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가구의 세계 22

예술은 장난이다-지하도에서 떠올리는 뱅크시 2008/04/08  

지하도를 좋아하는 분들이 별로 없으실 겁니다. 일단 건널목보다 불편해서 싫고, 또 그 음침한 듯한 분위기가 더욱 맘에 안드시는 경우가 많을 것 같습니다. 이런 지하철이 공공미술로 새롭게 탄생하면 어떨까요? 칙칙한 지하도가 잠시나마 거닐만한 곳이 되지 않을까요? 실제 이런 실험이 벌어졌습니다. 이론상으로 서울에서 가장 예술적이어야 할 지하도가 실험의 장이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예술자본들이 많이 몰려있는 곳, 서울의 한복판, 그래서 국내외 방문객들이 많이 몰리는 경복궁 옆 사간동과 삼청동 화랑, 미술관 거리 입구에 있는 동십자각지하도가 주인공입니다. 지하도, 광고 대신 예술로 꾸미면 안되겠니? 한국일보쪽에서 경복궁쪽으로 건너가는 지하도 입구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입구 왼쪽 벽면이 좀 다르다는 것을 눈치..

서울의 중심에서 촌스러움을 외치다 2008/02/05

여기, 들어선 지 얼마 안되는 조형물이 있습니다. 먼저 모습을 보시지요. 하얀 돌 조형물 중간에 까만 돌 네모판이 있고 그 안에 한자로 ‘효’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조형물 모양 자체도 한글 ‘효’ 글자 모양입니다. 이 조형물은 서울 중구청 앞 광장에 들어선 ‘효 헌장탑’입니다. 중구가 ‘효도 특구’임을 알리고, 효 헌장을 소개하려고 지난 11월 만들어진 조형물입니다. 당시 그 소식을 전하는 신문기사에서 저 조형믈을 봤는데, 그 모양새가 무척이나 ‘복고풍’이어서 흥미로웠습니다. 그래서 직접 중구청 앞에 가서 살펴보았습니다. 조형물을 직접 본 뒤 제가 받은 느낌은 다섯 글자였습니다. ‘요즘 세상에!’. 최근 들어 디자인과 미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종 공공 기물이나 조형물들의 수준은 빠르게 높아..

독자 김정현씨가 전주에서 눈여겨 본 것들 2008/01/08

전주란 도시 좋아하시는 분들 많으시지요? 저는 이상하게도 아직 전주에 못가봤습니다. 친척들이 모두 경상도에 사니 갈 일이 없는 탓이 큽니다만 그럼에도 전주에 한번도 못가본 것은 좀 묘하네요. 더 먼 광주에는 취재에 여행에 7~8번은 찾아갔는데 말입니다. 그러다보니 개인적으로 꼭 가보고 싶은 도시 1순위가 전주입니다. 한옥마을이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리고 원조 전라도 한정식과 비빔밥, 콩나물해장국을 먹고 싶어서가 그 다음 이유입니다. 올해에는 꼭! 가봐야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전주 한옥마을에 관심이 있는 것을 아셨는지, 얼마전 반가운 메일이 날아왔습니다. 전주 한옥마을에 있는 ‘거리 가구’(스트리트 퍼니처)를 소개, 분석한 메일이었습니다. 대학생 김정현씨가 전주 한옥마을을 방문해 거리가구들을..

만화와 결혼한 돌계단 2007/12/20

거리가구, 디자인 용어로 스트리트 퍼니처)에 관심이 많다보니 가끔 혼자 답사를 다니곤 합니다. 물론 멀리는 못다니고 기껏 가봐야 인천이나 부천같은 서울 근처일뿐이긴 하지요. 제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도시는 인천입니다. 인천분들에겐 죄송합니다만, 좋은 의미에서 흥미는 아닙니다. 지나치게 과한 디자인, 또는 조악한 만듦새가 두드러지는 공공기물이 다른 도시보다 넘쳐나는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인천 중구청이 새로운 문화지대로 포장한 차이나타운은, 정말 다시 한번 인천 분들께는 죄송합니다만,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거리 전체의 이미지는 ‘가짜’였고, 색깔은 ‘폭력’으로 느껴질만큼 거셌습니다. 같은 빨간색이라도 눈에 거슬리지 않게, 또는 다양하면서 부드럽게 쓸 수 있을텐데, 온 동네가 코카콜라 캔처럼 시뻘건 느낌..

국가대표 벤치 어떤 것을 고르시겠습니까 2007/09/18

Quiz. 침대는 ( ? ) 입니다. 그러면 의자는 ( ? ) 일까요? 정답은 무엇 같으십니까? 광고에 따르면 침대는 `과학'입니다. 의자는? 바로 `디자인'입니다.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가 의자입니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창의적인 형태를 실험할 수 있는 소재가 의자입니다. 현대 디자인사의 주요 걸작들에는 그래서 의자들이 많습니다.의자를 보면 디자인사가 보인다고 할 정도입니다. 거리가구, 곧 `스트리트 퍼니처'에서 가장 중요한 것도 의자입니다. 거리는 알맞은 부대낌이 있어야 활기가 차고, 그런 부대낌 속에서 잠시 쉴 곳이 있어야 여유가 살아납니다. 그래서 거리는 의자가 제대로 있어야 사람 살만한 거리가 됩니다. 의자가 있어 앉아서 쉬고 싶어지는 거리라야 제대로 된 거리, 문화와 사람이 흐르는 거리입니..

길거리 벤치도 명품이 된다?-세계적 디자이너들의 벤치 2007/06/12

일본에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도심 재개발에 브랜드 전략을 적용해 명소로 만들어내는 일본의 재개발 사례들을 살펴보는 것이었습니다. 현지에서 보니 재개발로 만든 대형 복합상업엔터테인먼트 공간들이 도쿄를 대표하는 쇼핑공간, 관광공간으로 꼽히며 방문객을 불러모으고 있었습니다. 2002년 마루노우치 빌딩, 2003년 롯폰기힐스, 2003년 시오도메 시오사이트, 2006년 오모테산도힐스에 이어 올해에는 ‘도쿄 미드타운’과 ‘신마루노우치’가 등장해 새 관광 명소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제가 주로 돌아본 곳은 미드타운과 롯폰기힐스였습니다. 미드타운은 최신 사례여서, 롯폰기힐스는 이미지 메이킹에 가장 성공한 사례여서 골랐습니다. 이 글에선 롯폰기힐스를 살펴보겠습니다. 롯폰기힐스는 호텔, 사무빌딩, 쇼핑센터, 극장 등을 묶..

거리의 속살2-난간의 미학 2006/09/04

거리에 놓인 구조물인 ‘거리 가구’(스트리트 퍼니쳐)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게 난간입니다.난간은 공간과 공간을 분리하는 지표이자, 안전을 위한 보호장치입니다.이런 기능 이외에도 도시의 주요한 난간에는 간혹 숨은 기능이 들어있는 경우도 있답니다. 지구방위사령부...까지는 아니지만 군사적 기능을 갖춘 난간도 있지요. 잘 알려진 성산대교 난간입니다. 성산대교 그 난간을 자세히 보시면, 반달모양 아치 중간에 구멍이 뽕뽕뽕 뚫려 있습니다. 한 아치당 9개씩 구멍이 뚫렸는데, 이 구멍이 사실은 특수한 목적에 따라 설치한 것이라고 합니다. 달리는 차들이 바깥 구경하라고 뚫은 게 아니라, 유사시에 포격을 위한 구멍이란 것이지요. 한강을 타고 들어오는 적들을 막기 위한 포대인 셈입니다. 이런 특수한 기능을 하는 난간을..

거리의 속살-가로수와 거리가구 2006/09/01

안녕하세요? 구본준 기잡니다.처음 이 글방을 열었던 것은, 글방 이름대로 `스트리트 퍼니처', 그러니까 `거리 가구'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우리 모두의 가구인 거리가구에 대한 관심을 높여 거리 가구가 더욱 사랑스러워지고, 그래서 우리 거리가 보다 아름담고 정겨운 거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지요.그런데 제 게으름으로 정작 거리가구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못했습니다. 그래서 모처럼 지난 주말 거리로 나갔습니다. 바로 청계천으로요. 청계천으로 나간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청계천은 바로 지금 우리 거리가구의 수준, 그리고 우리 공공미술과 공공디자인의 수준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서울시가 가장 많은 신경과 예산을 써서 정비한 거리이기 때문입니다.수많은 거리의 가구들이, 그것도 가장 최신의 ..

길거리 벤치도 예술이 된다? 2006/03/02

‘거리의 가구’도 예술이 될까요? 됩니다. 다른 어떤 예술품보다도 더 주목받습니다. 그리고 더 좋은 평가를 받게 됩니다. 그건 당연합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결론을 내리니까요. 대표적인 것이 프랑스의 디자이너 겸 건축가 엑토르 기마르가 만든 파리 지하철 입구입니다. 아르누보 예술사조의 대표적 이미지로 꼽힐 정도로 미술사에서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뭐 대단치 않다구요?음, 그래도 이게 세계 모든 디자인 및 건축교과서에 실리는 디자인사의 걸작입니다.식물 덩쿨처럼 보이는 저 이미지가 바로 ‘아르 누보’란 건데, 이 아르누보하면 바로 기마르란 작가가 대표선숩니다. 그리고 기마르의 대표작이 바로 이 지하철 입구 되겠습니다. 거리의 가구 ‘스트리트 퍼니처’가 예술이 된 대표사례입니..

간판 속 문화, 문화 속 간판 2005/11/10 00:02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거리 가구’ 곧 ‘스트리트 퍼니처’는 뭘까요?아마도 간판일 겁니다.우리나라는 간판 많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나라입니다. 그야말로 거리 전체가 간판의 숲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면 우리나라처럼 간판이 많은 나라는 홍콩과 일본 정도뿐으로 생각됩니다. 이 두 곳도 우리처럼 간판이 빈틈을 용서하지 않으려는 듯 거리를 뒤덮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 지역의 간판 문화는 좀 다릅니다.홍콩 간판은 한자 글씨를 강조하는 네온사인 간판들이 많습니다.일본은 다양한 재료로 조형물처럼 모양을 낸 간판들이 특징입니다. 그러면 우리 간판은? 제가 보기에 한국 간판들의 특징은 ‘제멋대로’ 네 글자라고 봅니다. 좋게 말해 ‘제 멋’이지만 실제로는 디자인적인 특성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