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하나 생겼다. 상상으로 해보는 재판 놀이다. 아주 간단하다. 스스로 판사가 되어 판결을 내리는 거다. 물론 완전히 내 맘대로. 어허, 정말 못된 짓을 하셨군요. 도대체 뭘 믿고 이따위로 하신 건가요? 벌 좀 받으시죠, 땅땅땅. 이러고 놀면 된다. 이 재판 놀이는 한 디자이너에게 배웠다. 공공미술과 공공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디자이너인데, 내 취미가 ‘거리 가구’(스트리트 퍼니처·거리의 각종 공공시설물들)를 들여다보고 사진 찍는 것이어서 가끔 만나 디자인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그런데 둘이 만나면 늘 마지막에는 같이 한숨을 푹푹 쉬면서 힘이 쪽 빠진 채로 헤어지는 법칙이 있다. 디자인 이야기를 하다 보면 우리 공공미술과 디자인 현실을 싫어도 다시 확인할 수밖에 없어서다. 아직도 디자인계의 최신 흐름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