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가지고 놀기 26

문흥미 이후 최고 여성 성인만화가 탄생-앙꼬 2007/03/27

90년대 중후반 순정만화판은 괜찮은 여성 만화가들이 여럿 나왔다. 이들 가운데 나예리나 이빈, 유시진 같은 작가들을 좋아했는데, 특히 이향우와 문흥미를 좋아했었다. 그림도 좋았고, 그 펜터치도 좋았고, 무엇보다 그 정서가 좋았다. 문흥미는 내게 처음에는 그냥 당시 만화를 그리던 여러 '순정만화가'들 중 한사람이었다. 그가 내게 특별한 작가가 된 것은 대표작인 를 읽은 다음이었다. 전형적인 단편만화 모음집이었는데, 그 전형적인 점이 약점일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좋았다. 드라마게임 보듯 잔잔하게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삶의 단면들을 잘 잡아내고 있었다. 비슷비슷한 순정만화들 사이에서 모처럼 어른용 순정만화를 읽는 기쁨이 컸다. 문흥미씨가 를 냈던 90년대 중후반은 잠시 한국만화산업이 절정기를 맞았던 시절이었다. ..

`바벨2세', 다음은 `마즈'가 나오길 2007/01/29

정말 오래간만에 가 돌아왔습니다.한 출판사가 최근 이 만화를 다시 펴낸 덕분에 저도 20여년만에 이 만화를 다시 읽을 수 있었습니다.( 1월29일치 참조) 는 기사에서도 언급되었지만, 한국에서 만화란 장르의 사회사를 볼 때 아주 독특한 코드를 부여받은 만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70년대 한국 만화산업의 문제점, 인식수준, 그리고 생산방식 등이 그대로 투영된 만화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60년대 비교적 풍성하게 무르익었던 한국만화는 70년대 일본만화의 공습을 받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일본만화가 수입 금지되어 있었지만 이 시기부터 ‘공공연한 비밀’로 수입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만화란 것을 숨겨야 하기 때문에 의 경우는 ‘김동명’이란 가공의 이름을 작가로 적었습니다. 과 는 ‘정영숙’이란 이름을 달고 나..

퀴즈: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2006/04/27

이 물건이 뭔지 아시겠습니까?예전 독일에 출장갔다가 사온 녀석입니다. 한번 맞춰보시지요. 이 녀석은요, 이렇게 쓰는 겁니다. 이 물건의 정식 이름은 book-hook입니다. 보던 책을 잠시 올려놓는 독서용 소도구지요. 푸랑크푸르트 도서전에 갔다가 시내 서점에서 샀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놓고 보니 자주 쓰지 않아서 제 책상 위에서 열심히 잠만 자고 있습니다. 그러니 혹시 사시려는 분들은 한번 더 생각해보시고 사세요~.

어른들만 보기를 권하는 만화 BEST 4

2006/04/23 신문을 보면서 만화나 만평을 건너 뛰는 사람은 드물다. 스포츠 신문의 경우 아예 만화가 기사 못잖게, 아니 기사보다도 독자들을 사로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면, 만화책은? 만화가 ‘책’으로 묶이는 순간 어른들의 눈초리는 싸늘해진다. 청소년들의 공부시간을 잡아먹는 ‘해충’ 으로 보거나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들이 하릴없이 소일하기 위해 보는 `허접한 것'으로 단정해버린다. 이런 결론이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탓할 수는 없다. 적어도 여러 가지 만화를 충분히 본 뒤 이렇게 판단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만화를 많이 보지 않고서 막연하게 이런 생각을 한다면 틀림없이 문제가 있다고 감히 말한다. 만화를 좋아하고 아끼는 수많은 사람들을 모욕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 자신의 취향..

뒤통수를 치는 역사인물책 <칭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 2006/04/23

머리를 식히기 위해, 그리고 머리를 데우기 위해 먼저 문제를 딱 하나만 풀어보자. 다음 중 ‘칭기스 칸’과 그가 이룩한 ‘몽골제국’에 대한 설명으로 맞는 것을 모두 고르시오. ① 다른 지도자들이 전사들에게 자신을 위해 죽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과는 달리 칭기스 칸은 부하들에게 자신을 위해 죽을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② 칭기스 칸은 만민을 다스리는 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통치자도 미천한 목자와 똑같이 법의 지배를 받는다고 주장했다. ③ 몽골은 고려를 특별히 우대했던 편이었다. ④ 칭기스 칸은 자기 명예를 훼손하는 출처가 의심스런 이야기들이 떠도는 것을 장려했다. ⑤ 몽골 군의 만행은 당시 다른 유럽 제국들의 만행에 비해 오히려 훨씬 애교스런 수준이었다. 몽골은 피흘리는 것을 싫어하는 문화를 지녔기 때문에..

책의 세계1-편집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2006/04/19

“이진경 선생님 원고를 읽는데, 문장 하나가 두가지 뜻으로 읽히는 게 있었어요. 저혼자 1시간 넘게 낑낑대고 고민하다가 늦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전화를 드려서 무슨 뜻인지 물었어요. 그랬더니 ‘응, 그거 그냥 빼버려’ 하시는 거에요. 어찌나 허탈하던지….” 18일 저녁 7시, 종묘 뒷담 골목에 자리잡은 ‘연구공간 수유+너머’ 강의실. 출판사 그린비의 김현경 편집주간이 털어놓는 이야기에 청중들의 웃음이 터져나왔다. 옆에 앉은 지은이 이진경 교수도 함께 웃었다. 하지만 웃음을 자아내는 이 이야기속에는 편집자들의 집요함과 고생스러움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편집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아니, 편집자는 어떤 사람들인가? 책을 직업적으로 접하는 이들이 아니라면 일반 독자들에게조차 편집자는 낯선 존재들이다. 그 이름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