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후반 순정만화판은 괜찮은 여성 만화가들이 여럿 나왔다. 이들 가운데 나예리나 이빈, 유시진 같은 작가들을 좋아했는데, 특히 이향우와 문흥미를 좋아했었다. 그림도 좋았고, 그 펜터치도 좋았고, 무엇보다 그 정서가 좋았다. 문흥미는 내게 처음에는 그냥 당시 만화를 그리던 여러 '순정만화가'들 중 한사람이었다. 그가 내게 특별한 작가가 된 것은 대표작인 를 읽은 다음이었다. 전형적인 단편만화 모음집이었는데, 그 전형적인 점이 약점일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좋았다. 드라마게임 보듯 잔잔하게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삶의 단면들을 잘 잡아내고 있었다. 비슷비슷한 순정만화들 사이에서 모처럼 어른용 순정만화를 읽는 기쁨이 컸다. 문흥미씨가 를 냈던 90년대 중후반은 잠시 한국만화산업이 절정기를 맞았던 시절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