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사귀기 72

[만만건축 7회] 한국 법원 수준, 건물만 봐도 보인다 2009/03/11

안트베르펜. 영어로 앤트워프로 불리는 이 도시는 한국과 일본 사람들에겐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7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 때문이다. 주인공 소년 네로가 ‘하늘과 맞닿은 이 길을 파트라슈와 함께 걸었’던 그 동네가 작은 나라 벨기에의 도시 안트베르펜이었다. 화가를 꿈꿨던 네로는 바로 이 안트베르펜 대성당에서 루벤스의 그림을 바라보며 늙은 개 파트라슈를 껴안고 함께 얼어죽는다. 파트라슈의 도시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다 파트라슈와 네로의 이야기로 유명한 이 도시에 2005년 새로운 명물이 들어섰다. 안트베르펜의 남쪽, 고속도로 부근 녹지대와 연결되는 곳에 독특한 건물이 완공된 것이다. 무슨 건물일까? 전시장일까? 극장? 요즘 건물들답게 겉모습만으로는 어떤 건물인지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다.다른 방향..

건축과 사귀기 2018.10.14

저항할 힘을 빼앗아버리는 천하무적 건물 2009/03/10

세상에 이렇게 유명한 건물이 몇이나 될까? 한 나라의 상징이자, 건축의 상징이 된 건물이 될 확률은 그야말로 수십억분의 일일 것. 그 건물 타지마할을 언제쯤 볼 지 늘 아쉬웠다. 그런 갈망속에 직접 본 그 순간을 아마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타지마할의 입구는 붉은 사암 전통건물의 끄트머리에 있었다. 매표소도 참 타지마할스럽지 않은가. 제법 엄격한 검문검색을 지나 경내로 들어선다. 인도에선 검문검색이 일상적이다. 폭탄 테러 등 뒤숭숭한 일들이 많은 탓이다. 타지마할의 검문검색은 또다른 이유가 있다. 칼이나 뾰족한 것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는데, 흉기로 쓰일까봐가 아니다. 건물 벽에 장식한 보석들을 떼어간 일들이 많아서다. 입구로 들어서면 양쪽으로 병사처럼 도열한 건물이 나오고 그 가운데를 지난다. ..

건축과 사귀기 2018.10.10

경비실의 반란?-인상적인 경비실 건축 2009/03/03

대학로의 이면도로, 동숭동에서 이화동으로 이어지는 뒷골목은 묘한 것들이 혼합되어 독특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길이다. 시간이 정지한 듯 낙후된, 그래서 정겨운 옛 건물들과 틈틈이 들어선 상업공간들이 어떻게 서로를 품어야 할지 고민하면서 공존하는 듯한 곳이다. 여러 층위의 시간들과 디자인, 건축양식들이 짬뽕이 된 그 느낌이 다른 골목들보다 훨씬 인상적이다. 최근에는 다른 곳에서였다면 큰 길가에 있을 법한 굵직한 건물들도 이 안쪽길로 들어오고 있다. 건축가 승효상씨의 사무실 이로재나, 국민대 디자인센터 같은 것들이 이 뒷편에 숨어있다. 경비실, 전통건축을 입어보다 모처럼 혜화역 1번 출구 앞 가장 큰 골목길로 이 이면도로를 걸어봤다. 혜화역 1번출구 쪽 큰 골목으로 모처럼 걸어가봤다. 전에 없었던 것을 뒤늦게 ..

건축과 사귀기 2018.10.10

미친 아버지, 아버지를 응징한 아들, 그러나 결국 닮고 말았던 부자지간 2009/02/26

광기의 파괴력은 광기 소유자가 가진 권력의 크기와 기하급수적으로 정비례한다. 쉽게 말해 센 놈이 미치면 다치는 사람이 억수로 많아진다는, 그런 이야기다. 광기의 대상이 자기 마누라라면? 분명 아름다운 사랑은 맞다. 그런데, 왕이 자기 부인에게 미치면 이상한 결과들이 많이 나온다. 당 현종과 양귀비를 보라. 현종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마누라가 먼저 죽었는데도 잊지 못하는 바람에 자기 인생도 망친 왕이 있다. 일본이 중국에 쳐들어가겠다고 조선에게 길 좀 내달라다가 조선부터 쳐들어갔던 1592년, 북인도를 지배하던 무굴제국 황실에선 귀염둥이 왕자가 태어났다. 50년이나 무굴제국을 통치했던 인도판 영조 임금, 뛰어난 황제 악바르의 세번째 손자였다. 악바르 할배 황제는 귀여운 손자에게 ‘쿠람’이란 이름을 붙여줬..

건축과 사귀기 2018.10.05

잊지 못할 아름다운 성, 암베르에 가다 2009/02/19

당신이 꼽는 아름다운 성은 어디입니까 가장 아름다운 성이 어디냐 묻는다면, 개인적으로 마련한 안전한 대답이 있다. 내 대답은 수원성이다. 지금 우리에겐 ‘성’이란 개념이 머리에 잘 박혀있지 않다. 기껏해야 남한산성 정도? 북한산 능선에 남아있는 성벽 정도가 우리가 생각하는 이땅의 성이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에는 성이 없잖아?라고 여기기 쉽다는 이야기다. 그 이유는 많은 성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원래 우리나라에는 200개 정도의 성이 있었다. 우리 성은 대부분은 읍성이었다. 우리가 말하는 읍, 그게 성이다. 읍성은 생활과 방어를 한꺼번에 추구한 한국형 성이다. 주민들이 평소엔 성 바깥 논밭에서 농사를 짓다가 적이 쳐들어오면 성 안을 들어가 방어하던 구조였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읍성은 작은 도시였다. 전..

건축과 사귀기 2018.10.05

거대한 탑, 그저 바라만 보다 2009/02/11

유적지 안으로 들어가기 전부터 탑이 보이기 시작했다. 역광으로 보이는 탑은 세밀하고 정교한 디자인을 숨긴 채 실루엣으로 먼저 다가왔다. 인도에 대한 이미지로 세계 사람들에게 각인된 거대한 탑, 쿠틉 미나르다. 인도의 아이콘이 된 거대한 탑, 쿠틉 미나르 쿠틉 미나르는 거대한 저 탑과 주변의 폐허가 된 유적지를 합친 사적이다. 유네스코의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델리의 대표적인 명소다.인도의 모든 관광지는 내국인과 외국인의 입장료가 다르다. 당연히 외국인 입장료가 몇배나 비싸다. 입장권은 어디나 똑같은 디자인이다. 좋게 말하면 단순깔끔하며, 나쁘게 말하면 허접해보인다. 거대한 탑을 보며 유적지 안으로 들어간다. 높이가 73미터인 석탑은 왠만큼 멀리 떨어져 찍지 않으면 사진기 프레임으로 쉽게 담기 어려울 정..

건축과 사귀기 2018.10.05

[만만건축 6회] 디자인 하나로 승부하는 현대의 종교건축물들 2009/02/09

누구나 한번쯤 해볼만한 생각이 있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종교들이 믿는 서로 다른 신들이 사실은 모두 한 신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다. 이와 비슷한 생각을 실제로 가진 종교가 있다.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이 믿는 유일신을 그대로 믿는 바하이교란 종교다. 연꽃사원-종교의 나라 인도에 들어선 종교건축의 간판스타 바하이교의 본부는 지금 이스라엘에 있다. 그러나 가장 유명한 바하이교의 성전은 인도에 있다. 독특한 모양으로 유명한 ‘연꽃 사원’이다. 현대 건축의 주요작으로 꼽히는 이 성전은 인도 뉴델리의 대표적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처음 자료에서 사진으로 이 사원을 봤을 때 첫인상은 무척 셌다. 작정하고 디자인 하나로 승부한 건물이니 모양새가 실로 조각작품처럼 조형성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마치 시드니 ..

건축과 사귀기 2018.10.05

[만만건축 5회] 디자인 걸작이 된 화장실 2009/01/21

화장실, 집만 떠나면 신경 쓰이시죠? 외국에 가서 급해지면, 정말 난감하죠.행여 이런 화장실이라도 만나면 정말... 물론 가끔은 좀 낭만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화장실도 있어요. 그래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죠. 이런 화장실은 또 어떻고요. 바로 비료가 되란 건가요? 그래도 이런 화장실보단 낫지 않을까요? 진짜 이런 화장실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화장실에 관한 이야기를 가장 많이하게 만드는 나라라면 역시 중국이겠죠.중국의 ‘원초적 화장실’들은 참 볼 때마다 놀랍긴 해요. 최대한 긍정적으로, 그리고 건축적으로 해석한다면...그리스 에페소스의 고대 화장실의 명맥을 잇는 거라고 해두죠. 그렇다고 화장실이 우리와는 다르게 ‘개방적’인 나라에 갈 때 이런 것을 가지고 갈 수는 없잖아요. 물론 화장실을 아주 좋아..

건축과 사귀기 2018.09.16

[만만건축 4회]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건축 2009/01/20

여기, 겉모습만 봐서는 도저히 그 종류를 짐작하기 어려운 건축물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바닷가와 연결되어 물위에 둥실 떠있기는 동그란 나무 건물입니다. 사전 정보가 없으면 도대체 무엇에 쓰는 건물인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자, 그럼 건물로 들어가보시죠. 바닷가로부터 100미터쯤 떨어진 곳에 지은 나무 건물입니다. 동그란 모습인데, 구조물이란 것만 알 수 있을뿐입니다. 배가 정박한 것 같기도 하고, 기념조형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럼 이제 건물 내부입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이렇게 쓰자고 만든 건물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기발한 수영장 저 나무 건물은 바다 위에 지은 수영장입니다. 이름은 ‘시배스(Seabath)’. 덴마크 코펜하겐 부근의 바닷가 카스트룹에 들어선 명물입니다. 영국의 유명한 건축잡지로 가 있..

건축과 사귀기 2018.09.16

[만만건축 3회] 건축 포스짱, 세계의 길쭉이 건물 2009/01/17

어린이는 나라의 기둥입니다. 그럼 건축의 기둥은? 썰렁한 농담으로 시작해서 죄송합니다. 건축에서 가중 중요한 것도 기둥입니다. 동서양과 고금을 막론하고 건축에서 기둥은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건물이 서 있게 하는 주인공이 기둥인 것은 당연하지만, 건물의 인상도 이 기둥이 좌지우지합니다. 기둥이 길게 변하면 벽이 될 수도 있고, 기둥이 저혼자 서있으면 탑이 되기도 하지요. 그래서 이 건축을 잘 알게 되면 건축과 친해집니다. 셍각해보시죠. 우리가 서양 건축사에 대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무엇이었을까요? 고대 그리스 기둥이 도리아식, 이오니아식 코린트식(위 그림)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우리나라 건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겁니다. 부석사 무량수전 기둥이 배흘림 기둥이라니, 그걸 엔타시스라고 한다느니 ..

건축과 사귀기 2018.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