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家의 매력

`꽃보다 남자'-현실적인, 너무나 현실적인 2009/04/01

딸기21 2018. 11. 25. 14:32

‘현실성’이란 무엇일까? <꽃보다 남자>는 그런 질문을 하는지 모른다.

남들이 이 드라마를 본다는 것 자체가 이 드라마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이 드라마와 팬들을 못마땅하게 보는 것은 이 드라마가 너무나 비현실적이라고, 그러니까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해서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드라마의 현실성을 논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드라마가 현실이 아니란 것을 모르며 보는 시청자는 없기 때문이다. 공부해야 된다는 사실을 모르면서 놀러다니는 고등학교 3학년이 없듯이. “저런 말도 안되는 것을 왜 보냐”고 핏대를 올리는 것 자체가 남들을 바보로 아는 바보짓이 될지도 모른다.


<꽃남>은 분명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오히려 더욱 우리를 정확하게 비추는 드라마일 수도 있다. 지금 우리 시청자들의 욕망과 환상, 로망이 그대로 들어있기 때문이다. 다른 드라마와 꽃남이 다른 점이기도 하다. 꽃남은 오로지 환상만을 다룬다. 귀족학교에 대한 환상, 재벌에 대한 환상, 마카오 호텔과 뉴 칼레도니아에 대한 환상, 그리고 금잔디라는 당찬 서민 여학생에 대한 환상까지.

 

환상이란 것은 오해이면서 진실이다. 어떤 물건이나 가치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환상은 개념이나 학문적으로는 오해일지 몰라도 이미지의 시대 현실적으로 작용하는 힘의 측면에선 오히려 진실이 된다.


<꽃남>이 담고있는 이런 대중 로망들은 역(逆)미시사적 진실일 수 있다. 미시사는 작은 것들의 역사가 아니다. 세상을 지배했던 극소수의 역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 숫적으로  훨신 다수였던 평범한 사람들의 역사를 미시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오히려 역사적으로 진실이라고 믿는 관점이 미시사다. 부를 가진 소수를 부러워하는 대다수 사람들의 심리는 분명 환상이긴해도 대중적 현실일 것이다. <꽃남>은 지금 우리가 되고 싶은 신분, 갖고 싶은 자동차, 사귀고 싶은 이성친구, 묵고 싶은 여행지를 담아 2009년 한국 대중들의 욕망 대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드라마가 나오는 것이 현실이고, 이런 드라마를 욕하면서도 보는 것도 현실이다. <꽃남> 같은 드라마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고, 사람들이 자기 환상을 그 속에서 찾을 수만 있다면 높은 인기를 누릴 것이다.


드라마에서 현실성 너무 찾으며 화내지 말자. 드라마는 역현실로 현실을 담기도 한다. 

그리고, 도대체 무엇이 현실이란 말인가? 진짜 현실이 더 짜증날 때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