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탐험하기

남의 나라 구경은 역시 시장이 재미 2009/02/14

딸기21 2018. 10. 5. 15:26

그 나라를 보려면 시장을 가라고들 한다. 한 나라의 서민 문화와 생활모습을 가장 진솔하게 보여주는 곳이 시장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뭐 그런 의미 따지기 전에 시장은 그냥 돌아만 다녀도 재미가 있는 곳이다. 

 

개구리를 팔던 중국 이마트, 닭똥집이 반가웠던 러시아 시장


외국에서 시장을 둘러보는 가장 큰 재미는 뭘까? 

외국이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 차이를 발견하는 재미, 그리고 우리와 같은 점을 깨닫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다르면서 같다. 시장은 이를 축소해서 보여준다. 

 

인도의 시장에 구경갔다 와서 몇 나라 시장에 가봤는지 한번 꼽아봤다. 일본, 중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오스트리아, 베트남, 타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다. 

몇나라 안되지만 외국 시장을 보고 느낀 것은,

우리와 먼 나라들-유럽 우즈베키스탄 등-일수록 우리와 같은 점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우리와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에선 우리와 다른 점부터 보이더라는 점이다.

 

중국 상하이에 이-마트가 들어섰다고 해서 2004년 상하이에 갔을 때 다녀온 적이 있었다. 한국 이마트와는 인테리어도 다르고 물건도 달랐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수산물 코너였다. 우리나라 이마트에서였다면 미꾸라지와 광어가 있을 곳에 아주 큼지막한 거북이와 개구리들이 수북하게 있었다. 땅이 바뀌고 기후가 바뀌면 음식이 바뀌는 것이 이치인데 왜 그리 생소한지.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시장에서 파는 미꾸라지를 보면 정말 신기하고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때 살았던 러시아의 시장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러시아는 우리와 음식은 전혀 다른데, 시장에선 그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심지어 마늘장아찌도 아주 많이 팔고 닭똥집도 판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1991년의 러시아 시장은 정말 박람회장처럼 넓고, 또 풍성했다. 극성스럽게 호객하는 상인은 전혀 없고 다들 포근하고 유쾌한 사람들이었다.

 

우리나라 시장과 정말 차이를 못느꼈던 나라는 뜻밖에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드의 중앙시장이었다. 고려인 아주머니들이 김밥이며 개고기까지 팔고 있었다. 당시만해도 러시아가 구소련이어서 우리나라와 수교한 직후였는데, 그 먼 곳에서 까레이스키 분들을 보고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했었다. 딸기를 잔뜩 사서 들고 다니며 먹고, 보신탕으로 포식했던 즐거운 추억을 얻을 수있었다.

 

옛날 식 닭집이 그대로인 인도시장

 

최근 다녀온 인도 여행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제대로 인도 시장을 돌아보지 못한 것이다. 델리의 큰 시장과 지방 도시의 아담한 시장들을 차로 지나치기만 했던 탓이다. 

유일하게 다녀온 시장은 한국 교민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INA 마켓, 우리말로 하면 ‘국제시장’이다. 인도의 전통을 보여주는 시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떤 모습인지 잠깐 소개한다. 




INA 시장은 외국인들이 다니고 이름이 국제라고 해도 인도 거리의 남루한 모습을 완전히 떨쳐버리지는 못하는 작고 아담한 귀여운 시장이다. 

앞에 차를 2줄로 댈 정도의 주차공간이 있고, 허름한 건물 안으로 시장이 시작된다. 허름한 건물을 보니 회사 부근 공덕시장이 떠올랐다.

 


 

들어가자마자 손님을 유혹하는 부침개집. 공덕시장 입구에 튀김집이 있는 것과 비슷한 점포 위치 경향이다. 사모사와 감자가 먹음직스러우나 시장안에서 먹기가 번거로울 듯해 안타깝지만 패스.

 



얼핏 보면 우리 재래시장과 큰 차이가 없다. 어디나 시장의 느낌은 비슷한 법.

 



야채가게와 과자 등 가공식품 가게. 야채도 비슷. 우리나라 채소보다 오히려 좀 잘고 시들한 것들이 많다. 

과자 가게에서는 야쿠르트 매대가 눈길을 확 끈다. 최근 일본 야쿠르트가 들어와 많은 인기를 끈다고 한다. 물론 한국인들에게. 진하고 맛있는 유산균 음료 라씨를 먹는 인도인들에겐 저런 가공 야쿠르트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했다.




인도에서 만나는 한글이 반갑다. 한국 손님들을 위해 들여놓은 쌀이다. 옆에 영어로 찰기가 있는 쌀이라고 써놨지만 실은 알락미다.

 

인도는 쌀의 나라다. 쌀의 종류는 크게 두가지. 인디카와 자포니카다. 우리가 먹는 끈적하고 찰기있는 쌀은 자포니카, 그러니까 일본쌀이란 공식 이름이 붙었다. 반면 동남아와 서남아에서 먹는 알락미, 바람만 불어도 휙휙 날리는 쌀은 인디카, 인도쌀이다. 쌀이라고 하면 인도인 이유다. 전세계적으로 우리가 먹는 쌀은 쌀을 주식으로 삼는 사람들의 30%뿐, 나머지 절대 다수인 70% 수십억명이 이 알락미를 먹는다. 

 

시장 안으로 좀 더 들어가니, 한동안 잊었던 냄새가 코를 강하게 파고든다.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그런 향기는 아니었다. 대형 할인점으로 시장이 바뀌면서 이젠 사라진 이른바 ‘닭집’의 냄새. 인도는 닭들은 색깔이 누리끼리한 것이 레그혼들이 아닌 모양이다. 닭을 집어 넣으면 퉁탕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이어 털썩, 하고 발가벗은 닭이 나오던 털뽑는 기계는 없었다.




어느 나라에서나 눈길이 가게 되는 생선가게. 생선의 진열방식이 달라 좀 낯설다. 




인도의 정육점.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모두 안팔다보니 닭고기와 염소고기가 주종이다. 

그렇다. 아랫 사진에 저 총각이 힘겹게 짊어지고 나르는 저것이 바로 껍질을 벗겨낸 양들이다. 좀 수레에 담아서 나르든지 하지 원. 직접 보면 무지하게 그로테스크하다.




역시 사진으로만 봐선 우리나라 시장 옷감가게 같은 인도 옷감집.

그리고, 인도의 화려한 색깔 취향을 잘 보여주는 옷가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