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家의 매력

도란스와 콘센트에 생돈 써보기 2009/09/07

딸기21 2021. 1. 8. 23:30

전자 제품에 대한 소유욕이 강한 편이 아니다보니 그럴듯한 좋은 것을 산 적이 없다.
오디오도 마찬가지다. 일생 동안 처음 돈을 벌어 샀던 물건이 오디오였지만 여기 큰 돈을 써본 적은 없다. 어차피 큰 돈 쓸 여유가 있었던 적도 없었고.
 
그러나, 좋은 오디오로 좋은 음악을 듣고 나면 늘 아쉬움에 시달리기 마련. 미니 콤포 수준으로는 CD에 무슨 음악이 들었나 감별하는 것이지 감상하는 것은 아닌 듯한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오디오에 수백만원을 쓰고 싶으냐, 그건 또 아니다. 웅장한 소리를 들으면 좋겠지만 그건 그럴 여유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 그냥 앙증맞게 그러나 아주 후지지 않게 음악을 즐기면 족할 뿐이다. 그러다보니 좋은 오디오를 갖출 일이 없다.

 

언제쯤 확 하이엔드로 기변할 날이 올까? 물론 지금 이것들도 많이 쓰지는 않지만...

 

그러나 가끔은 오디오에 이상한 짓을 해보고 싶기는 하다.
그래서 한번 남들 잘 안하는 짓을 저질러 봤다.
남들보면 참 할일 없다, 돈 쓸데 없이 쓴다라고 할법한 바로 이 분을 영입했다.

 

 

도대체 뭐냐고?
보시는 그대로다. 변압기, 영어로 트랜스, 우리의 친숙한 발음을 따르자면 `도란스'.
100볼트와 220볼트의 차이가 존재하는 탓에 있어야 하는 저 도란스.
최근 모셔온 도란스다.
그럼 뭐가 다르냐고 하실 수도 있겠다.

 

저 줄을 보아주시길. 굵기 식별을 위해 내 손가락 잠시 출연한 사진.

 

 

저 줄을 핸드메이드로 바꿨다.
그리고 저 돼지코, 그러니까 콘센트도 바꿨다.
도란스는 더 많이 바꿨다.
도란스 앞면에 빨간 불을 없앴다. 불은 그냥 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주 짧은 간격으로 미세하게 점멸하는 것인데, 이런 것들이 모두 전지의 접지와 저항에 연결을 주기 때문에 없애버린 도란스가 바로 저녀석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접지. 돼지코가 꽉 들어맞아 잘 빠지지도 않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래서 도란스의 플러그 콘센트들을 모두 오디오 전용으로 바꿨다. 국산이 없는 관계로 외제로 쓸 수밖에 없다. 이글이란 브랜드로 교체.
그리고 전선 케이블도 바꿨다.
그래서 오디오에 특화한 저 유난스런 도란스로, 변신.

 

 

이번에 영입한 주요 요소 중 하나인 플러그.

자세히 보면 좀 투명한 부분도 있고 해서 좀 있어보이는데, 실제 좀 돈이 들어간다. 프랑스의 르 그랑 제품이다.
전원 연결에도 나름 그레이드가 있다. 가장 평범한 것이 가정용 그레이드. 그 위가 전기 연결의 안정성이 필요한 군사용 밀리터리 그레이드, 그리고 가장 연결 안정성을 추구해야 하는 의료용 호스피탈 그레이드가 있다. 접지가 잘 빠지지도 않게 꽉 끼어서 행여 접점 문제로 신장투석기나 심장박동기가 꺼지지 않아야 한다.
 
저 플러그가 호스피탈 그레이드라고 해서 영입한 녀석이다. 생긴게 좀 있어보이더니 가격도 좀 있었다. 도매가가 2만원쯤. 저거보다 좀 낮은 것으로는 이런 플러그도 있다. 역시 이번에 영입한 다른 케이블. 콘센트 도매단가는 6천원이라고.

 

 

그리고 다른 케이블들.
케이블이 음질에 미치는 영향을 보통 10% 정도라고 하는데, 오디오는 초절정 싸구려지만 미친척하고 수제품 은선 케이블들을 영입했다...왜 이런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렇게 따로 만든 줄을 영입하다보니 줄 하나당 적어도 왠만한 MP3나 똑딱이 카메라 값은 충분히 들어가버리는...

그래서 쓸데 없는 짓을 해봤다는 것 아닌가. 왼쪽 아래 있는 은색 굵은 줄이 폼은 나지만 실은 그 위의 가는줄이 훨씬 더 세다...

 

 

도란스에도 생 돈 쓰는데, 멀티탭에도 그런 짓 못하랴...고 하는 바람에 영입되어오신 이분.

저 줄들에 걸맞게 해줘야하다보니...

 

 

다른 멀티탭과 뭐가 다르냐, 전원 스위치도 없네, 하실텐데 맞다. 그래도 역시 le grand 것이다. 최대한 저항 줄이고 안정되게 하려면 뭐, 어쩌랴.
 
이렇게 미친 짓을 해보니 어디 소리는 좋아졌느냐, 그게 핵심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당근이다'다.
소리, 제법 좋아진다. 다른 케이블과 천지차이다.
 
그러면 저 케이블들, 도란스는 어떻게 저렇게 개조하냐, 혹시 니가 만들었냐고 물으신다면
`제가 무슨 맥가이버인줄 아십니까'라고 답할 수밖에.
당연히 저거 만드시는 것을 업으로 하는 분이 만들었다. 오디오 줄만 전문으로 만들어서 요즘 오디오계에서 더욱 유명해지신...
 
그럼 저 줄값은 얼마냐,
답하기는 좀 거시기하다. 좋은 줄이야 당연히 미터당 몇만원 한다. 거기에 돼지코 하나 2만원 넘는다고 했듯 끼우는 부분들도 하나하나는 몇천~몇만원이니, 결국 다합치면 저 후진 오디오값 못잖게 들어가게 되어 있다.
 
왜 그런 짓을 했냐고?

재미있으니까. 소리가 좋아지니까.

그래서 쓸데없는 짓, 남들보면 이상한 짓이라고한 것이다.

쓸데 없는 짓은 다 재미있다. 돈이 들어서 문제지...