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사귀기 72

한국은 굴뚝의 나라-한옥 내맘대로 보기 2008/02/21

사진을 보면서 순간 행복했다. 20일부터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백안 김대벽 선생 추모사진전’ 보도자료 메일을 받아보며 잠시 혼자 흐뭇해했다. 보도자료 메일을 열자 한옥에서만 만날 수 있는 풍경 사진이 눈앞에 펼쳐졌다. 야트막한 굴뚝에서 뽀얀 연기가 흘러나와 땅거죽을 따라 퍼지는 모습을 내가 기둥쪽에 앉아 직접 바라보는 듯했다. 잠시나마 내가 환벽당에 가 있는 것 같았다. 좋은 사진을 만난 것 만으로도 그 날이 행복해질 수 있다. 그런 느낌을 이어가고 싶어서 포스터 사진으로 컴퓨터 바탕화면을 바꿨다. 적어도 당분간은 컴퓨터를 켤 때마다 즐거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전통건축물을 가게 될 때마다 꼭 눈여겨 보는 것이 있다. 한옥에서 가장 좋아하는 두 부분이다. 하나가 주초, 다른 하나가 굴뚝이다. 김..

건축과 사귀기 2018.08.16

새로 지을 서울시청 디자인입니다 2008/02/18

정말 난산 끝에 나왔습니다. 한번 지으면 최소 100년은 갈 건물이니, 그것도 세계적 대도시 서울의 얼굴이 될 시청이니 쉽게쉽게 지을 수는 없겠죠. 내놓는 디자인마다 촌스럽다고 퇴짜를 맞기를 여러 차례, 이번에 서울시가 고른 디자인이 18일 공개됐습니다. 일단 디자인부터 보시지요.언론들은 이 사진을 많이 썼던데, 그 모양새를 정확히 알기는 좀 힘든 각도입니다. 이 건물의 정확한 모양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는 이 그림을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요즘 건물들은 철골조에 겉은 유리 구조여서 야간에 조명을 한 모양새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야간 모습도 따로 이미지를 미리 만들어놓았습니다. 이번 당선작은 건축가 유걸씨의 디자인입니다. 유걸씨는 앞서 제가 기사로도 쓴 적이 있는데, 개방공간을 중시해 ..

건축과 사귀기 2018.08.16

리처드 로저스, 회사를 이렇게 독특하게 운영하는 이유가 뭡니까? 2008/02/01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었다. 그가 왜 세계적 건축가가 됐는지, 어떻게 75살에도 계속 세계적으로 잘나가고 있는지도 궁금했지만 그보다 더 궁금한게 있었기 때문이다.리처드 로저스, 그의 미스터리?영국을 대표하는 건축가이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가 가운데 한 사람인 리처드 로저스(1933년생)에게 궁금했던 것은 바로 그의 설계법인 운영방식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건축가 가운데 한 명인데도 사무실 운영 방침을 보면 거의 사회주의자가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였기 때문이다.리처드 로저스는 파리 퐁피두 센터의 설계자로 유명한 건축가다. 런던의 명물 밀레니엄돔도 그의 작품이다. 노먼 포스터와 함께 영국을 대표하는 양대 스타 건축가로 보면 된다. 이 리처드 로저스의 사무실 이름은 `RSHP'다. 리처드..

건축과 사귀기 2018.08.12

특별한 책상, 특별한 사무실, 건축가 유걸 2008/01/24

어딘가 이상했다. 건축가 유걸(68)씨가 대표인 건축설계사무소 아이아크 사무실은 들어서는 순간 다른 사무실과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이 다른걸까? 금세 찾을 수 있었다. 파티션이 없었다. 놀라운 것은 책상이었다. 사무실은 전체가 트여있었고, 건축가들이 일하는 책상은 하나로 뱀처럼 이어져 있었다. 책상은 기다란 나무판을 경첩으로 이은 구조였다. 중간에 길이 필요하다 싶으면 경첩을 꺾어 ㄷ자 모양으로 세워 통로를 낸다. 이 독특한 책상은 아이아크의 하태석 건축가가 디자인해 맞춘 작품. “사람이 늘어나 책상이 더 필요하게 되면 접어 올려놓은 복도 부분을 내리면 바로 책상이 늘어납니다.“ 책상은 작업대인 동시에 그 자체로 인테리어 소품이었다. 그러나, 진짜 흥미로웠던 점은 그런 책상에서 모두 함께 ..

건축과 사귀기 2018.08.12

건축가 김원의 도전-성냥갑 아파트 그만! 2008/01/25

건축계 중진인 건축가 김원(64)씨가 40년 건축 인생에서 최대 도전에 나섰다. 서울 종로구 옥인동 재개발사업 아파트 설계를 맡은 것이다. 제조업 공장부터 세계적 명품 브랜드의 국내 전시장까지 다양한 공간을 디자인해온 그가 아파트를 설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국악당, 통일연수원, 주한러시아대사관 등을 설계한 그는 굵직한 대표작들을 제쳐 놓고 “옥인동 아파트가 건축가로서 가장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동안 국내에서 유명 건축가가 아파트를 설계한 적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설사와 대형 설계법인들이 제품 찍어내듯 시공사 주문대로 ‘공장’식으로 설계해왔다. 그러다보니 우수한 건축가들은 아파트 설계에서 배제되었고, 건축가들도 시공사 맘대로인 아파트 설계를 외면했다.김씨 ..

건축과 사귀기 2018.08.12

안양에 내려 앉은 보석 2007/12/27

국내에 지은 세계적 유명 건축가들의 작품들은 거의 대부분 서울에 있습니다. 세계적 건축가의 작품이니 서울, 그것도 최고 번화가에 들어서는 것이 당연할 듯도 합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건축물도 있습니다. 다만 우리에게 미처 알려지지 않았을뿐,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이 조용히, 그것도 서울이 아닌 곳에 들어선 사례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안양에 있는 ‘알바로 시자홀’이란 건물입니다. 알바로 시자홀은 설계자가 건축가 알바로 시자여서 붙은 이름입니다. 전시 등 각종 문화행사를 치를 수 있는 공간으로, 안양예술공원 안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보통 먹고 마시는 곳으로 여기기 쉬운 ‘유원지’를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상징적 건물로 이 알바로 시자홀을 지었다고 합니다. 이 알바로 시자홀이 이름이 대통령자문 기구..

건축과 사귀기 2018.07.19

종로 SK빌딩의 숨은 이야기 2007/12/06

종로에 우뚝 솟은 SK 서린빌딩입니다. SK그룹의 에너지 계열사들이 입주해있는 이 빌딩은 강북에서 몇째 가는 높은 건물입니다. 위쪽 전망이 가히 일품이어서, 청와대와 북악산 일대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입니다. 그런데, 이 빌딩은 가보면 귀퉁이에 이상한 무늬가 있습니다.바로 이 모양입니다. 얼핏 보면 물결같기도 한 저 모양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자세히 보면 저 무늬는 한 귀퉁이만이 아니라 네 귀퉁이에 모두 그려져 있습니다. SK 서린빌딩은 1999년 완공되었습니다. 저는 완공 직후인 2000년대 초반에 에스케이그룹을 담당해 자주 이 빌딩을 드나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저 무늬가 있는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SK그룹 관계자 한분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구기자, 저 모양이 무엇같습니까?”..

건축과 사귀기 2018.07.04

미술관의 과거는 무죄-술 대신 미술을 빚는 양조장 2007/10/12

보통 사람들이 미술을 즐기는 전시공간은 크게 두가지 장소입니다. 다들 잘 아시듯 미술관과 화랑이지요. 20세기 들어 미술이 크게 활성화하면서 미술관과 화랑은 사회의 중요한 문화공간으로 더욱 대접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이 미술전시공간이라고 하면 어떤 건물이 떠오르십니까? 현대 이전 미술관이라면 돌기둥이 줄지어있는 고색창연한 유럽특유의 석조건물이 주종을 이룹니다. 그래서 저 에르미타주미술관같은 웅장한 건물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우리나라도 덕수궁 석조전이 있지요. 반면 현대 미술관이라면 아주 깔끔 담백한 모더니즘 건물들이거나 독특한 첨단 건물이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현대에 생긴 미술관들은 유명 재벌들이 만드는 경우가 많아 기존 건물을 쓰는 이전 미술관들과 달리 건물들을 새로 지었으니까요. 공공기..

건축과 사귀기 2018.06.19

이런 호텔 보셨나요?-한옥과 현대건축은 어떻게 만나왔나 2007/09/27

안녕하세요? ‘종합일간지 유일의 건축 담당 기자’ 구본준입니다.^^ 농담처럼 말씀드렸습니다만 건축만 따로 맡는 신문기자는 현재 저 뿐입니다. 다른 신문은 다들 미술과 함께 하는데, 는 미술 담당과 별도로 제가 건축 기사를 맡습니다. 아주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니 너무 의미를 두시진 마시길. 좌우지간 건축 기자로서 종종 건축 이야기를 올리겠다는 말로 이해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오늘 건축이야기 포스트 하나 올리고자 합니다. 최근 건축계의 ‘화두’를 굳이 꼽자면 아마도 아마도 한옥이 가장 먼저 꼽힐 겁니다. 최근 건축계의 한옥 이슈는 좀 의도적인 붐 측면도 있긴합니다만 어쨌든 한옥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습니다. 덕분에 최근 한옥이란 건축양식을 어떻게 현대적인 도시공간과 삶속에 살릴까 시도하는 건축 사..

건축과 사귀기 2018.06.17

`보일락 말락'했다는 일본 목욕탕을 가보다 2007/07/26

“세상에 말이야, 일본은 목욕탕이 남녀 손님 발가벗은 모습을 거의 볼 수 있을 정도야. 남탕하고 여탕하고 얕은 벽 하나로 대충 나누고, 주인은 그 가운데 높은 카운터에 올라앉아 남탕 여탕 탈의실을 다 내려다 봐. 일본 여자들은 남자 주인이 보는 것 신경도 안쓰고 옷을 훌훌 벗고 목욕을 한대. 우리나라같은 양반들이 보기엔 아주 상X의 나라이지 뭐야.” 이런 이야기 들어보신적 있으시죠? 저도 이 이야기를 중학 시절 선생님께 들었습니다. 왜 중학교 수업시간에 이 이야기가 나왔는지는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만, 엉큼한 생각에 친구들과 함께 일본 목욕탕을 부러워했던 웃기는 기억이 생생합니다. 한 녀석이 일본가서 목욕탕 주인이 되고 싶다고 했던 우스개도 떠오르네요. 물론 중학생 이상의 사고를 하게 된 이후 나라마다 지..

건축과 사귀기 2018.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