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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도서관 2010/01/18

구본준의 만만한 건축 # 눈이 오면 더 빛나는 건물, 눈이 내려 완성되는 건물 델프트. 미술 역사상 가장 미스터리한 화가이자 골수팬 많기로 손꼽히는 화가 페르메이르(국내에선 `베르메르'로 많이 쓰는데, 정확한 표기는 페르메이르입니다)의 도시입니다. 델프트가 낳은 대화가답게 페르메이르는 델프트 풍경을 이리도 아름다운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저 아름다운 델프트를 대표하는 건축 명물이 있습니다. 90년대 현대건축의 주요작으로 꼽히는 이 건물입니다. 1997년에 지어진 건축가그룹 메카누 아키텍텐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이 건물은 제목에서 말씀드려 예상하셨듯 도서관, 델프트공대의 도서관입니다. 어떻게 생긴 건물인지 쉽게 감이 안오실 수 있는데, 저 잔디밭이 도서관 지붕입니다. 사진 중간 걸어가는 사람 오른쪽으로 ..

건축과 사귀기 2023.03.15

<한국의 글쟁이들> 왜 썼나 2010/01/17

사람 관심이란 게 늘 새로운 것, 다가올 것에 가있는 법이어서 내가 한 일도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언제 그걸 했었나 싶다. 책 이 나온 지 1년 반 쯤 지났는데 벌써 아득한 예전의 일 같다. 그런데 내가 이 책을 쓰긴 썼나보다, 라고 생각하게 될 때가 생긴다. 처음 만난 분이 이 책을 읽었다고 이야기해주실 때, 그리고 이 책과 관련한 글을 써달라고 부탁받을 때다. 얼마전 란 책 전문 잡지에서 `내가 지은 책'이라는 코너에 에 대해 써달라고 요청이 왔다. 제목 처럼 작가가 자기가 쓴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꼭지였다. 별다르게 의미 부여할 것도 없고 해서 그냥 솔직하고 짧게 끄적거렸다. 건조체인 내 문체 속성상 멋대가리 없는 글이 되어버렸는데, 뭐 어쩌랴. 그게 깜냥인걸. --------------------..

구본준 기자 2023.03.15

김연아가 출전하는 밴쿠버 올림픽 선수촌, 그 특징은? 2010/01/09

조금 있으면 동계 올림픽이 열리는 캐나다 위슬러에 새로 지은 선수촌입니다. 여러 가지 디자인들로 지은 이 선수촌은 올림픽이 끝나면 지역 주민들이 입주합니다. 선수촌이란 특별한 의미에다 고급 주택이어서 분양 인기가 높았다고 합니다. 집 구조는 거의 대부분 비슷하고, 겉모습 디자인은 조금씩 다릅니다. 제가 다녀온 것이 지난 9월말이어서 아직 공사가 마무리 안된 곳들도 있습니다. 지금은 모두 완성되었을 겁니다. 보는 김에 선수촌 빌라 내부도 좀 보겠습니다. 상당히 넓고 좋습니다. 인기가 좋을만 합니다. 이 선수촌 주택들은 타운홈 형식인데 부동산 매매 가격이 80만 달러에 이릅니다. 참, 단지에는 이런 표지판이 있었습니다. `절대로 음식 쓰레기를 집 밖에 버리지 마세요!' 동네가 더러워지니까? 선수촌 이니까? ..

건축과 사귀기 2023.03.15

올해 BEST 스릴러 & 미스터리, 결론은 이렇습니다 2009/12/31

읽어주시는 분은 거의 없어도 저 혼자 심심해서 매해 연말 뽑아온 추리&스릴러 소설 베스트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몸이 안좋아 밍기적거리다보니 마지막날 부랴부랴 올리네요.-_- 올해는 읽은 추리 & 미스터리가 많지 않아 원래부터 그리 많지 않았던 객관성이 약간 더 떨어졌는데, 그래도 올 한해 저 개인의 추리스릴러 독서평을 한다면 `여성주의적 스릴러들을 만나 즐거웠던 한해'로 정리하고 싶습니다. 여자들이 주인공인 괜찮은 소설들이 예년보다 많았던 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럼 거두절미하고 2009년 읽은 것들중 최고를 먼저 꼽겠습니다. 좋은 것 소개하기도 바쁘니까요^^. 이 글은 지난 여름 에 실린 원고를 손보고 내용을 더한 것입니다. # 공동 1위-묵직한 강펀치 (스콧 스미스 지음, 비채 펴냄)은 익숙한 이야기로..

내 마음의 신촌역, 슬픈 아름다움

2009/12/24 지난번에 화랑대역을 다녀오면서 오랫 동안 잊었던 신촌5역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생각이 제법 간절했던지 지난 10월 어느날, 신촌에 간 차에 절로 발길이 신촌역으로 향했다. 철없던 시절 이 역에서 기차 타고 백마로, 장흥으로 가 술 마시고 노래 부르곤 했다. 친한 친구를 만나러 금촌에 갈 때도 이 역에서 기차를 탔다. 그래서 신촌역을 볼 때마다 난 늘 상념에 빠지곤한다. 신촌역에는 지하철 신촌역과 기차역 신촌역이 있다. 이 기차역 신촌역에서 기차를 타본 지 20년 가까이 지났지만 지금도 난 신촌역이라고 하면 기차역이 먼저 떠오른다. 그만큼 기차는 사람들의 감정을 건드리는 힘이 세다. 비유하자면, 지하철은 드라마고 기차는 영화다. 사람들은 드라마를 즐겨보지만 특별하게 기억하지는..

캐나다가 내 눈에 콕 쏘아준 풍경들 2009/10/04

휘슬러시에서 열리는 목재 산업전시회에 참석했다. 전시장인 휘슬러 컨퍼런스센터 자체가 목조를 강조하는 건물. 그러나 나무 건물보다도 건물 앞에 놔둔 이 나무 덩어리가 더 눈길을 끌었다. 향긋한 냄새, 그윽한 색깔... 캐나다는 역시 나무의 나라다. 캐나다스러운 조형물이 아닐까. 자동차 뒷모습만 봐도 왠만한 차들은 다 맞출 수 있는데, 이 차는 뒤에서 본 순간 도저히 알아맞출수가 없었다. 결국 앞 모습을 보고 확인해보니... 랜드 로버. 랜드 로버라면 맨 왼쪽의 저런 것이어야 할텐데 넌 뭐냐 하는 순간 차 주인이 왔다. "헤이, 이 차 멋지다. 도대체 몇살 먹은 차냐?" 차 주인이 즐겁다는 듯, "이거, 1957년산이다." 자기보다 더 나이든 차를 타고 다니는 차주인이 갑자기 멋져 보였다. 휘슬러시의 쓰레기..

이 초등학교 뒷골목을 찾아가는 이유 2009/10/04

자주는 아니지만 이른바 북촌, 그러니까 가회동 근처에 이래저래 갈 일이 생기곤 합니다. 갈 때마다 일부러 여유를 두고 조금이라도 더 어슬렁거려보는데, 그래도 자주 가는 곳만 가게 되곤 합니다. 제가 괜히 가보는 가회동 골목은 재동초등학교 뒷골목입니다. 이 골목에는 제 나름 볼 때마다 즐거워지는 작은 풍경들이 숨어 있습니다. # 풍경 하나-기왓장으로 빚어낸 귀여운 얼굴들 재동초등학교는 우리나라 초등학교들 중에서도 유서가 깊은 학교지요. 제가 나온 학교는 아니지만 외조부가 나오신 학교이기도 해서 왠지 남의 학교 같지는 않습니다. 이 학교 뒷길을 좋아하는 이유는 학교 담이 예뻐서입니다. 학교 뒷문, 그리고 그 옆 병설유치원 문과 담장이 귀여워서 종종 이 길을 들르게 됩니다. 우리 전통 담장 중에서 기왓장 조각..

건축과 사귀기 2023.01.03

밴쿠버의 보석 그랜빌로 가는 길 2009/10/03

캐나다에 이번에 가보기 전까지 사실 캐나다에 대한 제 인상의 90%는 의 이미지였습니다. 아름다운 전원 농촌 그린 게이블스의 나라 정도? 나머지 10%는 단풍시럽과 나무, 아름다운 호수가 나오는 엽서같은 사진 정도겠지요. 밴쿠버에서 가장 인기있는 시민들의 쉼터 그랜빌 아일랜드로 가면서 문득 나는 캐나다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연히 아는 것도 없고, 알고 싶어하지도 않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만큼 우리와 캐나다는 연결고리가 없는 탓이었겠지요. 그리고 미국에 대한 우리의 접점이 너무 많다보니까 우리는 미국의 조용한 이웃나라 캐나다를 마치 미국의 변방 주 하나 쯤으로 여기는 듯합니다. 우리는 캐나다의 역사를 `대충 미국하고 비슷하겠지 뭐'라고 생각..

雜家의 매력 2023.01.03

[CBS노컷뉴스] 구본준 기자의 종묘·경복궁·자금성 새롭게 보기

2016-11-27 CBS노컷뉴스 김영태 기자 신간 '세상에서 가장 큰 집' 은 저자인 한겨레신문 구본준 기자의 2주기를 기리며 출간된 건축 에세이다. 이 책은 종묘, 경복궁, 자금성, 이세 신궁 등 한중일의 대표 건축을 꼼꼼히 돌아보고 이집트, 그리스, 프랑스를 아우르며 인류의 유산이 된 거대 건축물을 비교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은 신성 또는 국가 정신을 상징하는 거대 건축에 주목한다. 신전, 궁전, 성당은 어떻게 사람을 압도하는가? 무엇이 건축을 위대하게 만드는가? 저자는 기원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거대 건축물이 갖는 공통 디자인 '기둥'에서 실마리를 찾는다. 이집트의 핫셉수트 신전,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바티칸의 산 피에트로 광장 열주랑을 자세히 보면 줄기둥 양식이 신성 건축의 고전이자 상징으..

구본준 기자 2022.04.20

종이로 만든 한옥용 스피커 보셨습니까 2009/10/02

최고의 구경용 한옥, 청원산방 집에 대한 어린이책을 작업하는 편집자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눈꼽째기창 사진이 없어요." 우리나라 전통 창문 중에서 가장 귀여운 창문이라면 역시 눈꼽째기창이죠. 당연히 사진을 넣어야하고, 그래서 서울에서 눈꼽째기창을 찾아 간 곳이 가회동 청원산방이었습니다. 한옥 창호를 모두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창호 전시장'인 집입니다. 눈꼽째기창은 뭘까요? 한옥에서 자라신 분들은 잘 알겠지만 요즘 세대들은 모를 수 밖에 없는 창문이기도 합니다. 눈꼽째기창은 `한옥의 인터폰'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청원산방은 창호 만들기 장인으로 꼽히는 심용식씨가 우리 전통 창호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만든 전시장입니다. 한옥 구경하고 싶은데 마땅히 갈 곳 없는 분들을 위한 곳입니다. 마음껏 들어가 구..

건축과 사귀기 2022.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