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날 문득 부암동으로 갔다. 역사의 흔적, 망가진 곳이 주는 묘한 분위기, 허물어져가는 것을 바라보는 안타까움 같은 것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부암동에 있다. 부암동 동사무소 옆 언덕을 조금 올라가면 나오는 바로 이 집터다. 저 커다란 나무와 가꾼 정원이 어우러졌던 시절에는 무척이나 괜찮은 집이었을텐데 휑하게 방치된 마당은 이미 마당의 모습을 잃어버렸다. 집터는 온통 잡초들이 우거졌고, 동네 사람들의 간이 주차장이 되어버렸다. 저 썰렁한 빈 마당이 바로 국어 시간에 들어봤을 문인 현진건이 살았던 집터다. 현진건(1900~1943)이 누구인가. 호는 ‘빙허’. 허공에 기댄다는 멋진 호다. 와 그리고 를 우리에게 남겨준 작가. 그의 소설들은 지금 읽어도 재미있다. 이 재미있는 소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