영화가 되고 맙니다. 전형적인 우려먹기 졸속 속편이 되는 바람에 트라볼타의 주가는 다시 곤두박질 칩니다. 두번째 슬럼프가 그를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트라볼타는 결코 쓰러지지 않습니다. 1994년 트라볼타는 이 해 최고의 영화 <펄프 픽션>에서 주연을 맡으며 벌떡 일어섭니다. 트라볼타 특징이자 약점인 `느끼함'이 이 영화에선 캐릭터로 승화됩니다. 트라볼타는 이제 예전 춤꾼 재주꾼 배우에서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납니다. 


<펄프 픽션>은 이야기 구조와 재미에 관해서는 평론쪽의 극찬만큼이나 “뭔 소린지 모르겠다”는 혹평이 엇갈렸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동의하는 점은 "배우들의 연기만큼은 좋았다"는 것입니다. 사뮤엘 L 잭슨 우마 서먼, 브루스 윌리스 등이 절정의 연기력을 보여주었는데도 트라볼타는 연기력에서 밀리지 않으며 이 영화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이 영화로 그는 LA비평가협회 남우주연상, 그리고 런던비평가협회 남우주연상을 받습니다. 이제 디스코 시대의 춤꾼 트라볼타는 사라지고 배우 트라볼타만이 남았습니다. 이듬해엔 <겟 쇼티>로 트라볼타는 드디어 메이저급 상인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습니다. 70년대 못잖은 전성기가 열립니다.


<펄프 픽션>의 화려한 출연진. 트라볼타의 저 느끼한 모습을 보라.


트라볼타는 이후 안정세에 접어듭니다. 96년 <페노미논>, 97년 <페이스 오프>로 흥행에 성공했고, 98년 사회성 이슈를 다룬 법정 드라마 <시빌 액션>도 평이 좋았고, 정치의 이면을 그린 <프라이머리 컬러스>도 괜찮게 나온 영화로 평가받았습니다.

오우삼의 히트작 <페이스 오프>. 트라볼타와 니콜라스 케이지의 연기대결이 볼만하다.

그러나 물론 이전에도 그랬듯 트라볼타의 약점은 건방져 보이고 느끼해 보이는 외모와 연기입니다. 이런 문제점이 다시 도지기 시작한 것이 <장군의 딸>(1999년)입니다. “트라볼타의 건방져 보이는 미소가 영화를 망쳤다”는 평까지 나왔습니다. 저는 재미있었는데 평론가들은 모두 낙제점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주연급 중견 배우로 안정기를 구가하면서 출연료 1000만달러 클럽에 들어간 트라볼타에게 다시 한번 위기가 온 것은 2000년이었습니다. 트라볼타의 인생에서 `재앙'이 된 영화, 2000년 최고로 말이 많았던 영화 <배틀 필드>가 위기의 주범입니다.


<배틀 필드>에서 외계인 사령관으로 나온 존 트라볼타. 영화 사상 가장 욕많이 먹은 영화 가운데 하나다.

<배틀 필드>는 외계인이 지배하는 지구를 되찾으려는 인류 이야기를 그린 SF영화입니다. 유명 SF소설가 론 허바드의 소설이 원작인데, 이 양반은 소설가인 동시에 종교 교주이기도 합니다. ‘사이언톨로지’란 것의 창시자인데, 트라볼타도 이 사이언톨로지 신도였습니다. 그래서 트라볼타는 출연료도 안받고 출연했고, 제작까지 참여했던 것입니다.

아시죠? 에스에프 영화 돈 많이 드는 거. 이 영화도 한 800억원쯤 쏟아부었습니다.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미국의 영화 평론가나 저널리스트는 정말 저렇게까지 씹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잔인하게 영화들을 비꼬고 혹평하는데, 2000년은 <배틀 필드>가 욕을 전담해서 먹었습니다. 당시 평을 보면 “내년에 어떤 영화가 최악의 영화로 뽑힐지 생각할 시간을 절약하게 됐다”, “원숭이 백만마리에게 크레용을 주면 백만년쯤 후에 <배틀 필드>같은 바보스러운 것을 만들지 모른다” 등이 있었습니다. 영화잡지 <프리미어>는 이 영화를 “헐리우드가 제 정신이 아니라는 증거 1위”라고 말했답니다.  


<배틀 필드>는 예상대로 최악의 영화에게 주는 상인 ‘골든 라즈베리상’을 휩쓸었습니다. 최악의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까지. 그리고 최악의 커플상에선 `존 트라볼타와 다른 모든 출연자'가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배틀 필드>가 절대 받을 수 없는 ‘최악의 속편상’과 최악의 여우주연상을 뺀 모든 부문을 휩쓸었습니다. (반면 이 영화를 저주받은 걸작으로 평하는 팬들도 있음을 분명히 밝혀둡니다.)


<배틀필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을 트라볼타는 2001년 <스워드 피시>에 출연합니다. 그런대로 볼만한 영화인데 평론가들에겐 역시 무지하게 씹혔습니다. 한 기자는 “트라볼타는 자신의 커리어가 본질을 잃어버렸던 시절인 <펄프 픽션> 이전으로 돌아간 듯하다”며, “<스워드피쉬>의 상영시간인 99분은 이 영화가 얼마나 멍청한지를 깨닫게 하는데는 충분한 시간”이라고 평했습니다.

트라볼타는 이후 내리막길로 접어듭니다. 주연급에서는 확실히 밀려난 듯합니다. <스워드 피시> 이후 벌써 6년, 그 사이 ‘트라볼타의 영화’로 기억되는 영화는 나오지 못했습니다. 트라볼타의 장기인 악역도 눈길을 끌지 못했습니다. 그에게 3차 슬럼프가 닥친 겁니다.


그러다가 올해, 그는 주연은 아니지만 아줌마로 변하는 파격 시도를 감행하며 돌아왔습니다. 주연, 그리고 주연 못지 않은 악역 조연으로 늘 위기에서 재기해온 그가 이번에는 코믹 조연으로 다시 한번 영화 인생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입니다.  


그의 새로운 도전은 성공을 거둔 듯 합니다. 트라볼타의 변신에 힘입어 <헤어 스프레이>는 미국에서 예상 이상의 흥행 성적을 거뒀습니다. <스파이더맨3> <슈렉3> <캐리비안의 해적3> <트랜스포머> <다이하드4> 등 그 어느 때보다도 블록버스터들이 날뛰었던 여름 시즌에 13주 동안이나 흥행 10위 안에 버티면서 북미에서만 1억2000만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오션스13>, <고스트라이더>보다 나은 성적입니다. 한국을 비롯한 외국 개봉이 남아 있어 수익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저는 그동안 존 트라볼타를 좋아하지 않아왔습니다. 아니, 싫어했습니다. 그 이유는 그의 외모가 너무 느끼해서 맘에 안들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처음 본 그의 영화는 <그리스>였습니다. 내용도 너무나 미국적이었고 트라볼타도 느끼하기 짝이 없는 뺀질한 춤꾼 정도로 보였습니다. 그 다음에 <토요일 밤의 열기>를 봤는데, 트라볼타는 오히려 더 느끼했습니다! 청춘스타라는데 도대체 귀엽고 상큼한 맛이라곤 없는 삼촌뻘 아저씨 필이 나는 배우라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90년대 이후 그의 영화를 보면서도 전 그 70년대의 잔상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그가 그런 잔상을 딛고 어떻게 흥행 배우로 살아남았는지는 몰랐던 겁니다.


그런데 어느날 가만 꼽아보니 제가 본 그의 영화가 예상외로 많았습니다. 세어 보니 거의 20편 정도였습니다. 늘 싫어했는데 저는 왜 그렇게 그의 영화를 많이 본걸까요. 실은 제가 그를 좋아했던 것일까요? 

아니었습니다. 그가 그만큼 많은 영화에 꾸준히 출연했고, 꾸준히 영화를 히트시켜왔기 때문이었습니다. 그의 숨은 힘을 저는 간과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이가 들고 영화에서 얻는 느낌이 20대 때와 달라진 지금 저는 트라볼타를 새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배틀필드>같은 위기를 딛고 다시 <헤어 스프레이> 같은 파격 변신으로 살아나는 트라볼타가 이젠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봐도봐도 웃기는 트라볼타의 아줌마 변신 한 장 더 보시죠.

 

 

아줌마로 변신해 다시 일어서는 것을 보며 그를 진정으로 재평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꽃미남도, 액션이 화려한 무술스타도, 웃기는 코미디언도 아니면서 배우로서 충실하게 연기를 보여주며 살아남은 그에게 왠지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가 저렇게 웃기는 변신이 가능한 것은 그만큼 그가 연기를 잘하고 또 자신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 노력 뒤에 쏟아부은 노력과 열정이 그이 연기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존 트라볼타가 꾸준하고 탄탄한 연기로 숀 코네리처럼 늙어서도 계속 연기하는 배우로 살아남기를 기대해봅니다.

그는 분명 대단한 배우입니다.   


# 뱀다리 1-<헤어 스프레이>, 미국 대중문화의 또다른 아이콘  


영화와 뮤지컬로 장수 레퍼토리가 된 <헤어 스프레이>는 인종차별이 남아 있던 1960년대 미국 볼티모어를 배경으로 뚱뚱하고 못생긴 10대 소녀 트레이시가 흑인 친구들과 진정한 우정을 쌓으면서 춤을 배워 ‘댄싱퀸’의 꿈을 이루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려냅니다. 이 유쾌한 이야기의 원조는 1988년 존 워터스 감독의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부터 <헤어 스프레이>에서 가장 화제의 배역은 영화든 뮤지컬이든 트레이시의 엄마 에드나 역할이 되었습니다. 극중 엄마역을 맡은 남성 게이 배우 디바인이 워낙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 남자 배우가 뚱뚱하고 남성 호르몬이 많아 목소리가 걸걸한 이상한 엄마로 나오는 것이 이 배역의 전통이 되었고, 누가 과연 그 배역을 맡는지가 관심거리가 되었습니다.


이후 2002년 뮤지컬 <헤어 스프레이>에서도 엄마 에드나 역은 뚱뚱한 남자 배우가 맡아 이 전통을 세웁니다. 이 뮤지컬에서 에드나는 역시 대단히 큼직한 몸매인 남자 배우 하비 파이어스틴이 맡았습니다.


엄마역을 탁월하게 소화한 남자 배우 하비 파이어스틴

하비 파이어스틴은 영화속 에드나를 맡은 디바인처럼 뚱뚱하고, 또한 그처럼 게이인 배우입니다. 이 배역으로 하비 파이어스틴은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줬고 뮤지컬 <헤어 스프레이>는 2003년 토니상을 석권합니다. 2003년 시상식에서 하비 파이어스틴은 남우주연상을 주어야 할지 여우주연상을 주어야 할지 심사위원들을 헷갈리게 했습니다.


국내 뮤지컬에선 누가 엄마 역을 맡았을까요? 뚱뚱함과 코믹함 두가지를 모두 갖고 있는 정준하씨가 맡았습니다.


#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영화, 그 감독과 배우  


에드나란 캐릭터를 만들어낸 배우 디바인은, 정확히 말하면 ‘디바인이라고 알려진’ 해리스 글렌 밀스테드입니다. 자, 이분입니다.


 

그러나 이 사진은 이분의 진면목이 아닙니다. 이분의 진정한 이미지는 이렇습니다.


 

느끼셨겠죠? 이분, 비정상을 대표하는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컬트적 인기를 모았던 분입니다. 세상을 떠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분을 흠모하는 분들은 이런 작업도 하셨더군요. 이분을 기리는 그림입니다.

 

 

1988년 영화 <헤어 스프레이>는 아주 유명한 에피소드를 하나 남겼습니다. 영화를 연출한 존 워터스 감독이 경찰서로 여러차례 불려갔던 에피소드입니다.

이 영화가 히트치면서 미국 영화팬들은 존 워터스 감독이 따듯한 가족용 코미디를 만드는 감독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존 워터스 감독이 연출한 다른 영화도 <헤어 스프레이>와 비슷할 것으로 생각하고 자녀들과 함께 집에서 볼 영화로 전작들을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다 보았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의 다른 영화들은 평범한 중산층 어른들에겐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뚱뚱한 디바인이 괴상망칙한 옷을 입고 나와 동성애자로서의 면모를 확실하게 보이는데다가 영화 내용은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바로 이런 장면들이었죠.


 

영화 내내 이런 장면만 나오니 부모들은 놀라 자빠졌고, 존 워터스 감독을 불결하고 파렴치한 영화를 만든 저질 감독이라며 경찰서에 신고를 해댔습니다. 그래서 그는 경찰서에 여러차례 출두해야 했다고 합니다.


존 워터스 감독은 영화사에서 ‘지저분함의 시네아스트’라 불릴만한 감독입니다. 그의 미학은 더러움, 그리고 기괴함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그의 대표작은 역시 디바인이 나오는 <핑크 플라밍고스>(1972년)란 영화인데, 줄거리를 소개합니다. 미리 말씀드립니다만 읽어보시면 좀 `깹니다'.


 

<핑크 플라밍고스>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디바인이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사람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경쟁자가 나타나 누가 더 더러운지 도전합니다. 똥을 우편물로 디바인에게 부치고, 디바인네 집을 태워버립니다. 화가 난 디바인은 누가 진짜 지저분한지 보여주겠다며 화끈하게 복수합니다. 경쟁자를 붙잡은 디바인은 기자들을 잔뜩 모아놓고 기자회견을 열고는 경쟁자를 총으로 쏴 죽여버립니다. 그리고 개똥을 먹으며 자기가 가장 더러운 사람임을 입증합니다.

(드러워서 죄송합니다... )

 

언론의 평은 당연히 영화사상 가장 더러운 영화라고 불쾌해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영화들은 늘 컬트적 인기를 모으기 마련입니다. 존 워터스와 디바인 콤비는 아티스트 콤비로 더욱 유명해집니다. 마니아들 사이에선 이번 리메이크 영화에서 존 트라볼타가 감히 디바인이 만들어 놓은 명 캐릭터를 맡아 원작의 명성과 컬트적 요소를 망쳤다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참, 이 존 워터스 감독은 고향이 볼티모어입니다. 그래서 <헤어 스프레이>도 배경이 볼티모어입니다. 영화는 더럽지만 볼티모어시는 1985년 2월7일을 존 워터스의 날로 정했을만큼 자기 고장 출신 명사를 사랑했습니다.


# 영화 <그리스> 이야기  


<그리스>가 개봉한 것은 1978년입니다. 이 해는 아주 중요한 뮤지컬 영화 두 편이 개봉했습니다. 한 편은 당연히 <그리스>이고, 또 한 편은 <올 댓 재즈>입니다. 평론가들은 <올댓 재즈>를 호평했습니다만 대중성면에선 말할 필요도 없이 <그리스>가 압승을 거뒀습니다.

 

그러면 왜 대중들은 더 <그리스>를 사랑했을까요? 유명 스타가 나와서? 노래가 좋아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리스>가 훨씬 간단명료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명료함, 곧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운 컨셉이 대중성을 얻는 요체라는 것이 바로 요즘 말하는 `하이 컨셉 영화론’입니다. 미국의 영화학자인 저스틴 와이어트 교수가 쓴 영화 산업 분석서인 <하이 컨셉트>에서는 이 두 영화 <그리스>와 <올 댓 재즈>를 비교하면서 영화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설명합니다. 간단하고 명료한 영화, 곧 컨셉이 분명한 ‘하이 컨셉 영화’가 영화산업의 주류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지은이 저스틴 와이어트 교수는 이렇게 분석합니다. 간단하게 남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영화가 영화를 지배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그리스>를 보면 하나의 글귀나 한줄짜리 컨셉으로 요약 가능합니다. “존 트라볼타와 올리비아 뉴튼 존이 인기 뮤지컬을 영화화한 그리스에서 50년대 건달과 순진한 소녀 역으로 등장한다.” 반면 모호하고 다중적인 것이 영화의 핵심이자 매력인 <올 댓 재즈>는? 불가능합니다. <올 댓 재즈>보다는 <그리스>같은 영화가 지배하는 영화시장이 바로 `하이 컨셉트 영화 시대'입니다.


그러면서 그 예로 드는 말이 스티븐 스필버그가 한 말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스물다섯개 혹은 그 이하의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 아이디어는 아주 괜찮은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다. 나는 그런 아이디어를 좋아한다. 특히 손에 쥘 수 있듯 아주 간결한 그런 아이디어를 사랑한다.”


70년대 이후 성공한 영화들을 생각해보면 이 말이 똑 떨어지죠?

 

# 최악의 속편 <그리스2>

 

<그리스>의 속편이 나왔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를 정도입니다. 그만큼 영화가 참패했다는 이야깁니다. <그리스2>(1982)에서 주연한 배우는 정말 속상했겠죠. 올리비아 뉴튼 존에 이어 그리스2의 히로인을 맡았으나 영화가 망해버린 재수 없었던 배우가 미셸 파이퍼입니다.



<그리스2>로 모처럼 주연이 된 미셸 파이퍼는 영화 참패로 다시 조연으로 고생합니다. 그러다가 알 파치노가 화끈한 연기를 보여준 <스카페이스>에서 개성적인 연기로 영화팬들에게 자신을 기억시키는 데 성공했고, 마침내 <레이디 호크>에서 미셸 파이퍼는 다시 주연으로 올라서 자기 매력을 제대로 발휘하며 스타가 됩니다.  


<그리스2>의 미셸 파이퍼도 원작 <그리스>의 존 트라볼타와 함께 <헤어 스프레이>에 나옵니다. 극중 못생긴 여주인공의 라이벌 여자애의 엄마로 나와 주인공 엄마 존 트라볼타와 경쟁합니다. 영화가 희한하다보니 별 희한한 대결구도까지 나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