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家의 매력

만화가게 수입원은 라면?-배보다 큰 배꼽상품들 2007/10/17

딸기21 2018. 6. 19. 19:44

만화가게. 톱니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사에서 잠시 벗어나 자투리시간을 보내는 소시민의 공간이다. 푹신한 소파에 묻혀 만화책을 붙들고 킬킬거리는 재미야말로 만화팬들에겐 생활 속 작은 행복 가운데 하나다.


만화와 군것질을 함께 즐기는 것도 만화가게를 찾는 이들에겐 큰 즐거움이다. 만화의 재미에 빠져들어가는 순간, 코끝을 파고드는 친숙한 냄새. 우리나라 사람들의 영원한 간식, ‘라면’ 냄새다. 시장기가 없던 사람도 옆 좌석에서 라면을 시키면 갑자기 라면이 먹고 싶어진다. 어느 누가 라면을 시키면 순식간에 여기저기서 주문이 이어진다. “아저씨, 여기도 라면 하나 주세요.”


거대 산업에도 ‘효자상품’


물론 만화가게는 만화로 먹고사는 상업공간이다. 그러나 만화가게의 진짜 수익은 만화가 아니다. 만화가게 주인들의 생계를 유지해주는 숨은 주력 상품은 바로 라면이다.


만화가게에 비치되는 만화책 한권은 보통 3천원. 만화가게에서 만화책 한권 보는 값은 보통 몇백원이다. 책 한권으로 본전을 뽑고 수익을 내려면 최소한 회전 수가 20회는 돼야 한다. 책 한권을 스무명이 본 이후부터가 수익으로 남는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게 쉽지 않다. 만화책의 수명이 워낙 짧다보니 신간이라도 한달만 지나면 찾는 손님이 거의 없어질 정도다. 또 요즘에는 만화가게들이 책보는 값을 권당으로 받지 않고 시간당 1천∼1500원으로 받는 경우가 많아 만화만으로 수지를 맞추려면 하루 손님이 수백명은 돼야 한다.



라면은 이런 어려운 수익구조를 메워주는 효자다.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만화가게를 운영하는 이아무개(32)씨의 수입을 따져보자. 시간당 1천원, 또는 권당 300원을 받는 이 가게의 하루 평균 수입은 15만원선. 직접 끓여주는 2천원짜리 라면이 10그릇, 1천원 받는 컵라면이 10개가량 팔린다. 여기서 남는 순수입은 끓여주는 라면이 1300∼1500원가량, 컵라면이 300∼400원가량이다. 하루 매상 15만∼20만원에서 라면이 3만원가량, 다른 과자나 쥐포, 음료수까지 합치면 수입의 절반 이상을 부수상품으로 벌어들인다. 결국 라면 한 그릇이 만화책 10권 몫을 해내는 셈이다.


배보다 커다란 배꼽들이 있다. 만화가게의 라면처럼 ‘배’보다 짭짤한 ‘배꼽’은 상인이나 업체엔 영업을 유지시켜주는 중요한 수입원이다. 비단 작은 상점뿐만 아니라 거대산업에도 이런 ‘똘똘한’ 효자상품들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대부분 주력 상품에 딸리는 보조상품들이면서도 실제 업체를 먹여살리는 경우다.


이런 곁다리 상품들은 주력 상품이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데 비해 적은 투자만으로 판매가 가능하고, 또 수익성면에서는 훨씬 뛰어난 것들이다. 마케팅적인 관점에서 보면 핵심상품에 따라붙는 확장상품, 또는 보충서비스나 보충상품의 개념들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품들로 수익을 올리는 마케팅 전법은 이른바 ‘릴레이션십 마케팅’(관계지향형 마케팅) 관점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상품을 주력과 보조로 나눠 이를 패키지 형태로 판매하는 것이다.


상명대 경영학과의 이명식 교수는 “현대사회에서는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좋은 핵심상품들이 각광받는다”며 “제조공정상으로는 부가적인 이런 확장성 상품들이 업체로서는 차별화의 핵심이 되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 된다”고 설명한다.


매표수익 비웃는 극장 팝콘


점차 산업이 분화하고 다양해지면서 대기업들은 이런 부가가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열을 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 규모가 적은 중소기업이나 점포들은 이런 수입원을 숨기는 경향도 강하다. 때로는 편법이나 탈법으로 세금을 줄이기 위해 이런 부가수입 자체를 영업비밀로 절대 밝히지 않는 경우도 상당하다. 그러면 만화가게처럼 배보다 훨씬 쏠쏠한 배꼽의 덕을 보는 업종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주력상품보다 보조상품이 훨씬 수익성이 좋은 대표적인 업종으로는 우선 극장이 있다. 극장업계는 영화만으로는 먹고살기가 불가능하다고 늘 주장해왔다. 부가세 등등 이것저것 빼고나면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닫는 극장은 거의 없다. 극장만의 중요한 부수입원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팝콘이다. 팝콘 팔아 얼마나 벌겠냐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실제로 팝콘과 오징어, 콜라 등 매점에서 파는 간식이 바로 극장을 운영하게 만들어주는 주연(입장료) 못지 않은 조연들인 것이다.


(극장에서 파는 팝콘은 짭짤한 이윤을 보장해주는 극장의 진짜 숨겨진 수입원이다. 팝콘, 오징어, 콜라 등 매점의 3대 판매품목은 이익률이 50% 이상으로, 극장수입의 15% 이상을 차지한다)


영화 관람료는 보통 7천원. 그러나 각종 비용을 빼고 나머지 금액을 배급업체와 나누면 실제 극장에 떨어지는 수입은 3천~4천원 수준이다. 실제 영화 관람료의 절반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극장 운영을 뒷받침해주는 가장 중요한 품목이 매점 수입이다. 극장은 일반 매점과는 달리 ‘특수매장’이라고 주장하며 식음료품 값을 더 비싸게 받는 편이어서 마진율은 판매가의 50%에 이른다. 


극장업계가 추산하는 관객 한 사람이 극장에서 쓰는 간식 비용은 1400∼1600원선. 이 수입의 절반이 고스란히 극장의 수익이 된다. 관객 1만명이 든 외국영화일 경우 영화 자체에서 뽑는 수익은 2천만원인데 매점에서 팝콘과 오징어, 콜라를 팔아 챙기는 수입이 700만∼800만원에 이르는 것이다. 냄새밴다며 영화관 안에 음식물을 반입하지 못하게 하는 극장들이 오징어와 팝콘은 가지고 들어가게 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들이 영화관을 먹여살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극장들은 이처럼 톡톡한 수입을 보장해주는 매점을 세금문제 등 때문에 실제로는 극장이 직영하면서도 서류상으로는 임대해주는 것처럼 속이는 곳들이 많다.


신문지국-전단지 수입이 중요하다


극장과 만화가게의 경우는 보조상품이 주상품보다는 그래도 비중이 적은 경우다. 그렇지만 부가상품이 주력상품을 능가하는 본말이 전도된 경우도 있다. 바로 신문을 가정에 배달하는 신문지국들의 수입구조가 그렇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신문만큼 밑지고 파는 상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치열한 경쟁 때문에 신문의 판매가는 제조원가에도 못 미치도록 낮게 책정돼 있다. 신문사들은 이 손해분을 광고수입으로 메우고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신문을 가정으로 배달하는 신문지국들도 신문 배달료는 거의 이윤을 남기지 못하는 상태다. 지국들이 버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입은 바로 신문에 끼워넣는 각종 ‘전단지’ 수입이다. 


백화점 세일 선전전단이며, 슈퍼마켓 신장개업 광고, 학원 수강 안내 등 신문을 들추면 후두두 떨어지는 이 전단지들이 지국들을 먹여살려주는 진짜 수입원이다. 돌리는 신문 사이에 업체들이 들고온 전단지만 끼워넣으면 되는 이 벌이는 아무런 추가 투자나 부담없이 고스란히 지국의 수입으로 들어온다. 보통 신문지국 수입의 절반에서 큰 경우 80%까지 차지할 정도다.


전단지 시세는 가장 큰 2절지 크기의 경우 장당 몇십원 꼴이다. 한 지국이 평균 배달하는 신문은 보통 1천부 이상이므로 16절지 전단 한건만 들어와도 하루에 10만원 이상을 버는 셈이다.  때문에 지국들로선 신문부수확장은 결국 전단지 확보를 위한 방편에 가깝다. 좀더 많은 신문부수를 확보할수록 전단광고를 쉽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전단광고가 봇물을 이루는 서울 강남지역 신문지국들은 한때 최고 인기 사업이었다.


주사제는 병원의 숨은 ‘돈줄’


대형병원들도 딴주머니의 효과를 톡톡히 보는 업체들이다. 진료비라는 기본 수입과 함께 영안실과 매점에서 올리는 수익이 병원 경영에 한몫을 해주는 것이다. 외래환자 수가 월 2천명선인 서울의 한 종합병원의 경우 영안실과 매점에서 월평균 3천만원과 2천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병원 전체 매출액에 대비하면 5% 안팎인 수준이지만, 대부분의 병원들이 진료비만으로는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영안실과 매점 수익은 병원을 운영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알토란 같은 돈줄노릇을 하고 있다. 영안실과 매점은 특히 이익률이 커서 더욱 그 효과가 크다. 영안실의 경우 매출 수익의 80∼90%가 순수익이고 매점도 30% 정도가 순수익이다. 이 두 부속시설 수익으로만 30여명 넘는 직원에게 월급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소규모 병·의원들의 경우 매점 수입보다는 주사제 수입이 중요한 보조수입원 노릇을 하고 있다. 병원과 의원의 수입 가운데 절반가량을 약값이 차지하는데, 이 약제수입에서 주사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우리나라의 주사제 처방빈도가 56%인 점을 감안하면 주사로 인한 수입이 전체 약제비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건복지부는 보고 있다. 주사를 선호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습성에 손쉽게 수익이 되는 주사를 남발하는 의사들의 꿍꿍이가 겹쳐 우리나라 병원의 주사처방 수익의 비중은 유달리 크다.


실제 의사 파업사태 당시 정부가 의사들을 달래기 위해 내놓은 카드가 바로 주사제를 분업에서 제외해 의사들의 몫으로 보전해 준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주사제 수입이 소규모 개인병원들한테 중요한 부수입원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