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家의 매력

떡볶이의 과거는 계승되고 있는가 2008/02/26

딸기21 2018. 8. 16. 16:14

예전에 먹었던 음식의 맛은 추억이 더해지기 때문에 더 맛있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옛날을 떠올리며 음식을 먹는 즐거움이 더해지고, 그래서 더욱 그 음식에 애착이 강해지기 쉽다.


그러면, 온국민의 간식 떡볶이는 어떨까?


대부분 사람들에게 떡볶이란 음식은 어머니가 해주시는 떡볶이의 추억이 있을 것이고, 장보는 어머니를 따라가 시장골목에서 먹었던 떡볶이의 추억, 친구들과 길거리 노점에서 먹었던 떡볶이의 추억 같은 것들이 있으리라. 서울에서 자란 분이라면 떡볶이집 안에 디제이박스가 있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는 신당동을 떠올리시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


지금처럼 쌀떡으로 떡볶이를 해서 파는 것은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부터였다. 그 전에는 찰지지 않아서 이빨을 대면 쉽게쉽게 잘라지는 밀가루떡으로 만든 맛없는 떡볶이가 대부분이었다. 가래떡을 썰어 파를 넣고 새빨갛게 볶는 요즘식 떡볶이는 그런 점에서 재료면에선 무척이나 ‘럭셔리’해진 떡볶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늘 그렇듯 ‘다양성’의 실종이다. 새로운 것의 등장은 반길 일이지만, 그 대신 예전것이 사라지는 것은 안타깝다. 지금 떡볶이 이전의 옛날식 떡볶이는 이제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런 떡볶이가 생각날 때 갈만한 곳은 이제 거의 없어졌다. 그나마 남아 있어 반가운 곳이 있으니,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이다.


통인시장은 깨끗하게 리노베이션을 해서 천장은 유리 갤러리아처럼 씌웠고, 바닥에는 물기가 없어 재래시장스럽지 않다. 가게마다 간판도 통일해서 재래시장 특유의 지저분함을 없앴다. 기다란 골목 양쪽에 가게가 늘어서있는 이 시장 중간에 옛날식 떡복이를 이어가는 할머니 식당이 있다. 떡볶이 팬들 사이에서 너무나 유명한 그 통인시장 떡볶이집이다.



떡볶이와 함께 순대와 부침개 등을 파는데, 그래도 간판은 떡볶이다.


일단 커다란 두개의 무쇠 철판이 눈을 압도한다. 손님이 주문을 하면 바로 앞에 미리 양념에 무쳐 준비해놓은 떡볶이를 꺼내 철판에 볶는다.


떡볶이 메뉴는 두가지, 간장 떡볶이와 고추장 떡볶이다. 왼쪽 철판이 간장떡볶이고 오른쪽 할머니가 볶고 있는 것이 고추장 떡볶이다.




간장떡볶이는 처음 본 사람들은 ‘이거 양념 하다 만 것이 아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심해 보인다. 요즘 떡볶이와는 전혀 다르게 작고 가느다란 떡에 기름과 간장 양념만 해놓은 것뿐이기 때문이다. 떡볶이에 당연히 들어가는 파도 없다. 그리고 물이 아니라 기름으로 볶는다. 철저한 기름맛. 그게 이 간장 떡볶기의 맛이다.




고추장 떡볶이도 색깔이 빨갛게 변한 것 말고는 조리법은 꼭 같다. 고추가루들이 표면에 묻어 있고 역시 파나 다른 야채 없이 기름에 지글지글 볶는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주로 두가지를 다 시켜 먹는다. 각각 1인분에 2천원씩. 사진으로 보면 양이 적어보이는데 직접 시켜서 먹어보면 적지 않다. 두가지 동시에 시키면 이렇게 나온다.



요즘 길거리 떡볶이는,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달고, 너무 맵다. 매워도 맛있게 매우면 좋은데 매운 맛이 개운치 않아 특히 싫다.


이 옛날 떡볶이는 처음에는 보기만해도 왠지 느끼할 것 같다. 아무것도 없이 기름에 볶으니까. 그렇지만 바로 그 기름맛이 묘한 매력이 있다. 어린 시절 먹었던 그 떡볶이의 맛을 지금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갑다.


이 떡볶이집은 원래 다른 할머니가 오래 하셨던 곳이었다. 그 할머니가 아흔살 넘어 돌아가시고, 지금 하는 할머니가 물려받아 이전 할머니 떡볶이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그렇게 꾸준히 오랫 동안 해온 것이 힘이 되어 지금은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이 대부분인 ‘유명 맛집’이 됐다. 


맛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옛날 시장 느낌, 옛날 떡볶이 느낌을 다시 만나보고픈 분들이라면 한번 찾아가 볼 만한 곳이다. 다른 곳에서는 이런 떡볶이들이 사라졌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