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거리를 온통 채우고 있는 간판들이 내지르는 소음이 소비의 소란스런 아우성이라면 평양의 건물 옥상마다 올라가 있는, ‘일심으로 옹위하자’에서부터 ‘우리는 행복해요’까지 각종의 구호들은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서먹한 선전이었다. 평양은 가히 ‘구호의 도시’라 할만하다. 자부심이거나 혹은 자기최면일 구호들은 성긴 거리의 여백을 메우고 인민의 빈틈을 채운다." 양상현 민족건축인협의회 의장(순천향대 건축학과 교수)가 평양의 건축을 둘러보고 쓴 `평양 건축물 인상기'의 일부입니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구호의 역설'이 떠올랐습니다. 구호는 `~해라', `~하자'는 외침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구호가 나온다는 것은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구호의 역설'입니다. 평양 거리를 메우고 있다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