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家의 매력

쇠고기회, 닭육회-회로 먹는 고기맛은? 2008/01/11

딸기21 2018. 7. 22. 19:59

일본에서 초밥을 먹은 사람들이 말하는 에피소드 가운데 하나가 “붉은 살이 얹은 초밥이어서 참치 초밥인줄 알고 먹었더니 말고기 초밥이더라”는 것이다.


말고기 초밥이라고? 말고기 초밥은 아주 드문 음식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제주도 등지에서 맛 볼 수 있다. 말고기는 육질이 부드러워 원래부터 회로 많이 먹는다. 그러니 말고기초밥은 재료 특성상 당연히 나올만한 음식이랄 수 있다.


일본의 말고기 초밥.


‘회자’란 말이 있듯 음식은 날로 먹거나 익혀먹는 방법이 가장 전통적이고 가장 일반적이다. 이 회자는 고기를 먹는 법에서 나온 말이다. 말고기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가장 사람들이 선호하는 쇠고기도 마찬가지로 날로 먹기도 한다.


경기도 한 식당의 쇠고기회. 다른 곳보다 좀 얇게 썬 편이다. ‘마블링’ 좋아하는 이들의 눈길을 끌 법하다


음식에도 유행이 있다. 한때 전국을 휩쓸었던 조개구이 열풍을 떠올려보라. 찜닭과 불닭은 또 어떤가. 사실 사람들이 먹는 음식의 재료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조리법이나 재료 부위가 유행을 탄다. 


그렇다면 쇠고기로는 어떤 음식이 새롭게 인기를 얻을까?


개인적으로는 이 쇠고기회, 흔히 말하는 ‘육사시미’가 앞으로 인기를 끌 것으로 본다.


중국음식에서 어떤 고기인지 안밝히고 그냥 고기 ‘육’자를 쓰면 돼지고기란 뜻이다. 탕수육, 라조육을 생각하면 된다. 쇠고기로 만들면 그 때 앞에 ‘쇠고기’ 탕수육이라고 표시를 한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그냥 고기 육자를 쓰면 그건 쇠고기란 뜻이다. 개장국을 개고기 대신 쇠고기(육)을 넣은 것, 그래서 ‘쇠고기로 만든 개장국’이 곧 ‘육개장’이 된 것을 생각하면 된다. 육회 역시 마찬가지다. 쇠고기를 회처럼 날로 먹는 음식, 이란 뜻이다.


그런데 이 육회말고 진짜 쇠고기 회가 ‘육사시미’(앞으로는 ‘쇠고기회’로 쓰겠다)다. 이름 그대로 쇠고기로 만든 회인데, 육회란 음식과 혼동을 피하기 위해 이런 말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육회는 잘고 가늘게 썬 쇠고기를 기름과 설탕에 무치고 배를 송송 썰어넣고 참깨를 뿌려먹는다. 반면 쇠고기회는 정말 회처럼 먹는다. 치맛살 등 기름기가 잘잘 밴(마블링) 부위를 참치회처럼 썰어 기름장에 살짝 찍어먹는다. 단맛이 강한 육회와 달리 고기 자체의 날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 다른 이름으로는 ‘뭉티기’도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뭉티기’는 ‘’뭉텅이‘의 경상도 사투리로, 경상도에서슨 한우 우둔살을 뭉텅이로 썰어 그냥 날로 먹어 이런 이름이 나왔다고 한다.


이 쇠고기회가 앞으로 인기를 끌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 음식도 유행이 있고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10여년 사이 가장 발달한 것이 음식들이다. 불과 몇년 전만해도 못먹던 것들이 요즘에는 지천에 깔려 있다. 세계 여러 나라 요리점들이 속속 들어서는 한편 예전에는 특정 지역에서만 먹던 음식이 보편화되는 현상이 90년대 이후 식문화의 가장 큰 특징이다.


마산에서 시작한 아귀찜, 전라도 광양의 광양 불고기와 경남 언양의 언양불고기, 대구의 매운 갈비찜 같은 것들은 10년 전에는 서울에서 흔한 음식이 아니었다. 특히 홍어가 대표적이다. 9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홍어는 전라도 이외의 지역 사람들은 거의 먹어본 적이 없는 음식이었다. 이후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런 토속 음식들은 빠르게 전국화되었다.


특정 지역 음식 뿐 아니라 음식 재료의 부위도 유행을 탄다. 쇠고기의 안창살과 돼지고기의 항정살(천겹살) 등이 몇년 새 인기 메뉴가 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최고 인기 육류인 쇠고기 음식으로 아직은 낯선 편인 쇠고기회가 앞으로 주목받을 확률이 높다. 거부감을 주는 날고기란 한계는 분명하지만 그래도 육회로 쇠고기를 날로 먹는 것이 어느 정도 익숙해진만큼 본격적으로 날고기 맛을 느낄 수 있는 메뉴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고기는 역시 생으로 그 자체 맛을 즐기며 먹는게 좋다, 날고기를 좋아하는데 달착지근한 육회는 ’아이들 음식‘ 같아서 싫다는 분들에겐 이 쇠고기회가 제격이다. 육질을 씹는 느낌 자체가 먹는 즐거움이 된다. 뭔가 새로운 쇠고기의 맛을 찾는 이들에게 새롭게 다가갈 후보가 쇠고기회가 아닐까.


이 메뉴가 인기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또다른 이유는 한우 업계에서 새로운 특별 요리로 이 쇠고기회를 띄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수입고기와 맞서기 위해 한우로만 가능한 메뉴를 개발해야 하며, 새로운 메뉴는 한우란 상품의 가격상 값비싼 고급 품목이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쇠고기회의 주 소비층은 30대 이상 남성들로 일 수밖에 없다. 현재 쇠고기 사시미는 100g에 1만~1만5000원 선이어서 푸짐하게 즐기기는 쉽지 않은 수준이다. 이 30대 이상 남성들에게 얼마나 어필하느냐가 쇠고기회가 보편적인 음식이 되는 관건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들 계층은 거부감을 덜 갖고 쇠고기회를 받아들을 듯 하다. 이 쇠고기회가 술안주로도 제격이기 때문이다. 특히 소주에 이만한 안주는 없어 보인다!


이미 이 쇠고기회는 최근 2~3년 새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서울 마장동이나 수원 등 예전 도축장, 소시장 부근에 형성된 쇠고기 생고기식당 밀집지역에선 거의 다 취급하고 있다. 취급 식당이 늘면서 쇠고기회 초밥 등의 메뉴도 따라 생기고 있다.


궁금한 점은 이 쇠고기회가 어느 지방 음식이냐는 것이다. 자료를 찾아보아도 알기가 쉽지 않다. 대구에서 즐겨 먹는 음식이어서 당연히 대구에서 생겨나 퍼진 것으로 생각했는데, 전남 함평에서 즐겨먹는 유명한 전라도 음식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어느 특정지역 음식이라기보다는 쇠고기를 먹는 이상 자연스럽게 동시발생해 곳곳에서 즐겨먹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답을 아시는 분들께서 가르쳐 주시길.


# 뱀다리-닭고기 육회가 그립다


쇠고기회는 영남과 호남 어느 쪽이 본고장인기 가늠하기 어렵지만 닭고기 육회는 분명하다. 전남 이외의 지역에선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탓이다. 특히 전남 영암은 이 닭고기 육회가 별미인 고장이다. 월출산 산행을 즐기고 난 뒤 토종닭을 즐기는 맛이 일품이다.


영암쪽 닭집들은 닭을 부위별, 조리법별로 선보인다. 닭껍질 볶음, 닭백숙, 닭찜, 그리고 닭육회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닭육회는 닭 가슴살로 만든다. 서양사람들은 아주 좋아하는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별로 안즐기는 닭 부위가 가슴살이다. 그 이유는 삶거나 익히면 팍팍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닭가슴살이 육회에는 제격이다. 가슴살은 결이 있어 삶으면 한올한올 쪼개지는데, 이런 특성이 탄력이 있는 날것일 때는 팍팍하지 않고 탱탱하게 씹힌다. 그래서 마치 게맛살같은 느낌인데 훨씬 탄력이 넘치는 맛을 낸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닭고기를 날로 먹냐고?


보통 매콤달콤하게 양념을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고추장설탕 무침류 음식들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먹어본 바로는 예상 이상으로 역한 맛이 없고, 아주 먹을만 했다.


괜찮은 맛에도 불구하고 이 닭고기 육회는 거부감을 강하게 주기 때문에 보편적인 인기 음식이 될 확률은 거의 없어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서울에서도 즐길만한 곳들이 좀 있으면 좋겠다. 가끔 이 음식이 떠오르는데, 영암은 좀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