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캐나다의 밴쿠버는 `나무 나라' 캐나다에서도 가장 임업이 발달한 브리티시 콜럼비아주의 최대 도시입니다. 캐나다가 세계에서 가장 센 산업이 목재산업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연간 베어내는 나무의 수보다 6억그루씩을 해마다 더 심을 정도로 거대한 목재국가가 캐나다입니다.
나무의 나라답게 캐나다는 목조주택에 관해서도 가장 앞서가는 나라로 꼽힙니다. 목조주택은 무엇보다도 친환경 주택이란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집을 짓는데 쓰는 철재와 콘크리트 등은 재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고, 탄소도 많이 배출합니다. 하지만 목재는 에너지 소비가 훨씬 적은데다가 그 자체로 탄소를 함유하는 저장고 역할을 합니다.
캐나다는 모든 단독주택이 나무집일뿐더러 다세대 주택들도 거의 대부분 목조로 짓습니다. 여기에 각종 공공건축물들도 나무로 짓거나 다른 재료에 나무를 혼합하는 `하이브리드' 건축물로 많이 짓습니다. 밴쿠버에서는 그런 사례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는데, 그 대표적인 건물이 바로 이번 한국 빙상의 메달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 빙상장입니다.
이 경기장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내부, 정확히는 천장에 있습니다.
저 천장은 목재에서 가장 기본 단위가 되는 `2 by 4' 규격재를 잘라 조립해 붙인 것입니다. 특별한 나무를 특별하게 잘라 쓴 것이 아니라 가장 흔한 규격재의 자투리 나무를 쓴 점에서 그 의미가 큽니다.
그러나 더 큰 의미는 저 나무들이 원래대로라면 건축자재로 쓰지 않는 버리는 나무들이었다는 점입니다. 이 경기장을 지을 때 베어낸 나무들 중에서 벌레들 때문에 나무 일부분이 파랗게 변해버리는 나무들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미관상 문제로 쓰지 않는 나무가 저렇게 멋지게 재활용되어 첨단 경기장의 천장이 된 것이죠. 나무로 만들었기 때문에 분위기가 화사하고, 소리를 흡수하는 성능도 뛰어납니다.
캐나다의 최신 목조 공공건축물로는 올림픽 개최도시 밴쿠버와 스키 경기 등이 열리는 휘슬러 중간에 있는 스쿼미시 어드벤처 센터가 있습니다.
밴쿠버에서 휘슬러로 가는 길은 아름다운 산과 계곡, 그리고 바다가 어우러지기 때문에 일명 `시 투 스카이 하이웨이', 바다에서 하늘로 가는 고속도로로 불립니다.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세계적인 암벽 등반 명소로 꼽히는 거대한 바위산이 나옵니다.
저 바위산 아래 절벽을 바라보는 지점에 스쿼미시 어드벤처 센터가 있습니다. 일종의 관광 안내소 건물로, 캐나다 선주민들의 문화와 캐나다 관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곳입니다.
독수리가 날개를 펼친 모양 같은 저 건물은 보시다시피 기둥과 지붕 구조를 모두 나무로 했습니다. 밴쿠버 지역 목조 공공건축물의 최신 사례로 꼽힙니다.
건물 바로 앞에는 `캐나다 장승'이라고 할 수 있는 이눅슉이란 전통 돌 조형물이 있습니다. 이번 밴쿠버 동계 올림픽의 심볼이죠. 이눅슉은 마을의 이정표이자 수호신이자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고인돌이 사람이 된 듯한 단순하면서도 정감어린 모양입니다.
이 스쿼미시 어드벤처 센터는 크지 안은 건물이고, 또 목적이 자연 속에서 관광을 지원하는 곳이어서 전체를 목구조로 한 선택이 돋보입니다.
반면 밴쿠버 지역의 다른 최신 건물들은 건물 외관이나 구조는 콘크리트로 하더라도 내부는 목재로 꾸며 아늑한 느낌을 강조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밴쿠버 중심지에 있는 컨퍼런스 센터가 대표적입니다.
밴쿠버 컨퍼런스 센터는 겉모습만 보면 유리상자 같은 요즘 최신 건물들과 그리 달라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름 친환경 요소가 많이 들어간 녹색 건물이라고 하겠습니다. 우선 보이지 않는 지붕 위쪽은 흙을 덮고 풀을 심었습니다. 이런 `그린 루프'(녹색 지붕)은 그 자체로 단열 효과가 좋습니다.
그러나 이 건물의 진면목은 내부입니다. 나무 바다가 펼쳐진 듯한 느낌을 줍니다.
시원하게 뚫린 넓은 입구 공간을 지나면 온통 나무로 꾸민 내부가 맞이합니다.
나무는 아늑해하고 편안해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누구나 선호하는 장식재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비용이죠. 하지만 이 컨퍼런스센터는 장식을 위해 나무를 특별하게 가공하기 보다는 역시 기존 규격재를 최대한 활용하는 디자인으로 꾸몄습니다. 오른쪽 벽을 보시면 자잘한 나무들을 조합해 간단하면서도 깔끔하게 처리했습니다.
스키 경기가 열리는 휘슬러에 있는 컨퍼런스 센터 역시 캐나다 원주민들의 집 모양을 따온 나무 건물입니다. 굵은 나무 기둥과 보가 시원시원하게 뻗어나가는 디자인이 인상적입니다.
이 컨퍼런스 센터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휘슬러 도서관도 목조 공공건축물의 최신 사례로 휘슬러가 자랑하는 새 명소입니다.
아담하면서도 현대적인 이 도서관은 목조친환경 주택의 최신 흐름을 잘 보여주는 모범 케이스입니다. 지붕은 앞서 말씀드린 흙을 덮어 식물을 심는 지붕으로 처리했고, 건물 전체는 나무로 지었으며, 지하로 구멍을 뚫어 뽑아낸 공기로 실내 온도를 계절에 맞춰 조절하는 에너지 절약형 건물입니다.
부드러운 갈색 나무빛이 자연광과 조화를 이루는 내부는 무척 차분했습니다. 콘크리트의 재질과 나무가 어울리는 조화는 언제봐도 깔끔합니다.
캐나다 목조 건축을 돌아보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은 밴쿠버 도심을 오가는 전철 `스카이트레인' 역인 브렌트우드역이었습니다. 철구조 역 건물의 천장을 역시 나무로 꾸며 그 분위기가 일품입니다.
나무로 실내를 꾸민 또다른 사례로는 주상복합 빌딩 로비를 단장한 밴쿠버 서레이란 곳에 있는 센트럴 시티 건물이 있습니다.
밴쿠버 외곽에 있는 이 서레이 센트럴 시티는 겉모습은 전형적인 요즘 빌딩이지만 내부는 차분한 나무빛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공간이 펼쳐집니다. 캐나다의 최신 나무 실내건축 사례로 추천받아 간 곳입니다.
쇼핑가가 이어지는 쪽은 천장을 나무로 꾸며 구조미학을 더욱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른쪽 개방 공간도 천장 구조체와 기둥 소재를 나무로 해서 꾸몄습니다.
요즘에는 많은 무게를 지탱해야 하는 기둥으로 쓰는 나무들도 과학의 발전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수백년 된 굵은 나무를 통째로 써야했지만 이제는 자투리 나무조각들을 접착제로 붙인 뒤 고강도로 압축한 합성 나무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새로운 목조 건축을 시도할 수 있는 장이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저 키 큰 나무 기둥들이 모두 나무 한 그루를 그대로 베어낸 것이 아니라 합성목들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수많은 나무 조각들이 촘촘하게 압축되어 있습니다. 이런 신제품들이 나오면서 목조 건축도 함께 진화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의 목조 건축물들은 어찌보면 그리 대단하지도 않고 새로워보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나무라는 소재를 활용하려는 의지와 접근방식은 결코 작지 않은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캐나다는 세계 건축에선 변방이지만 목조 건축 기법과 활용면에선 가장 앞서가는 나라로 꼽히고 있습니다. 캐나다가 보유한 숨은 금메달이 바로 나무집들인 셈입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목조건축이 선보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나무의 포근한 느낌과 친환경적인 장점이 생활속에 녹아들어간 멋진 목조 건축물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등장하기를 바라봅니다.
'건축과 사귀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녀를 슈퍼스타로 만든 건물, 용도는 뭐였을까? 2010/02/11 (0) | 2025.01.20 |
---|---|
건축물에 이렇게 놀라보기는 처음-신개념 공간 샤우라거에 가다 2010/02/09 (1) | 2025.01.13 |
스위스가 알프스에 새로 선보인 두 보석 2010/01/07 (1) | 2023.10.18 |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도서관 2010/01/18 (0) | 2023.03.15 |
김연아가 출전하는 밴쿠버 올림픽 선수촌, 그 특징은? 2010/01/09 (0) | 2023.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